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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8살은 정치 판단능력 없다”, 정말 그럴까?

by 참교육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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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은 정치 판단능력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정쟁의 쟁점이 됐던 선거연령 19세 제한’과 오후 6시 투표마감을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18살에게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는가‘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며 현재 19살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한 공직선거법 제15조 규정에 대해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왜 선거연령 19세 제한만 합헌일까?

 

현재 주민등록증 발급연령은 만 17세, 공무원 임용과 혼인·유해한 작업장에서의 근로·병역의무·공무원 자격·운전면허 취득 등의 자격은 만 18세부터 가능하다. 그런데 선거에 한해서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만 18세 이하인 청소년은 법적인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며, 정당가입이나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다.

 

이란은 15세, 오스트리아나 니카라과, 쿠바, 브리질, 소말리아는 16세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 북한과 인도네시아, 수단, 동티모르는 만 17세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 미국·독일·영국·프랑스·호주·뉴질랜드·캐나다·노르웨이·네덜란드·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선거권을 18세부터 부여하고 있다. 선관위가 세계 13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6.9%에 달하는 113개국이 선거권을 18세부터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호주·스페인·독일·뉴질랜드·노르웨이·중국 등은 선거권만이 아니라 피선거권까지도 18세부터 부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헌법 24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독자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면서 어떻게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게 하는 병력의무를 지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결혼을 하고 어떻게 가정을 꾸릴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도 지난 96년 선거연령에 관한 결정에서 "(20세는 입법정책상의 선택이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18~19세 연령층의 국민은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최소한의 능력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지난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판결이기도 하다.

 

18세가 정말 판단 능력이 없을까? 그렇다면 이란은 왜 15세에 쿠바와 브라질, 소말리아 같은 나라는 왜 16세, 북한은 왜 17세에 선거권을 주는가? 스위스의 유명한 인지발달심리학자인 장 피아제는 '사람은 15세 정도면 이미 성년과 같은 정도의 인식 틀을 형성하게 되고, 그 이후로는 정보의 양과 내용이 풍부해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이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60대, 70대 이상의 노령층이 19세 청년의 정보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판단력이 뒤진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오스트리아나 니카라과는 왜 16세에, 북한은 왜 17세에 선거권을 허용하고 있는데 유독 남한의 19세 미만의 젊은이들만 ‘정치 판단능력 없다’는 판단은 온당한 결정인가?

 

'오후 6시 투표 마감 합헌' 헌재 결정. 일용직 근로자와 소수자 권리보호 가능할까? 

 

헌법재판소는 투표시간을 선거일 오후 6시에 마감토록 한 공직선거법 1551항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의 합헌결정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근로자의 권리 보잘할 수 있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1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599만5000명으로 건설현장이나 각종 프리랜서, 하도급 직원중 정규직 분류 근로자, 준일용직 300~400만명까지 모두 합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10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투표시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은 왜 오후 6시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했을까?

 

노동자들의 권익과 근로시간이 보장된 영국과 이탈리아는 밤 10시까지, 캐나다는 저녁 8시 30분까지, 러시아와 스웨덴, 일본은 저녁 8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 주별로 선거법이 다른 미국 뉴욕 등 대부분의 주도 저녁 7시- 밤 9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나 일용노동자들이 많은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투표권을 없는 오후 6시까지가 왜 합헌이 되어야 하는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군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을 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할 정도로 정치의식이 높은 학생들에게 ‘18살은 정치 판단능력 없다’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국민의 권익을 지켜야할 헌법기관이 시대변화와 세계사적인 조류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해 국민의 주권을 침탈한 문제를 놓고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집권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국민의 권리행사를 제약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다. 헌법기관이나 국가기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권리행사를 못하는 나라에 어떻게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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