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교육부장관이 ‘5·16군사정변’을 놓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5·16과 5·18이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대립된 이슈라고 생각하느냐. 5·16은 군사정변이냐, 구국의 혁명이냐”는 질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장관의 5.16, 5.18에 대한 정체성확인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리에서도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양해를 바란다”고 말해 교육수장으로서 자질을 의심받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교과서에 기술한데로 ‘5.16은 군사정변이요, 5.18은 민주화운동’이라고 답변은 했지만 불편한 심기는 그대로다. 그가 5.16이나 5.18에 대한 답변을 소신대로 못하는 이유는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만신창이 되고 있다. 일베의 막말파동, 조중동의 역사왜곡,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교학사)의 검정심의 본심사 통과 등등... 일제시대는 축복으로, 광주는 북괴군의 개입으로, 5.16은 혁명으로 공공연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유신시대 관료, 박정희시대 개발논리가 목소리를 내고 사이비역사학자들은 때를 만난 듯 기고만장이다.

 

 

 

수구세력의 역사왜곡으로부터 우리역사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학교에서의 역사교육은 사건중심의 역사다. 원인, 경과, 결과로 나눠 시대별로 사건을 암기하는 게 역사공부의 전부다. 선사시대부터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로 훑어 내려오면서 건국과정에부터 통치조직, 관료체제, 문벌귀족, 외교관계, 종교, 문화... 에 대한 사건이며 자료를 빠짐없이 배운다.

 

역사적 사실을 많이 기억하는 학생이 역사공부를 잘한 학생일까? 시험을 위해 배운 공부는 시험이 끝나면 끝이다. 역사 지식을 많이 암기하고 있는 학생이란 퀴즈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는 있지만 역사를 보는 안목이나 역사의식은 제로다. 역사공부는 과거에 있었던 구체적인 사건을 모두 배울 필요가 없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가치 있는 사실(史實)을 통해 오늘을 사는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지식이란 나와 무관한 역사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첫째, 나와 무관한 역사는 역사로서 의미가 없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 일어났던  사실(事實)을 모두 외울 필요가 없다. 내가 알아서 살아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史實)을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역사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역사공부란 내가 소외된 역사, 양반중심의 역사, 서울중심의 역사... 그런 역사를 교과서대로, 하나라도 더 많이 외워야 좋은 점수를 받는게 역사공부라고 가르치고 있다.

 

역사공부는 나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 또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나를 찾는 작업... 그것이 역사공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가족의 역사, 우리고장의 역사부터 배워야 한다. 내가 빠지고 내 가족, 우리고장과 무관한 역사가 애정이나 관심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실종된 역사는 역사로서 가치가 없다.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샅샅이 공부했지만 시험이 끝나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면 그런 역사적 지식이란 시험용일 뿐이다. 선조들이 우리역사와 문화를 가꾸고 지키는 삶을 배우면서 내가 역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부채의식(역사의식)을 깨닫지 못한다면 역사공부란 헛수고로 끝날 뿐이다.

 

둘째, 제대로 된 역사는 사관(史觀)부터 가르쳐야 한다. 

 

똑같은 사건을 다른 모습으로 비춘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1135년에 일어난 ‘서경천도운동’의 경우, 옛날 고등학생들이 배우던 교과서에는 ‘승려 묘청 등이 금국정벌론과 서경천도론이 개경 귀족들의 방해로 무산되자 서경(西京)에서 국호를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 군호(軍號)를 천견충의군(天遣忠義軍)이라 하여 대위국(大爲國)을 선언하고 일으킨 반란이다.’라고 기록했다.

 

그런데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 사학의 선구자인 단재 신채호선생은 ‘서경천도운동’을 두고 '조선역사상 1천년래 제1대 사건'이라 했다.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의 실상은 ‘낭가(郎家)와 불교 양가 대 유교의 싸움이며, 진취 사상 대 보수 사상의 싸움이니, 묘청은 전자의 대표요 김부식은 후자의 대표였던 것이다. 묘청이 패하고 김부식이 이겼음으로 조선사가 사대적, 보수적, 속박적 사상인 유교 사상에 정복되고 말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왜 똑같은 사건이 하나는 ‘난(亂)으로 또 하나는 ’일천내 일대사건‘으로 달리 보게 되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역사를 어떤 안경으로 보는가하는 사관(史觀)의 차이다. 같은 물이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물체의 형태가 다르게 보이듯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역사에는 수많은 민란(?)이 있었다. 양반중심의 사관에 따르면 무지랭이 민초들이 일으킨 난(亂)일뿐이지만 민중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민초들의 권리찾기 항쟁이요, 민중의 정당한 유구다.

