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잇단 자살을 두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 했던 말이다. 본인의 급여나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가 입사 시 신원 보증인이나 연대보증인, 심지어 본인이 가입한 모든 금융상품에 까지 가압류를 해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노동자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대한 차이는 엄청나다. 대학수학능력고사를 치르고 난 고 3학생들에게 정상수업을 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내는 교육부의 시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배우던 책까지 폐, 휴지처리장으로 보내고 빈손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정상수업 하라면 욕먹어도 싸다. 배울 의욕도 가르칠 것도 없는 학생들을 왜 붙잡아놓고 졸업을 시키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수능이 끝난 3학생들은 졸업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 첫째 이유는 교육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말이나 가방 색깔까지 규제하던 교칙은 수능이 끝나기 바쁘게 3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능 전까지 5분만 늦으면 벌점을 받거나 운동장 돌림을 당하던 교칙은 수능 끝난 이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무용지물이다.

 

일관성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어제까지 A가 오늘은 B가 될 수 없듯이 어제까지 지켜야 하던 교칙이 오늘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면 기회주의자로 만들거나 이중인격자로 키우는 반 교육이다.

 

후배들에게도 이런 모습은 교육적이지 못하다. 머리에 염색까지 하고 책가방도 없이 슬금슬금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아예 등교하지 않고 대학이 제공해 주는 교통편을 이용해 입시설명회장으로 직행하기도 한다. 통제나 길들이기를 위한 교칙은 폐지해야 한다. 일류대학 입학이 목적이었던 학교라면 수능이 끝나면 당연히 졸업을 시켜야 옳다. 그러나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팽개치고 입시설명회나 자연보호활동, 미용강좌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이다.

 

 

아까운 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고 인생의 황금기인 청소년기에게 무려 4개월이라는 공백을 준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손해다. 전국의 수십 만 명의 수험생이 방황하는 4개월 간의 공백을 방치해서는 국가적인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도하던 수만 명의 교사들도 가르칠 대상이 없다. 수업도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침묵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수십 년 간 반복되어 온 상식이 통하지 않은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사회가 학교다. 사실상 졸업한 학생을 붙잡아 놓고 등록금을 내게 하고 출석일수는 채우는 졸업생관리가 그렇고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학생생활지도 규정이 그렇다.

 

학생생활지도를 한다면서 가치내면화가 아니라 들키는 순간부터 죄인이 되는 통제와 단속 위주의 생활지도가 그렇다. 잘잘못을 지적하면 문제교사가 되는 사회에서는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안내해줘야 할 학교는 시험문제를 잘 풀이하는 기술만 외우면 출세하고 대접받는 그래서 그런 사람끼리 패거리를 만드는 사회가 된다. 학교에서는 원칙을 가르치고 사회에 나가면 변칙이 지배하는 풍토에서는 교육자란 무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인에게 손해를 보라면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학기는 2월에 끝나면서 수능을 11월에 치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수능고사를 2월에 치르든지 아니면 수능이 끝나면 졸업을 시켜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어렵다면 학기제를 바꿔야 한다. 아니면 수능 후의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란 교육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하는 곳이라고 믿기에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해놓고 할 일을 다했다는 교육부다. 이러한 관행에 길들여진 학교는 교육부가 죽으라면 죽는 흉내를 내야 한다. 학교는 있어도 교육이 없는 학교, 학생은 있어도 가르칠 것이 없는 교사는 아이들 앞에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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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능이 끝난 후 모든 학과 과정이 끝난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이게 과연 옳은가...
    그런 생각도 얼핏 들었답니다. 왜 11월에 수능을 치는지...
    남은 시간동안 아이들은 시간 때우듯 보내는 이가 많을거잖아요. 어슬렁 거리는 이들도 많이 뵈던데...

    2012.11.27 07:08 [ ADDR : EDIT/ DEL : REPLY ]
  2. 4개월이 탈선의 기간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들은 진정 모르는 걸까요?
    그 아까운 시간들을 그렇게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정말로 몰라서 그리 방치하는 걸까요?

    2012.11.27 07:38 [ ADDR : EDIT/ DEL : REPLY ]
  3. 해바라기

    좋은 말씀입니다. 수능 시험일을 지혜롭게 잘 바꿔봤으면 합니다.
    공감글 잘 보고 갑니다.^^

    2012.11.27 08:36 [ ADDR : EDIT/ DEL : REPLY ]
  4. 문제가 큽니다.
    수능이 끝난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2012.11.27 0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1986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벌써 27년 전인데.

