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실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공부를 하는 학생은 별로 없고 엎드려 자는 아이, 옆짝지와 끊임없이 소곤거리며 잡담을 하는 아이, 책상 속에 손을 넣고 열심히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아이... 몇몇 아이들만 선생님 강의를 듣고 있다.
교재는 학기 초 한 두달 만에 줄을 긋고 지나가고 자율학습시간에서부터 정규수업시간, 야간자율학습시간까지 부지런히 문제집 풀이를 하고 있는 게 우리네 교실의 모습이다. 교육위기시대를 맞아 교사들의 자질을 향상시킨다며 교원평가를 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높인다며 전국단위 학력고사를 실시해 개인별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로 서열을 매겨 공개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개미 쳇바퀴돌듯하는 학교생활은 아이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혹은 폭력으로 혹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만해도 6만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교 밖을 떠돌고 있는 10대 아이들의 누적 숫자가 한 해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교육은 뒷전이고 문제풀이만 하는 학교... 어쩌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학교위기, 교육의 없는 교실은 만든 장본인은 누굴까? 따지고 보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도 없는 책임이 전햐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학교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에 있다.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몇가지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제 1차 교육과정기(1954~1963) 1954년 4월 20일 문교부령 제 35호로 ‘교육과정 시간 배당 기준령’이 제정·공포,
제 2차 교육과정기(1963~1974) - 생활(경험)중심 교육과정
제 3차 교육과정기(1974~1981) - 학문중심 교육과정
제 4차 교육과정기(1981~1987) - 인간중심 교육과정
제 5차 교육과정기(1987~1992. 6) - 통합적 교육과정
제 6차 교육과정기(1992~1997) - 통합적 교육과정
제 7차 교육과정기(1997~) - 통합적 교육과정(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 선택중심 교육과정, 수준별 교육과정)
2009교육과정 - 수준별 선택형 교육과정의 완성
우리나라 교육과정 변천사다.
교육과정이야 지식량의 폭증과 학습내용을 재구성하기 위해 바꾸는 게 당연하지만 교육과정을 바꾸는 정부의 교육관이나 철학이 문제다. 국민 모두가 느려야할 보편적인 권리인 교육을 신자유주의 시류에 편성에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수월성중심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았다.
교육과정이란 교육의 지침서다. 교육과정 정상화가 학교를 살리는 열쇠다.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시, 감독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교과부에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입으로는 교육과정 정상화를 말하면서 실은 전국단위학력고사를 시행하고 학생 개인별,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 서열을 매겨 발표해 교육황폐화에 앞장 서 왔다.
▲1980년 7월 30일 ‘과외전면금지
▲80. 8월 8일 과외단속 지침 시행 -개인 및 집단과외.학원과외 금지 -학교 보충수업 폐지,
▲80. 8.27 학교내 예.체능 집단 실기지도 허용,
▲81. 3.30 유사 과외교습 규제 -학습지.수험지.녹화테이프 판매 금지,
▲81. 7.14, 예.체능계, 기술.기능계, 웅변, 꽃꽂이 등 취미분야에 한해 재학생 학원 수강 허용,
▲82. 7.13 재학생의 어학계.고시계 인가학원 수강 허용,
▲83. 8.12 학습부진학생(하위 5%) 보충수업 허용,
▲84. 1. 6 학습부진학생(하위 20%) 보충수업 허용,
▲84. 4. 6 고3학년 학생 겨울방학중 사설 외국어학원 수강 허용,
▲88. 5. 6 학교 보충수업 부활
▲89. 6.16 학습용 녹화테이프 제작.판매.대여 허용, 대학생의 비영리적 과외교습 허용 o초.중.고교 재학생의 방학중 학원수강 허용,
▲91. 7.22 보충수업 운영, 학교장에게 일임 o초.중.고교 재학생의 학기중 학원수강 허용,
▲96. 3. 1 대학원 재학생의 비영리 과외교습 허용,
▲98. 8.12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단계적 폐지안 발표 -99학년도부터 중학생과 고교1년 대상, 2001년부터 완전 폐지,
▲2000. 4.27 헌법재판소, 과외금지 위헌 결정
과외정책 변천사다.
‘입시교육의 천국, 사교육천국’ 한국의 교육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교육과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과정을 지배한다. 일류대학 몇 명을 더 입학시키는가에 따라 일류고등학교, 명문고등학교가 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말로는 교육과정 정상화를 말하지만 그런 걸 지키는 고등학교는 눈닦고 찾아봐도 없다. 입시경쟁체제에 따라 사교육비가 좌우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앞장서 주도한 책임이 교과부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 예비고사기(1945~1981)
1. 1945~1953년 : 대학별 단독고사,
2. 1954년 : 국가연합고사, 대학별 고사,
3. 1955~1961년 : 대학별 고사 위주, 고교내신,
4. 1962년 :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
5. 1963년 :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 대학별 본고사
6. 1964~1968년 : 대학별 단독고사,
7. 1969~1972년 : 대입예비고사, 대학별 본고사,
8. 1973~1980년 : 대입예비고사, 대학별 본고사, 고교내신, 9. 1981년 : 대입예비고사, 고교내신,
■ 학력고사기 (1982~1993년)
10. 1982~1985년 : 대입학력고사, 고교내신,
11. 1986~1987년 : 대입학력고사, 고교내신, 논술고사,
12. 1988~1993년 : 대입학력고사, 고교내신, 면접고사,
■ 수능 이후기(1994년~현재)
13. 1994~1996년 : 대학수학능력시험, 고교내신, 본고사,
14. 1997~2001년 : 대학수학능력시험, 학교생활기록부, 논술고사,
15. 2002~2007년 : 대학수학능력시험, 학교생활기록부, 대학별 자율결정,
16. 2008~현재 : 수능등급제, 내신등급제, 대학별 자율결정
입시제도는 해방 후 무려 16차례나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3년 여만에 한 번씩 바뀌었다. 워낙 자주 바뀌어 진로지도를 하는 교사나 담임 외에는 잘 모른다. 안정이 될만 하면 바꾸고 또 바꾸고... 학부모와 수헙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모를 지경이다. 교육과정에도 없는 문제를 출제하는가 하면 입학사정관제라는 제도까지 고안해 가난한 집안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969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가 도입된 이래 1974년에 고교평준화가 전면 도입된다. 제도 시행 이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교 진학 자격시험인 연합고사 성적(200점 만점)이 1974년 평균 171점에서 1975년 154점, 1976년 150점으로 곤두박질친다. 말로는 평준화지역조차 선지원 후추첨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다 결국은 연합고사를 다시 부활시키는 웃지 못한 변덕이 벌어지고 있다.
학력과 점수도 구별 못하는 교과부, 교육을 살려야 할 교과부가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도입,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실패를 경험하게 하는 잔인한 정책파괴정책을 남발하면서 입으로는 공교육정상화를 말하고 있다. 내 자식 출세시키기 위한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학부모, 무너진 학교를 살릴 생각보다 승진이나 꿈꾸는 교사, 학생들은 학교적응을 못해 학교를 뛰쳐나가 방황하고 있다. 언제까지 교과부 장단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들러리를 써야 하는가?
-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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