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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시가 그리운 날에...

by 참교육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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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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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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