    2012.11.27 09:36 [ ADDR : EDIT/ DEL : REPLY ]
  6. 도도리표

    수능끝났으니 선생님도 교육에서 손 놓겠다는 말씀이구려. 교육시키라는 교육부의 간절한 요청은 제도타령하면서 가볍게 개무시하고. 대입수능 맨날 비난하믄서 정작 대입끝나니 학생들태도 안좋아 난 선생질 못하겠단 투정 ㅋㅋㅋㅋ 웃기십니다.

    2012.11.27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 다시 읽어보시죠.

      교육에서 손 놓겠다는 말이 아니라, 수능 치고 난 뒤에 졸업을 바로 시키든가 아니면 학생들이 잘 따라올 수 있는 합리적인 교육과정을 만들든가, 그도 아니면 수능 시험일을 2월로 옮기든가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이잖아요.
      수능을 치르고 난 학생들이, 아무리 좋은 교재로 수업을 잘 준비한다고 수업을 듣겠습니까. 물론 듣는 아이들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런 아이들이 섞여 있는 교실에서 원만하게 수업을 진행하기란 어렵지요.

      2012.11.27 14:37 [ ADDR : EDIT/ DEL ]
  7. 이세원

    12년동안 주구장창 공부만했는데 그깟 몇개월 노는게 아깝다니

    2012.11.27 11:18 [ ADDR : EDIT/ DEL : REPLY ]
  8. 수능 끝나면 바로 운전면허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2012.11.27 11: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보헤미안

    아무래도 대사를 치른 아이들인만큼..수능 후 노는게 나쁜게 아니죠☆
    수능까지 아이들을 너무 눌러서 공부를 시키고 고삼 선생님들도 그 고삼기간
    극한의 작업을 하시므로 그 후 수업계획 또 짜시려면 학생들+선생님들단체로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물론 공부를 안하고 띵가띵가 그 기간을 보낸 아이들한테는 수능 후의 자유가 시간낭비로
    보일 수도 있지만요..

    2012.11.27 13:06 [ ADDR : EDIT/ DEL : REPLY ]
  10. 괭이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수능 끝나고 대학교를 입학하기 까지의 시간이 놀기만 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수능 성적표가 나오게 되면 대학교 원서를 써야 하는데 원서를 쓴다는게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또 대학을 붙게 된다면 대학교를 갈 준비도 해야하구요

    2012.11.28 00:13 [ ADDR : EDIT/ DEL : REPLY ]
  11. 위셔스

    좀 냅둬라...

    살아보니 저때 일찍 알바해보고 사회경험 해본게 대학가서 공부한거보다 더 큰 도움 되더라 대학가봐야 결국 고등학교때랑 똑같이 공부하게 되는걸

    일률적인 교육과정안에 애들 가둬두기보다 적당히 빈공간도 적당한 탈선도 다 나중에 도움이 되더라

    2012.11.28 11:52 [ ADDR : EDIT/ DEL : REPLY ]
  12. 희망

    글쎄요~~
    우리집 아이도 수능 끝나고 힘들었던 공부 쉬니까 살맛난다는데...
    막 놀고 있는게 아니라 휴식이라는 말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게 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2012.12.08 22:09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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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12 09:01 [ ADDR : EDIT/ DEL : REPLY ]
  14. 고3

    십이년동안 공부만했는데 4개월을 그냥주는게 손해고 아깝다고요? 이해가안되네요 공부하는것도중요하지만 즐기고 스트레스푸는것도 중요하다고생각합니다 2월로 수능을옮긴다는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수시2차도 수능끝나고쓰고 최저등급에따라서 합격자가또갈리고 추가모집하고 대학등록하고 등등 이모든일을 대학입학 한달전에 다한다는거자체가 대학교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테고 학생들입장에서도 부담이갈것입니다 학생들도 수능끝나고 남은 사개월동안 자기계발도할시간이주어져야죠 자기계발도 곧 실력이잖아요 사개월동안 지친맘도진정시키고 스트레스도풀어야되는데 그기간마져 국가에서 뺏어서 뭘시킨다는거자체가안맞습니다

    2013.06.30 22:0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