 

사관이란 역사를 해석하는 기준이다. 서경으로 서울을 옮기는 일 하나를 두고 한쪽에서는 ‘난’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1천년만에 있을까말까한 대 사건‘으로 보는 차이만큼이나 다르게 보이는 게 사관이다. 이렇게 역사란 황국신민화라는 식민사관도 있고 왕이나 귀족이 역사창조의 주인이라는 왕조사관도 있다. 민중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보는 민중사관도 있고 민족주의사관, 유물사관 불교사관, 기독교사관... 등 다양하다.

 

실제로 우리역사에 임금님의 역사, 양반의 역사는 있지만 서민의 역사, 민초들의 역사는 없다. 서울의 역사는 있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사는 없다. 왕의 생각, 양반의 생각을 나의 생각으로 만드는 역사란 나를 위한 역사공부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로서의 역사일 뿐이다.

 

 

골품제의 경우를 보자. 골품제란 ‘공복(公服)의 빛깔, 착용할 수 있는 옷감의 종류, 관(冠)의 재질, 요대(腰帶) 및 신발의 재질, 수레에 사용하는 장식품의 종류, 일상생활의 용기까지도 골품에 따라 차등 있게 구분하였다는 것까지 상세히 배우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는 계급 없는 평등사회인지 부모의경제력으로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양극화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과거의 사실(史實)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해석해 내는 일.. 그것은 제대로된 사관을 배울 때 가능한 얘기다. 사실이 모두 과거에 있었던 사실(事實)로 파지(把持)의 대상이라면 그런 지식이란 시험 점수를 높게 받을 때나 필요할 뿐이다.

 

내가 실종된 역사. 사관 없는 역사를 안다는 것은 무의미철자를 암기한 것이나 진배없다. 친일사관으로 씌여진 역사, 양반이 역사의 주인인 역사는 삶의 안내자가 될 수 없다. 내일의 주인공들에게 사관없는 이데롤로기로서의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교육은 이제 그쳐야 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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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르침을 주시는 글 소중히 담아 갑니다^^

    2013.06.18 07: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박근혜대통령이 북침이라는 말에 발끈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북한이 침략했이 북침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역사를 이념으로 가르치려는 것은 안 됩니다. 선생님 그리고 서경천도 운동은 1835년이 아니라 1135년입니다.

    2013.06.18 08:24 [ ADDR : EDIT/ DEL : REPLY ]
  3. 소중함을 모르는 우리여서 큰일입니다.

    잘 보고가요

    2013.06.18 0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이 역사 교육인데,
    말씀하신 것 처럼 지금의 역사 교육은 지배세력 중심의 역사를 ...
    그것도 시험을 위한 암기식으로만 배우는 것 같습니다.
    몇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단순 암기 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 사건 이후의 변화를 함께 살피면
    아이들 스스로 역사 교육을 통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던데요...

    2013.06.18 10:16 [ ADDR : EDIT/ DEL : REPLY ]
  5.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 역사교육 제발 말씀하신 것과 같은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2013.06.18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었는데.... 교안(!)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아~^^
    갖다 교안으로 쓰겠습니다~

    2013.06.18 11:38 [ ADDR : EDIT/ DEL : REPLY ]
  7. 왕릉에 갔을때요... 왜 왕은 무덤을 남기면서 이렇게 으리한 집처럼 지어 놓고 옆에서 보지도 못하게 하면서
    서민들은 이름표 하나도 제대로 없냐고 묻더라구요. 그때 난감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편에선, 힘있는 자의 기록이란 의미가 사무치게 느껴지더라구요.

    2013.06.18 12:18 [ ADDR : EDIT/ DEL : REPLY ]
  8. 유치원때부터 역사 공부를 시키고 , 문화재를 차근차근 중요한 것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2013.06.18 18: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리키

    좋은글, 맘에 새길만한 글이라 생각함.
    근데, 언제나 드는 궁금증 하나..
    역사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인데,
    물론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뉠수 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개인적인 역사관이니까..
    헌데, 문제점을 들추어내어 개선하고자 하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좋은 훌륭한 점도 함께 적시하여 문제는 개선하고 계승발전시킬 점도 함께 거론해야 형평에 맞을 듯..
    항상 보아도 어느한쪽에만 치우쳐서 문제제기를 하니 폭넓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 ㅜㅠ
    "역사란 시간의 흐름"이므로 보는 이의 주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나 공동체생활을 지금껏 꾸려왔던
    민족(?)이나 시민에게는 진보적 관점 뿐만 아니라 보수적 관점에서도 지적함이 있어야 어울림이 있을듯 함.
    적절한 예는 아닐 수도 있으나, 참교육을 표방했던 전교조가 국민들로부터 배척받는 이유를 분석해야 할것.

    2013.06.18 20:12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신채호 선생님

    신채호선생님이 떠오르는군요~...

    2013.06.18 20:57 [ ADDR : EDIT/ DEL : REPLY ]
  11. 나라가 막장으로 가네요 ㅜ.ㅜ... 어쨌건 즐거운 한주 되세요 ~

    2013.06.18 2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2013.06.19 13:4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