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왕따 자살, 폭력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고, 선생은 벌점 주러 등교하는 무기력한 직장인이 됐고, 부모는 자식의 신분상승을 위해 뭐든 하는 폭군일 뿐이다....’
‘학교 2013’ 기획의도에 나오는 얘기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고남수와 박흥수의 모습을 본 학부모 시청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우리 아이는 저런 문제아와는 상관없어!’
‘사랑하는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는 저런 아이들이 없을 거야!’
이렇게 안심 할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이 학교는 인문계 학교다. 학부모들이 보기는 ‘저게 학교냐?’고 할 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저 정도는 모범학교다. 주인공인 고남수를 비롯한 몇몇 문제아(?)만 빼면 지극히 발랄하고 착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다. 이 학교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학부모들에게 실업계 학교의 속살을 보여 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교과서도 공책도 필기도구도 없이 빈 가방을 메고 다니는 등치 큰 골빈 아이.... 꿈도 희망도 목적도 없이 학교에 등교하자말자 팔베개를 하고 잠자는 아이들...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졸업장이 필요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불행한 청소년들.... 이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사랑하는 내 아들 딸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까? 아니 공부가 되기는 할까?
“넌 그런 거 몰라도 돼, 공부나 열심히 해!”
부모들은 성장과정의 아이들이 집안일에 관심을 가지거나 혹은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이성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력이면 부모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고 그런 자녀가 걱정 돼 부모들이 하는 말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 시작할 나이에 부모는 그들의 곁에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가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학교. 학교에서 학원으로 개미쳇바퀴 돌듯이 쫓기는 아이들... 또래들과 만나 우정이 뭔지, 사회성이 형성 될 때 친구와 놀 시간을 빼앗고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해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넌 그런 거 몰라도 돼, 공부나 해’라며 윽박지르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한 생활인으로 자랄 수 있을까? 도대체 학교가 무너졌다느니 교육의 위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무너진 학교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자식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특수목적고처럼 일류대학을 가는 학원화된 학교도 있지만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볼 수 있는.. 아니 그 보다 철저하게 더 무너진 교실이 오늘날 학교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그렇게 오매불망(寤寐不忘) 바라는 그 공부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학교는 시비를 가리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 해서는 안 될 일, 사람답게 사는 길, 자녀로서 부모에게, 주권자로서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친구나 부모나 이웃이... 우리 문화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지식만 있고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안목(세계관, 정서)을 길러주지 못하는 학교에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평생 노동자로 살아가야 할 제자에게 노동법도 노동3권이 무엇인가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며느리로 살아 갈 여학생에게 고부간의 갈등이란 게 무엇인지, 상업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킬 먹거리를 찾는 지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민주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제자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도 민주의식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게 학교다.
받아쓰기 점수, 수학문제 풀이 몇 점, 기말고사에서 등수가 몇 등 더 올랐는가의 여부가 부모들이 그렇게 원하는 공부인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자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 하는 것은 과욕이다.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정상화가 먼저다. 사랑하는 자녀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를 원하거든 세상을 보는 안목, 철학을 가르치자는 교육과정 개정운동이라도 벌이는 게 게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
-이미지 : 출처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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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철학이 없은 교육을 허울 좋을뿐이죠.
하지만 현실은 이 이상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저 스스로 자신의 아이를 잘 가르치는 수밖에 없어요...
답글
학생들 의사를 충분이 받아주는 그러한 교육환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한주 여세요.^^
답글
심각합니다. 솔직히 저도 기말고사 성적에 따라 마음이 왔다갔다합니다.
답글
공부 교육... 어려운 문제같아요. T,,T
답글
부모는 어쩔 수 없이 강요된 교육현실의 가장 큰 고객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식하고 느끼면서도 부모라는 이유로 나몰라 할 수밖에 없고 그런 현실에 자식을 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 이런 교육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부모는 수익없이 투자에만 올인하는 주식시장의 개미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답글
오늘 써 주신 글을 읽고는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다고 자부했던 저도 공부라는 끈만은 놓지를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참...어렵습니다.
답글
모든것을 성적위주로 판단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한 슬픈현실 같아요.
저는 조카들에게 친구들 많이 사궈라고 합니다.
공부는 보통만 해도 된다고 하지만
부모들은 안그런가봐요.
답글
요새도 그런 말을 서슴치 않는 부모들이....
아마 있겠지요. 그리고 요즘 청소년들.. 갈만한 학원은 너무 많은데 놀만한 장소는 너무 없습니다.
당구장, 노래방, 피씨방.. 아니면 집에서 스마트폰질...
저는 90년대가 그리워요 ^^
답글
요즘 들어 창의성을 없애는데 나또한 한몫을 하고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하자, 그걸 왜 그렇게 했어 이거 아냐?, 남들 하는 데로 비슷하게...
그랬거든요. 울 작은애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몰라도 되니까 네 할일만 하지? 가끔 제가 그러거든요.
그래서 반성합니다....
답글
부모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아이들은 다른 모습으로 자라지요.
꽃 피는 것도 보여주고 잎 지는 이치도 가르쳐주구요.
힘든 아이, 도와줘야 하는 이유도 깨닫게 해주구요.
이 모든 것 다 생략하고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니
오늘 날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 되었겠지요?
답글
철학...
철학도 시험과목으로 만들듯...
답글
트위터에 퍼가요~ 링크 가져가께요~
답글
이 드라마를 빠짐없이 보지만, 학교가 참 문제가 많은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답글
이런 이야기를 수도없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학교든, 집이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지요.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가 생각되네요.
커서 돌아보니,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필요한 건 학과 성적만이 아닌데 말이죠.
답글
제가 학교라는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위에 말씀하신 모든 내용에 격하게 공감하고 지나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처음 으로 발도장 찍고 갑니다,구벅
답글
저도 이것이 한국 교육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인것 같습니다,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네요.
답글
목표가 없이 공부하는 것도 참 문제있다 생각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