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하면 유대인의 탈무드를 떠올리겠지만 수천년 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눈을 마주치며 재미있게 가르치던 놀이가 있었다.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 무심코 ‘도리도리, 짝짜꿍, 건지곤지, 잼잼’을 따라하는 가운데 뇌가 발달하고, 엄마와 아기가 살을 맞대고 사랑을 배우면서 함께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게 했다.
‘단동십훈’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의 여러 부분을 자극하는 교육이다. 어른들이 아기와 접촉하거나 보여주면 아기가 따라하는 것과 같은 상호작용을 하며 온몸으로 놀아주는 것들로 되어 있다. ‘섬마섬마’처럼 아기를 세워 암고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아기와 마주하고 노는 것이 더 많다. 곤지곤지, 죔죔(잼잼), 짝짝쿵처럼 노발달에 많은 영양을 미치는 손을 이용하는 것들이 많다.
이처럼 몸의 각 부분을 자극하는 단동십훈을 통해 아기는 목 가누기 혹은 고개 흔들기, 주먹쥐기, 손선뼉치기, 걸음마 연습 걷기 등을 배운다. 몸으로 돌봐주는 어른들과의 신체 접촉이나 상호작용으로 노는 것이라 부모와의 관계 형성이나 정서발달게 좋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지혜로운 육아법인 것이다.
1훈 ‘불아불아’에는 자기를 존중하는 것, 즉 자존심을 갖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2훈 ‘시상시상’에는 내 몸에 우주 즉 세상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몸을 함부로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5훈 ‘죔죔’에는 ‘쥐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처럼 10훈에는 저마다 자신을 살피고 삼라만상의 이치와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단동 십훈 제 1훈 불아불아-
'불(弗)'이란 기운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고 '아(亞)'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이처럼 기운이 순환하여 무궁무진한 생명력의 발현인 아이의 자기 존중심을 키우려고 허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면서 하는 말이 '불아불아'다. 자기 존중심이야말로 사람이 스스로를 살게 만드는 힘의 근원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2훈 시상시상-
사람의 형체와 마음은 태극(太極)에서 받았고, 기맥(氣脈)은 하늘에서 받았고, 신체는 지형에서 받은 것이므로 아이의 한 몸이 작은 우주(宇宙)다. 그 때문에 우주를 몸에 모신 것이니 매사에 조심하고 하늘의 뜻,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의미에서 아이가 앉아 몸을 앞뒤로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몸을 귀히 여겨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단동십훈 제 3훈 도리도리-
머리를 좌우로 흔들듯 이리저리 생각해 하늘의 이치와 천지 만물의 도리를 깨치라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4훈 곤지곤지-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찍는 시늉을 하며 '땅=곤(坤)'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5훈 잼잼(지암지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깨달음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다. 손이 간신히 들어갈 만큼 가는 병목을 가진 병 속에 든 쌀을 한 줌 손에 쥐고 빼내려면 다시 쥔 것을 내려놓지 않고선 결코 손을 뺄 수 없는 법! 결국 쥔다고 다 내 것이 아님을 알리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6훈 섬마섬마(서마사마)-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 굳건히 살라는 뜻에서 아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세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7훈 어비어비(업비업비)-
아이가 해서는 안 될 것을 이를 때 하는 말로, 커서도 일함에 도리와 어긋남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단동십훈 제 8훈 아함아함-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두손을 모아 입을 막은 '아(亞)'자의 모양처럼 입조심하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단동십훈 제 9훈 짝짜꿍 짝짜꿍(작작궁 작작궁)-
음양의 결합, 천지의 조화 속에 흥을 돋우라는 뜻에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것이다.
-단동십훈 제 10훈 질라아비 휠휠(지나아비 활활의)-
아이의 팔을 잡고 영과 육이 고루 잘 자라도록 기원하고 축복하며 함께 춤추는 모습이다. 결국 천지자연의 모든 이치를 담고 지기(地氣)를 받은 몸이 잘 자라나서 작궁무(作弓舞)를 추며 즐겁게 살라는 것이다.
<오늘날 경쟁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놀랍지 않은가? 민초들은 뜻도 모르고 구전되어 오던 노래 동작이 이렇게 오묘한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구전되어 오던 이 단동십훈은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자기 자녀들이 이렇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놀이였다니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잠도 들 깬 아이들을 들쳐 업고 어린이집으로 뛰어 가는 아버지...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원으로 보내고 영어학원이며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으로.. 고액과외를 받게 하려고 하루 빨리 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동분서주하는 부모님들.... 그래서 젖먹이 아이들까지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맡기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일까? 걸음마도 못하는 어린 아이를 엄마품이 아닌 남의 손에서 맡겨 키워도 좋을까? 아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부모들에게 고맙다고 할까?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자녀교육을 보면서 오늘날 지식을 암기해 서열을 매기는 경쟁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을 ㅗ바꿔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1등만이 살아남는 경쟁교육은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교육이 아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이들이 바르고 맑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지식보다 인격을, 경쟁보다 사랑을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인격이 무너진 사람에게 지식이나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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