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이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학교에서 진도도 나가기 전에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잠을 자는 곳이 되게 만드는 주범이 선행학습이다. 오죽했으면 국회에서 선행학습 금지법을 다 만들었을까? 그런데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인 선행학습을 다른 기관도 아닌 교육부에서 ‘선행학습’을 하라‘는 법을 만들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미지 출처 : 광주교사신문>
지난 17일, 교육부가 갑자기 학교 안 방과후학교의 자율 운영을 위해 규제를 푸는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부는 이 법안을 18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입법예고한 후 규제심사 및 법제심사를 거쳐 오는 6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방과후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선행학습을 하러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수요가 발생했다”며 “일선 교사와 장학사들이 방과후학교 자율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이를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법을 만든다...? 지난 해 9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규제법은 ‘학교에서만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에서 학교 진도를 앞서서 하는 선행학습을 할 수 없도록...’하는 절름발이 법이였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이런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비싼 학원비를 들여 학원으로 내몰리는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교육부가 입법예고할 이 ‘공교육정상화법안’은 현재는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학교에서 모두 선행학습이 금지돼 있지만 이 법이 통과돼 시행 이후에는 방과후학교에서 예습·복습·심화 등 교육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학교에서 방과후학교시간에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 이 법률안의 골자다.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러 학원으로 몰리기 때문에 방과후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도 좋은가? 교육파괴의 주범인 선행학습을 교육부가 학교에서 할 수 잇도록 한다는 것은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을 살리겠다는 말이 아닌가? 방과후학교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학원을 편법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선행학습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게 됐는데 사교육을 위해 공교육을 죽이겠다는 교육부의 ‘공교육정상화법안’을 도입해도 좋은가?
<이미지 출처 : 굿네이스>
선행학습금지는 학교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다. 근본적으로는 일류대학이나 학벌사회를 바꿔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선행학습을 그대로 두고 교육과정을 정상화시킬 방법이 없다. 학교를 살리는... 다시 말하면 공교육정상화의 핵심이 바로 선행학습 금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선행학습을 학원에서 하고 나면 수능과목인 국영수도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기타과목 시간(수능 과목이 아닌 과목을 이렇게 부른다)은 아예 잠자는 시간이 된 것도 다 선행학습 때문이다.
4당 3락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것도 중·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 얘기다. 초등학교 6학년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 공부를 하면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고, 3학년 앞선 중3 공부를 하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초등학생에게 이렇게 참혹한 비극을 만들어놓은 어른들이 잔인하지 않는가? 현실이 이 지경인데 학교수업시간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이를 바로 잡아야할 책임이 바로 교육부에게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강사의 상당수는 현직 교사들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같은 교사가 정규수업에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는 반면, 보충수업에서는 선행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두 법이 충돌한다는 얘기다. 현직교사가 사교육을 학교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돈을 받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부가 법을 뜯어고쳐 방과후학교에서 교사들이 선행학습을 해도 좋다는 것은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규제법)’ 시행 6개월째다. 법이 문제가 있으면 개정해 공교육정상화를 하는 정상이다. 그런데 선행학습을 하러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학원까지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 때문...‘에 학교도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교육부가 할 말인가? 선행학습 허용법은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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