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준 作 '해방의 십자가'/1983/250x400/아크릴릭/분실>
김남주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 김봉준 作 '민주주의 만세' / 1990 / 120x150 / 유화 / 개인소장>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 너희는 아느냐, 돌멩이 하나에 실린 역사의 무게를…>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많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즘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대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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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요일날 시와 관련한 포스팅을 하나 준비중입니다..ㅎ
2020.03.21 08: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좋은 시 기대합니다....^^
2020.03.21 08:15 신고 [ ADDR : EDIT/ DEL ]정신이 번뜩 들게하는 시와 그림입니다.
2020.03.21 08: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잘 보고 갑니다.
김남주님의 시는 차라리 총이요 칼입니다. 펜으로 쓰는 시가 아니라 온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시니까요..
2020.03.21 09:53 신고 [ ADDR : EDIT/ DEL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전이네요 ~
2020.03.21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갑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0.03.21 11:38 신고 [ ADDR : EDIT/ DEL ]개나리, 벚꽃이 피어 있는 주말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제 블로그 방문해 주시고 구독 눌러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2020.03.21 14: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코르나가 참 무섭네요. 벌써 두 달가까이 집콕입니다. 봄이 불러도 나가지도 못하고...ㅠ
2020.03.21 19:25 신고 [ ADDR : EDIT/ DEL ]내일 시를 써봐야겠습니다..
2020.03.21 2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기대하겠습니다.
2020.03.22 05:55 신고 [ ADDR : EDIT/ DEL ]마지막 돌멩이 시가 가슴 뭉클하네요. 치욕적인 역사 하지만 배워야할 역사죠.
2020.03.22 0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낱말 몇자로 심극을 울리는... 저는 김남주님의 시는 출판되기 바쁘게 사서 읽었답니다. 시가 아니라 차라리 칼이더군요.
2020.03.22 05:57 신고 [ ADDR : EDIT/ DEL ]포스팅 잘보고 가요ㅎㅎ구독 누르고 갑니다!
2020.03.22 14: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처음 오셨네요 가까운 대전에 사시는군요. 코르나 조용해지면 신동호 97님이 소개하신 곳 가 보고 싶습니다.
2020.03.22 19:2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