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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입시

‘유부남과 유부녀가 선망의 대상’... 학교 맞나?

by 참교육 2014.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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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과 유부녀가 선망의 대상’이라니 학교에 무슨 유부남과 유부녀가 있을까? 또 그런 학생이 선망의 대상이라니...? 경기도 ㄹ고등학교 얘기다. 남녀공학인 경기 ㄹ고에는 전교 50등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유리부스’ 자습실이 있다. 안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밖에서 그대로 보이고 자습실 책상도 전교 석차 순이다. 학생들은 이 유리부스 안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유부남(유리부스에서 공부하는 남자)’ ‘유부녀’라 부른다고 한다. 이런 ‘유부남’, ‘유부녀’가 이 학교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란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 소리>


웃을 수도 없는 반 교육이 어디 이 학교뿐일까? 기숙사의 동과 층을 성적에 따라 분류하여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을 반을 따로 배정하는 학교가 있다면 이런 학교에 과연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할까? 기숙형 공립학교인 충남대천고에서는 공부 못하는 학생을 기숙사에서 쫓아내거나 공부 잘하는 학생용 기숙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죄를 지은 사람조차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한 기본권이 유지되는 게 무죄추청의 원칙이다. 하물며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뒤떨어진 학생을 차별해 기숙사 입사까지 따로 둔다는 것은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가당키나 한 일일까? 더구나 충남대천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공립학교다.

학교가 왜 이럴까? 대구 ㄱ초등학교의 3학년 한 학급에서는 정기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마다 급식 받는 순서가 바뀐다. 시험 점수가 1등인 아이부터 꼴등인 아이까지 줄을 서서 성적순으로 급식을 받는다.
얘기가 나왔으니 다른 사례를 더 들어보자. 울산 ㅂ고는 전교 30등까지만 학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찜통더위일 때 교실엔 에어컨을 안 틀어도 기숙사동에서는 항상 에어컨을 가동한다. 기숙사 학생들은 논술학원 강사 특강 등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특혜까지 누리고 있다.

광주 ㅇ고는 시교육청이 ‘심화반’ 명칭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자 ‘수박반(수능대박반)’으로 이름만 바꿔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반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교사가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학생부터 밥을 먹게 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전주·광주·마산/창원·울산·부산·대구·안동 등 남부 7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학교에서 △성적우수자를 위한 기숙사 운영 △자율학습 강제참석 △고등학생 토·일요일 등교 △성적우수자 특별반 운영 △인권위에서 금지한 합격현수막 게재 △성적순 도서관 자리 지정 표시제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럴 현상을 두고 ‘말문이 막힌다’고 해야 하나? 언론사가 폭로한 얘기가 아니다. 그 잘난 공중파며 수많은 신문사들은 왜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그것도 전국상황이 아니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남부 7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다. 전국을 대상으로 모두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또 한 가지... 학생들은 왜 이런 현실을 침묵하고 있었을까? 초등학생은 그렇다 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잔인(?)한 짓을 하는 현실을 중·고등학생들은 왜 벙어리가 됐을까? 학부모들도 그렇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부모는 특혜를 누리는 대접을 받으니까 그렇다 치고 피해자 부모들은 왜 침묵하고 있었을까? 참고 견디면 내 자식에게도 그런 행운(?)이 돌아 올 것이라고 기대해서일까?

교사들은 어떤가? 교육자라면서 그것도 수천수만의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반교육적인 참담한 현실을 왜 침묵하고 있었을까? 이런 일을 기획한 교장들은 정말 법도 양심도 없는 파렴치한들일까? 참교육을 한다는 전교조 교사들도 있었을 텐데 그런 현실에 침묵한다는 게 공범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언론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침묵하면서 저질러진 천인공노(?)할 범죄를 가능케 한 원인제공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마디로 진단하면 ‘내 자식과 내 제자를 출세시키고 싶은 학부모와 교사, 이런 현실이 돈벌이에 유리하다는 사교육과 이해관계가 무관하지 않은 언론’, 교육을 상품으로 만든 교육부가 만든 합작품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학교폭력의 잔인성을... 그런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학교를 보자. 학교폭력이 어디 학생들끼리 저지르는 왕따나 주먹질뿐일까?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면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는가?


수천억의 예산까지 투입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던 정부나 사회단체들은 이런 사건을 보고 뭐라고 할까? 그건 폭력이 아니라고 할까? 초등학교 2학년학생을 성적순으로 밥을 먹이는 걸 교육이라고 강변할까? 유부남 유부녀가 존경받는 현실을 경쟁을 위해 필요악이라고 할까? 설마 이런 현실을 두고 냉엄한 현실에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변명하는 파렴치들은 없겠지...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람들은 작은 것에 분노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을 본질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란 교육하는 곳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학교가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서열을 매기는 경쟁이 목적이 됐다면 이는 학교가 아니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밝힌 현상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잘 받아 학급에서 또 전교에서 ‘일등’ 하는 것... 그래서 서울대학, 고려대학, 연세 대학 몇 명 더 입학시키는가 여부가 교육의 목적이 되고 학교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헌법이나 교육법, 교육과정이라는 게 버젓이 살아 있는데 교육과정은 뒷전이 돼도 좋다? 학교니까 인권 따위는 유린되어도 좋은가? 교육이니까? 정말 그럴까? 무법천지가 된 학교, 분명히 교육목적이 있고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목표가 따로 있는데 그런 모든 것이 무시되고 오직 ‘일등지상주의’로 향해 치닫고 있는 막가파식 반교육을 가능케 한 이유가 그게 전부일까?

<이미지 출처 :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사회도 학교도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도저히 있어서도 안 될 일... 그런 일을 학교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을 상품이라고 보는 교육관 때문이다. 아무리 사악한 자본주의라도 물과 공기만은 돈벌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과 공기.. 그것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교육도 그렇다. 물과 공기, 그리고 교육을 상품으로 규정하면 돈이 많은 사람은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를 사 마시고 돈이 없어 물과 공기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은 숨도 쉬지 못하고 물도 마실 수 없으면 죽어야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의료도 그렇다. 그게 돈벌이의 대상이 되면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온갖 술수를 부려 상품으로 포장해 돈많는 사람에게는 고급상품을 가난한 사람에게는 저질상품을 수요하게 만들어 놓는다.

자본주의니까 가능한 일이다. 교육을 상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급자는 정부와 학교가 수요자는 학생과 학부모다. 1997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을 상품으로 규정한 수요자중심교육을 고시로 발표하면서 부터다. 교육을 상품이라고 하기 전부터 대한민국에는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었다. ‘서울대학’이라는 병이다. 서울대학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만 나오면 출세가 보장되고 사람의 인품까지 달라지게 만드는 이 모순을 언제까지 모른 채하고 살아야 하는가? 학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교육자가 교육을 포기하게 하고, 언론을 침묵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학벌사회다. 일등 지상주의가 지고지선이 된 사회, 교육이 상품이 된 사회에서만 가능한 현상이다. 누가 이런 학벌사회를 두고 학교에만 돌을 던지겠는가?
 

☞ 이 기사는 맑고 향기롭게(2014년.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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