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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부시에게 신발 던지고 영웅이 된 사나이

by 참교육 2008.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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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던진 사건이 장안에 화제꺼리가 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검찰 간부가 대낮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민원인이 휘두른 공구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력사건을 얘기하자면 세월이 좀 지나긴 했지만 성균관대의 김명호 교수의 석궁테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힘 앞에 온몸을 던진 사건(?) 중 코믹한 사건도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Blair) 전 총리는 이혼남 단체 회원들로부터 자신들과 이혼한 아내가 양육하는 자녀에 대한 접견권 확대를 요구하며 밀가루가 든 콘돔을 던져 화제가 됐던 일도 있다.

                                                <사진 자료 : 한겨레신문에서>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이들 사건은 모두가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한 가지는 약자가, 그것도 지고의 권력에 저항한 용감한 행동(?)의 원인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점은 토니 블레어는 즉석에서 주먹으로 범인을 응징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지만 석궁사건의 김명호교수는 대법원에서 4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고 현직부장검사에게 공구를 휘두른 한모(47)씨도 중형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14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던진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자이디(28)도 최소한 2년이상의 징역형을 면키 어렵겠지만 아랍 세계에서는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자이디는 왜 하필이면 신발을 벗어던졌을까? 아랍 세계에서는 누군가에게 신발을 던지거나 신발 밑바닥을 보이는 것을 ‘최고의 모욕이자 경멸의 표현’이라고 한다. 알자이디는 그 덕분(?)에 벗어던진 신발 한 짝을 10만달러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라크에서는 알자이디를 위한 대규모 무료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있고, 시리아에서도 변론을 자원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 세계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알자이디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는가하면 바그다드의 사드르에서는 시위대가 미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억울한, 정말 어디서 하소연할 곳도 없이 당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안중근의사나 알자이디의 경우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국가나 민족을 위한 거사(?)였기에 지지자나 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추앙을 받고 있고 그럴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현직부장검사에게 공구를 휘두른 한모(47)씨의 경우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겠지만 석궁사건의 경우 ‘사법테러’니 ‘김명호는 무죄’라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 되고 있다. ‘자력구제’를 정당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법에 의해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참고 당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약자의 최후 보루가 되는 법조차 강자의 편에 섰을 때 순순히 준법정신을 발휘해 참는 것이 옳을까?

‘모든 폭력은 악이다’라는 명제는 진리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법이란 강자의 편이였고 앞으로 그럴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법이 지향하는 ‘정의와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 무너졌을 때,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을 역사는 ‘영웅’으로 추앙하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현대사교과서’사건만 봐도 그렇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학자들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판단한, 그래서 교과서로 채택돼 멀쩡하게 사용하던 교과서가 어느 날 갑자기 빨갱이가 만든 좌익서적이 되는 현실을 보고도 온 몸 던져 막는 학자는 우리나라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부자에겐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면서, 가난한 이들에겐 최저임금을 깎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가 당하는 걸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신발을 던지겠다는 무모한 기자(?)도 없겠지만 혹시나 “야 이 ×××!”라며 욕이라도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라도 하지 않을까? 부시에게 신발세례를 준 기사를 보다가 나는 생뚱맞게 이런 생각을 했다. 하긴 그런 정신을 가진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대통령이 대운하사업을 4대강 유역개발사업이라고 국민들을 속이면서까지 강행할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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