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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멘붕시대,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면...

by 참교육 201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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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본주의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에서 살 것인가?”

 

당신이 만약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한 사람은 민요를 부르고 다른 사람은 가곡을 부르게 한 후 누가 노래를 더 잘했느냐고 묻는다면 서열을 매길 수 있을까?

 

미들급과 선수와 후라이급 세계권투선수급 보유자를 링 위에 세워 시합을 붙이면 서열을 가리는 게 의미가 없듯이 장르가 다른 분야의 경기를 시켜 서열을 매긴다는 건 서열이란 의미가 없다. 저질 3류 잡지도 아닌 진보적인 신문의 칼럼에서 제시한 학자의 치고는 헷갈리기 아성맞춤인 칼럼 제목 때문에 곤욕스러웠던 따가 있었다. 

 

10월 7일자 경향신문의 ‘[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 하는가’라는 기사를 나는 내가 잘 못 읽은 게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같은 개념을 담고 있는 단어가 아니다.

 

칼럼이 나를 멘붕으로 내몬 이유는 아래 기사 때문이다.

 

‘모순도 오래되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에서 산다는 것.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둘 사이의 간극에 너무나 무감각해진 것 같다... “당신은 자본주의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에서 살 것인가?”... “당신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중 어느 가치를 우선시하는가?”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10월 7일자 경향신문의 ‘[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 중에서...'

 

원칙이 없는 경기가 그렇듯이 기준이 다른 설문을 주고 한 가지 답을 강요한다는 게 가능한다는 게 유의미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일인가?

 

민주주의는 정치체제를... 자본주의는 경제체제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도 있고, 사회민주주의도 있고, 인민민주주의... 도 있다.

 

경제체제를 말할 때 재산의 공유를 주장하는 체제가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라고 표현한다. 자본주의란 재산의 사적 소유를 허용하는 경제체제를 일컫는 개념이다.

 

북한은 민주주의이기는 하지만(엄밀하게 말하면 인민민주주의) 사적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 사회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이기도 하고 사적 소유를 허용하는 자본주의사회다. 의미가 다른 두 용어를 두고 어떤 가치가 더 우선적인 가치인가를 묻는다는 유의미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바뀌기 전, 아마 유신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등학교 윤리교사용 지침서에 남한과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설명하는 자료에 남한의 의사 수와 북한의 의사 수를 들어 어느 쪽의 복지가 잘 잘 실현되고 있는가를 비교해 실소를 했던 일이있다. 남한의 인구와 북한의 인구수를 두고 의사 수가 어느 쪽이 많은가의 여부로 의료복지를 서열 매긴다는 것이 의미 없는 자료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사회교과목이 어렵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개념’을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쟁점도 만찬가지다. ‘개념과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진도를 나간다는 것은... 방황하는 학생에게 그 교과를 포기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줄푸세’라는 말이 있다. ‘줄푸세’란 지난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들고 나온 경제정책기조로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뜻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세금을 줄이자는 것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겠는 말이니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라경제가 복지를 비롯한 약자에 대하 배려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규제를 푼다’는 것은 재벌의 횡포를 막기 위해 만들어 둔 규제를 풀면 공정한 경쟁이 무너져 약자인 중소기업이나 근로자들이 막다를 골목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법질서를 세운다’는 것은 법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작용되어 왔던 현실에 비추어 철권통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니 우리사회가 승자지상주의 무한경쟁을 정당화시키겠다는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말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말장난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한다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회적 약자를 또 다시 기만하는 일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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