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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입시

수능날 아침, 늙은 교사의 참회

by 참교육 201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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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전국 85개 시험지구 시험장에서 65747명이 오전 8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치러졌다. 수험생의 등교시간대에 관공서와 기업체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지고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증편되는가 하면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오후 110분부터 135분까지 25분간은 비행기 이착륙까지 금지됐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같은 날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라는 청소년단체에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누군가는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학교와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며, 입시와 취업만을 위한 교육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학교를 평준화 하고 교육을 평등한 권리로 만들며, 학력과 성적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합니다. 사람을 이윤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사회를 바꿀 것을 주장하며, 사람들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복지제도와 자유로운 공동체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미지 출처 : 고발뉴스- 수능날 아침 청소년 3명 “경쟁 강요하는 입시 거부” >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자기의 탓이요, 무식하고 못난 것도 자기 탓이라는 현실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이날 65747명을 한 줄로 세우는 거국적(?)인 행사에 이들의 소리를 귀 기울려 들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유명한 공중파며 신문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발표하는 수험생 유의사항이니 올해 수능은 작년보다 쉽게 출제했다느니 고득점 받는 비법(?)을 전해주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학교와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틀린 말인가? 이 땅의 청소년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학력과 성적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틀린 말인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이윤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입시와 취업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오늘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포기하라는 야만적인 폭력을 언제까지 참고 견디며 희생물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1969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경북 칠곡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교사가 됐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살길을 찾다 당시 먹고 살길이 없으면 선생질이라 하지...’하던 시절, 선생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이 아닌 단과대학 이상 학력이면 누가나 지원이 가능한 교사양성과정을 거치고 성적순으로 발령을 받았다. 가장 성적이 좋은 수료자는 대구 시내에 한사람, 그리고 다음 성적순으로 경산군, 칠곡군, 달성군...에 발령을 냈다. 성적이 나쁜 수험생은 만만한 시골학생이나 가르치라는 뜻이었는지...

 

<앞줄 제일 왼쪽이 필자>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교과서만 잘 가르치면 훌륭한 교사가 되는 줄 알았다. 교장의 명에 따라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하는 교사가 교원평가를 잘 받고 승진하는 구조에서 교무실 자리배치까지 호봉순으로 앉아 교장의 명령이 법이었던 시절, 그렇게 교사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것은 중등학교에 가서 윤리를 가르치면서부터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게 윤리요 도덕인줄 알았는데 윤리라는 과목은 온통 김일성이 가짜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국사책은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가르치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한 학급에 70명이 명이 넘는 교실에 한 주일에 35시간까지 수업을 해야 하는 학교에서 불만을 말하거나 의의를 제가하면 문제교사가 됐다. 참담한 교육현장에서 아니오!’라고 했다는 죄목으로 문제교사가 됐다. YMCA 중등교육자협의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찍혀 요주의인물이 되고 교사협의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도장 하나만 찍으면 생존권이 보장되는데 바른말을 한다는 이유로 양심을 속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직에서 내쫓겼다.

 

 

<http://media.daum.net/editorial/editorial/newsview?newsid=20061110190209891>

 

 

어렵사리 복직을 했지만 요주의인물이라는 이유로 공휴일 생활까지 감시당하고 시말서와 각서를 요구당하면서 살아왔다. 시민단체에 그리고 얼론 관련 단체에 가입해 참담한 학교현장을 고발했지만 학교는 달라지기는커녕 하나도 바뀌는 게 없었다. 삶을 가르치는 교육,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줄로 세우는 입시가 교육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문제교사라는 딱지뿐이었다.

 

끝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교사로 정년을 맞으면서 남들이 받는 훈장까지 거부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는 학교, 경쟁교육, 한줄로 세우는 수학능력고사.... 퇴임한 지 8. 나는 잘못된 교과서를 열심히 가르친 죄인이다. 수능일이 되면 아이들 앞에 나는 부끄러운 교사다. 언제쯤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 될까? 언제쯤이면 학교가 입시와 취업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날까? 언제쯤이면 사람이 이윤을 위한 도구가 아닌 사람이 사람 대접받든 사회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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