상대방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은 공해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노노 학대가 늘었다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 “편의점 24시간 영업규제를 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말 그런가요?” “해외 저가 항공사들 공습이 심상치 않네요.”,...
말(언어)이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다. 그런데 상대방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은 공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그렇다. 박근혜는 자신이 하는 말이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지만 상대방은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우주, 혼, 기운, 진실한 사람...등 탈정치적인 단어, 문법을 초월한 화법을 구사해 ‘박근혜 번역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유체이탈((幽體離脫) 화법’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우리 역사에 한 사람도 부족해 또 한 사람이 등장했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 윤석열의 유체이탈화법은 급(級)이 다르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대화 중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고 남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박근혜의 유체이탈은 황설수설이라면 윤석열의 유체이탈화법은 자신도 모르고 내뱉는 신조어 ‘아무말 대잔치’다. 그가 즐겨쓰는 유체이탈 화법은 헌법에도 사전에도 찾을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니 ‘공산전체주의’가 대표적이다. 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유민주주의가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윤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상대를 보고 신이 나는지 갈수록 급수가 높은 유체이탈화법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공격 해왔다"며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이라고 했다.
“사람은 언어에 의해서만 사람일 수 있다.” 언어심리 창시자 슈타인탈(H. Steinthal)이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청맹과니로 그냥 ‘아멘’이나 ‘옳소!’라고 하고 들어야 하는 ‘예스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행복을 보장하며, 피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헌법 제 69조), 하지만 아무말 대잔치로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방사능은 인체의 세포를 손상시켜 암, 백혈병, 기타 암을 유발하고 유전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으며, 태아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으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오염수를 국민이 먹이겠다고 설득하겠다니’...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니 그가 말하는 <공산전체주의>가 누구이기에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가.
■ 대통령은 국민이 5년간 채용한 고용인이다
우리나라는 ‘대한제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다. ‘제국’은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민국은 주권자인 국민이 주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더니 우리나라를 대한민국(民國)이 아니라 대한제국(帝國)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민국(民國)에서 주권자를 교화의 대상으로 알고 있다면 임금이 아니라 ‘푼수’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인지 6·25전쟁 기념사인지 구별도 못하고 상대방이 누군지 알지도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유체이탈화법을 내뱉을 수 있는가.
윤 대통령은 임금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5년간 고용한 사람이다. 고용인이 사주를 속이고 ‘자유’, ‘공정’, ‘정의’, ‘법치’를 말하면서 ‘내로남불’ 하는 것은 ‘해고충분요건’으로 ‘고용유연화’의 대상이다. 오죽했으면 ‘시민언론 민들레’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를 일컬어 “몰상식을 넘어 기이하고 해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그에게 대통령의 일은 “일종의 ‘구경거리’이며 일종의 ‘체험 기회’”라고 일갈했겠는가? 헌법을 어기고 주권자를 노예 취급하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주권자가 노예로 살아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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