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한국자유총연맹 69주년 창립기념식에서, 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 기조연설에서,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정신이요, 자유민주주의는 독립운동이며, 자유민주주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영락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의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 자유민주주의란 어떤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만 있는게 아니다.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 복지 확대 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의’도 있고 중국과 쿠바처럼 제국주의 침탈에 의한 식민지 또는 약소국에서 민족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노동자·농민이 일부 부르주아와의 연합을 통해 수립한 ‘인민민주주의’도 있다.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자유, 평등 및 연대의 민주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본 구 소련처럼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수립된 ‘민주사회주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유재산을 절대시하는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지키기 위한 기득권세력들이 지키겠다는 정치 이념이다.
‘자유민주주의(부르주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 계급이 정치적 지배를 행사하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보통선거, 자유언론, 삼권분립 등의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지만, 그 이면에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문화가 작동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대중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지만, 그 참여가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부르주와 민주주의는 ‘양심의 자유’ ‘삼권분립’ ‘법치주의’ 같은 본래의 이념적 원리들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그들은 그냥 정적이나 반대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붙이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그렇다.
법치를 말하면서 내로남불이요,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면 색깔을 뒤집어씌운다. 내가 누리는 자유만 자유이고 내 말 잘 듣는 세력은 우리 편이요, 내 생각과 다르면 적대시한다.
■ 누가 ‘평등’보다 ‘자유’를 좋아하는가
자유도 그렇다. 경영자들이 누리는 자유와 고용인들이 누리겠다는 자유는 다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여러계층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경제 권력에서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로 나뉘고, 사회 계급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뉜다.
또한 통치 권력에서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뉜다. 노동시장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시장 상층부를 장악한 이들이 있고, 노동시장 하층부에 자리한 이들이 있다.
노사관계 측면에서 보자면 자기의 노동력을 팔아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 노동자가 있고, 이들의 노동력을 구입해 일을 시켜 이윤을 획득하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 사용자가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수십번 외친 진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 자유를 가장 많이 언급한 주인공이 됐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자유를 35번이나 외치고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는 무려 46번이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적인 위기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바로 자유"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외친 자유의 뜻은 무엇일까? 윤석열의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밀턴 프리드먼이 쓴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을 통한 경제활동이 정치적 자유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교육도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에 맡기면 되고, 빈곤 퇴치도 자유시장에서 사기업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사익을 촉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범위를 넘어선 안 된다”면서 “큰 정부는 자유시장이 가져다준 번영과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복지국가와 사회복지 제도는 없애야 할 악”이라며 “사회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보건, 교육, 복지에 천문학적인 돈을 낭비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인에게 유리하고 청년에게 불리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런 자유민주주의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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