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평화적 저항은 무죄다.”
어제 황교안 자유한국당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당시 물리력 행사에 대한 고소·고발 건과 관련,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가? 그런데 공안검사출신 황교안대표의 입에서 나온 이 말에 왜 쓴 웃음이 나올까? 누워 침 뱉기라더니 그들은 지난세월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장본인이 아닌가? 그들이 저지른 폭력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한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는데 가해자였던 그가 할 말인가?
권력이란 ‘타인이 내 말에 따르게 만드는 힘’ 혹은 ‘상대방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하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권위가 권력과 다른 점은 권력은 ‘상대방이 싫어하더라도 자신의 뜻대로 하게 할 수 있는 강제력’이지만 권위는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행위다. 갑질이 권력이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권위다. 권력과 폭력은 본질적으로 같지만 정당하게 행사하면 권력이지만 부당하게 행사하면 폭력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자만 가진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정당하지 못하게 행사함으로 주권자들은 폭력을 당하며 살아 온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두려워할 만한 것은 말(可畏者言也)’이라고 했지만 ‘조국사태’가 진보세력을 갈라놓고 있다. 검찰개혁을 놓고 ‘왜 꼭 조국이어야 하는가’에서부터 ‘조국정도 털면 세상에서 먼지 안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왜 그가 저지른 불법까지 용납해야 하는가?’, ‘무슨 소린가? 이번 기회를 놓지만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영영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 이런 논쟁은 결국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비회대 자신의 생각조차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말뜻이 달라진다. 불의를 저지른 자, 폭력을 행사한자가 정의를 말하면 설득력이 있는가? 그들은 정의라는 가면을 썼지만 속내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현상과 본질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위선의 탈을 쓴 악마가 정의의 사도라고 믿고 살아 왔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가해자를 구세주로 믿고 짝사랑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되고 말겠지만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내 생각은 옳고 상대방의 생각은 틀렸다는 주장은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치라’는 말이 들릴리 없다.
사회적 규범이 법전에만 있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자신의 수준만큼 보이고 자신의 수준만큼 누리고 산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일까? 무지가 무섭지만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막지(莫知)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지금 혼돈의 강을 건너고 있다. 산고를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출산의 기쁨은 맛볼 수 있느냐고 했지만 지금 우리가 건너는 강은 정의를 출산할 수 있을까? 다수결은 항상 옳은가? 소수의 판단보다 다수의 판단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믿음은 투표권의 행사에서 수없이 겪어 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감동하던 국민들은 세월이 갈수록 실망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우리는 이중인격자라고 한다. 어디 문재인대통령만 그런가? 자신이 한 짓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사람들, 입에 침도 마르기 전에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사람들, 유체이탈화법의 주인공들이 천사의 말로 순진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불법에 평화적 저항은 무죄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공안검사를 지낸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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