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승진이니 뭐니 하는 것은 관심이 없었고, 제가 그 누군가 저처럼 수업을 더 잘하고 싶고, 교육에 대해 더 고민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수석교사가 되고 보니 이 수석교사제도라는 것이 불완전한, 불안정한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로 인해 그 제도가 완전해지고, 안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땀 흘리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미지출처 : 뉴시스>

 

낮은 자세로 임하자, 연구하고 공부해서 실력으로 승부보자.... 자체 세미나, 자체 연수, 자체 워크숍.... 수도 없이 많이 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경기 교육을 위해 땀 흘리며 일했는데, 성실하게 수석교사로서 임했는데... 제게 돌아온 것은 "법에 있다고 다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석교사 폐지".... 경기 교육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온 우리에게 소통 대신 불통, 인정 대신 철퇴, 민주적 방식 대신 독재를 하고 있는 이 작태에 대해 화가 납니다.」

 

경기도에 근무하고 있는 모 수석교사에게서 온 편지다. 누가 수석교사를 하고 싶다고 했는가? 교육부에서 묵묵히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이런 제도를 만들어 시험까지 쳐서 수석교사가 됐는데 느닷없이 폐지하겠다니... '우리가 수석교사제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도 아니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석교사들 얘길 들어보면 일리가 없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꼬드겨 수석교사를 시켜놓고 열심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폐지라니....!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수석교사제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든 교육부인가? 아니면 잘못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이재정 교육감인가? 그런데 수석 교사들은 이제정 교육감에게 왜 수석교사제를 폐지하려 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수석교사들의 항의를 들어보면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구나 필자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과 같이 정말 사심 없이 직무에 충실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 수석교사가 정말 우리교육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인가 하는 문제를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 뉴시스>

 

수석교사(首席敎師, Master Teacher)는 교장이나 교감 등의 관리직에 진출하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서 자신의 교수 기술을 확산시키는 업무를 맡는 교사를 말한다. 교사라는 직무는 교수직이 아닌 행정직인 교장 교감의 지위감독을 받는 지휘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범단계를 거쳐 2011년 법제화된 수석교사는 행정직이 아닌 교수직이다. 수석교사가 하는 일은 학교수업 외에 학교와 교육지원청단위의 수업코칭, 현장연구, 교육과정 등 개발보급, 교내연수 주도, 신임교사 멘토, 교원양성 및 연수기관 강의 등이다. 교사들 중에 유능한 교사(?)를 뽑아 이름만 수석교사제로 바꾼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이런 수석 교사제를 도입하면 학교가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학교에는 지금도 교장, 교감이라는 직급 외에도 사실상 계급이 되어버린 부장교사, 원로교사들도 있다. 여기다 다시 수석교사라는 또 다른 상관을 모셔야 하는 평교사. 승진도 수석교사도 되지 못한 그들은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으며 살아 갈 수 있을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수석교사는 수업지도와 교수학습 그리고 신임교사 지도 등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 학교당, 적게는 한명정도 배정되는 수석교사. 초등은 몰라도 중고등학교에서 가능한 일일까? 사회학을 전공한 수석교사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지리, 음악, 미술 수업을 지도할 수 있을까? 엄연히 전공과목이 다른데 타 과목 수업에 대한 멘토링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동료교사에 대한 수업컨설팅을 하라고 수업을 최대 50%까지 줄여 주당 5~10시간씩 수업을 맡고 있지만 수업결손에 대한 정책적 대안은 물론 잦은 출장으로 동학년과 관리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마저 안고 있다. 교과부는 수석교사제를 도입하면 교직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승진경쟁의 폐해해소 그리고 교원의 사기진작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현실은 수석교사가 하지 않는 수업을 동료교사들이 떠맡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석교사제를 잘 운영하는 학교, 제 몫을 다하는 수석교사도 적지 않지만 무늬만 수석교사제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지 출처 : yangkees52>

 

현재 전국에는 1,649명의 유···고에서 수석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600여 명이 추가 배치되면 2200여 명의 수석교사가 학교현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무늬만 수석교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수석교사제를 경기도 교육감이 예외 없이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잘못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다. 교육부가 한 일치고 실패한 정책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사교육시장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인 방과후 학교는 성공한 정책인가?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학부모의 의견과 지역의 실정 및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학교운영위원회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물은 흘러야 하고 잘못은 고쳐야 한다. 우선은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희생양이 된 수석교사들은 억울하고 힘들겠지만 잘못을 방치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현실에 안주해 교사들에게도 좋고 학부모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또 교육부에게도 점수를 따는 그런 정책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무너진 교육을 어떻게든 바로 세우겠다는 신념이 교육주체들에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9시 등교는 잠도 재우지 않는 청소년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요, 학교장이 수업하는 것은 다른 나라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청해서 수업을 하는 교장도 많다. 수석교사제는 처음부터 잘못된 제도를 방치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양심상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진보교육감 중에는 좋은 게 좋다며 표 관리나 하면서 혁신학교나 붙잡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다. 사심 없이 수석교사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분들에게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석교사들이 수업시수가 몇시간 더 하는 것이 교육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면 아이들을 위해 한발 물러서는 게 교육자로서의 바른 길이 아닐까? 경기도 수석교사님들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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