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고등학교에 근무하다보면 못 볼 걸 다 본다. 수능전날 전교생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장도식을 한다. 장도식이 끝난 후 자기 교실로 들어 간 수험생들은 자기가 배우던 교과서와 참고서를 묶어 운동장 한구석에 모아놓는다. 폐기물처리회사가 폐휴지처리를 위해 싣고 가기 위해서다. 졸업까지 아직도 3달이나 남아 있는데 교과서와 참고서를 폐기처분하다니...? 

 

 

 

 

자기가 소중하게 아끼던 물건은 버리기가 아까운게 보통사람들의 정서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자신이 배우던 소중한(?) 교과서를 미련없이 버리는가? 우리나라와 같이 수학능력고사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나라에서 교과서란 곧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다. 한 학년 내내 교과서에 밑줄을 긋고 외우고 하던 교과서며 문제풀이용 참고서란 교과서에 못지않은 교재다. 인생의 진로와 성패가 달린 책, 왜 이 귀한(?) 책이 오 수능전날 모조리 폐기장으로 실려 가는 신세가 될까?

 

학생들에게 국어를 왜 배우는지, 수학을 왜 배우는지 물어보면 정확하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 국어시간이니까 국어책을 꺼내 선생님이 흑판에 판서를 하고 시험에 출제빈도가 높은 내용은 외우고 또 외우고.. 그게 주요과목 공부 방법이다. 12년간 국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학생들에게 주제를 주고 글을 써보라고 하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말하기 듣기 쓰기가 국어교육의 핵심이지만 글쓰기도 자기주장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

 

수학은 어떤가? 수학을 왜 배우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시험에 나오니까... 그래서 배우는게 국어요, 수학이다. 영어공부는 한 수 더 뜬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니까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성을 감안 하더라도 영어공부를 위해 해외연수며 영어마을이며... 영어를 못하면 대학도 취업도 직장도 구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영어 사랑이다. 그런데 정말 영어를 못하면 살아가기 어려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교과서는 도구교과라고 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통을 위해 배우는 교과목이다. 말하고 듣고 쓸 줄 알게 하는 교과목... 그것은 공동체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사소통과 전달 그리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필요한 공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도구교과가 주요과목이란다. 수학능력고사의 점수비중이 높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사회와 과학 그리고 예체능도 있지만 주요과목과는 비교가 안 된다.

 

사회교과서(역사, 지리, 사회문화...11과목)는 인간이 공동체를 만들고 살아가는 그 사회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찾는 공부다. 사회교과는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알아 야할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는 경제생활 하는데 필요한 경제지식, 법과 윤리... 등에 관한 지식이 담겨 있다. 자연계교과서는 과학(화학, 물리..)와 같은 교과목은 자연 속에 숨겨 있는 비밀 즉 규칙성을 찾는 학문이요, 예체능교과인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교과목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정서적인 심미감을 풍부하게 하거나 체력을 단련하고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배우는 교과목이다.

 

 

교과서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참고서일뿐이다. 그런데 수학능력고사라는 관문 앞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수능으로 사람의 가치를 서열 매기는 통관의례 앞에서는 교과서란 곧 법이요, 진리요, 도덕이다. 교과서에 밑줄을 긋고 외우고 또 외우고... 그러다보면 학교는 교과서 수준을 넘지 못하는 '교과서 같은 인간'을 양산해 낸다. 이런 교과서를 자유발행제도 검인정제도 아닌 국정교과서로 만들면 어떤 사람이 길러질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다. 교과서가 교사나 정부에 의해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우리헌법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의 중립성이란 교육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세계관적 중립을 의미한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교사의 자유로운 결정권은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야 하지만 정부 또한 정치적인 의도로 교과서를 정부의 홍보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식민지시대 총독부도 유지한 국정교과서를 박근혜정부는 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경향신문이 교육정책네트워크 통신원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핀란드·프랑스·영국 등 4개국은 자유발행제, 일본·중국·독일은 검정제, 캐나다는 검정제와 자유발행제의 중간 단계인 인정제를 적용하고 있었으며 중국도 1986년부터 국정제를 개혁해 현재와 같은 검정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OECD국가 중 중·고교 교과서를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뿐이었다.

 

국사교과서는 총독부시절에도 검인정제를 유지하다가 유신체제 하인 1974년과 1979년 두 차례 국정교과서를 발간했다. 당시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꿔 5. 16과 유신을 정당화하고 유신독재를 미화해 유신정권에 충성하는 인간을 길러내겠다는 의도로 시행됐다. 박근혜정부가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역사교육을 정권의 홍보물로 만들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며 역사의식을 마비시키는 국사교과서 교과서 국정화는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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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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