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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5 ‘중학생 방화사건에 대한 중3의 생각‘을 읽고 (14)
정치2010. 10. 25. 15:45



내가 태윤군의 글을 읽고 훈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태윤군보다 세상을 많이 살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교직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훈수를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한 직업의식이 발동한 때문이 아닐까? 나는 평소 태윤군의 글을 볼 때마다 어쩌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하고 글을 읽을 때마다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에 태윤군의 글이 올라오면 빠지지 않고 읽고 있다. 중학생이 이정도의 논리와 자신의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이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아마 전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중학생 김태윤군의 블로그>

태윤군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올린 글만 해도 무려 255편이 넘는다. 책 한 권의 분량이다. 마마보이가 기성을 부리는 세태에 중학생이 자기 생각을 이렇게 조리 있게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아버지의 지도와 영향을 받았겠지만 최근의 글들을 보면 훈수한 흔적이 있는 글이 아니라 순수한 자신의 작품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성적만능주의 학교에서, 더구나 바쁜 중3시절에 세상일에 자신의 생각을 편다는 것은 칭찬을 들어 마땅할 것 같다.

태윤군의 이번 글을 보고서 훈수할 마음이 생긴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점만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과 욕심 때문이다. 태윤군은 어려서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현상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건은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원인이라는 본질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만 보고 본질로 착각한다는 것은 중대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태윤군의 글뿐만 아니라 가끔 신문기사를 보고도 그런 아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현상을 본질이라고 호도해 독자들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그렇다.

생각하기도 싫은 얘기지만 이미 세상에 알려 진 사건. 중학생이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죽게 한 사건.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태윤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부러 미리 휘발유를 준비해서 치밀하게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고 무서운 사건’으로 보고 자기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차라리 가출을 해버릴 것‘이라고 적고 ‘자식이 사랑하는 부모를 사전에 준비까지 해 살해한 계획적인 범죄’라고 개탄하고 있다.

보통 이런 사건을 보면 피의자인 학생에게 몰매를 가한다. 그러나 한 개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골라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판검사나 의사가 돼야만 사람대접 받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의 개성과 소질에 맞는 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리가 없다.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이 불에 타죽게 한 아들을 두둔하자는 말이 아니다.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덮어두고 가해 학생에게만 몰매를 가하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이다.

모든 국민이 다 공무원일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의사나 판검사일 수도 없다. 이 세상에는 환경미화원도 있어야 하고 농부나 어부도 있어야 한다. 택시기사도 필요하고 상인도, 교사도 있어야 한다. 물론 직업에 따라 사회적인 기여도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떤 직업이라야 사람대접 받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잘못된 제도를 덮어두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만 나무란다면 그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 즉 외모나 경제력, 혹은 사회적 지위로 인간을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 온 아버지 세대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대신 풀어주기를 바라는... 그래서 자식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나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언론에 비친 아버지의 체벌 또한 중학생 아들에게 가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 그런 경향은 아버지 세대에서 경험으로 체득한 방법이다. 가정에서 ‘귀한 자식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든지 군대에서 ‘폭력 앞에 복종하는 해결책’을 배워 온 결과다. 물론 그런 방법이 최선일 수는 없다.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완력으로 혹은 자력구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가치관의 문제다. 관료주의 사회에서 혹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보상이 일부 직업에 치중해 놓다보니 경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다 이러한 비극을 불러오게 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이 아닌데... 저를 키워 준 부모를 불태워 죽인 놈이 죽일 놈이지...’한다. 세상이 바뀌는데 아버지는 바뀌지 않고 아들은 변화하지 않은 아버지를 향해 아니 세상을 향해 자력구제를 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아버지도 아들도 사회가 만든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다. 판검사가 되는 것이 출세하는 길이며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사회풍조와 제도가 어린 중학생으로 하여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한 것이다. 물론 2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내 아들만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진 삶을 살게 할 수 없다’는 왜곡된 아버지의 사랑이다. 자식을 완전한 인격자로 보지 않는... 그래서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줄 대리자로서의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아들의 요구와 일치하지 못해 일어난 불행한 일.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개인의 도덕성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태윤군의 글이 앞으로 더욱 일취월장하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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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는사람

    글을 읽고, 저희 아버지와 오빠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은 못먹고, 대접 못받았으니
    아들은 잘먹고 잘 대접받길 원하는 아버지의 꿈과
    그 아버지의 꿈으로 힘들어하는 아들.
    어찌보면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자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어르신의 글을 보며, 진정 '어른'이구나 생각합니다.
    따뜻한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태윤군을 함께 응원합니다^^

    2010.10.25 20:04 [ ADDR : EDIT/ DEL : REPLY ]
    • 비극이지요.
      노동자의 아들은 노동자가 되고 재벌의 아들은 재벌이 되는 현실...
      그 틈바구니에서 안간 힘을 쓰는 민초들....
      가족끼리 또는 힘없고 돈없는 사람끼리 치고 박는 그런 비극이.

      저는 교사들 중에서
      '다른 나라에는 우리처럼 시험점수가 아니라 서술식으로 평가하는 나라도 있고 교육도 의료도 무료로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을 하곤 합니다.
      기자들 중에 국민들에게 그런 사실을 전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대접받을 수 있은 사회. 가난하다는 이유로, 혹은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대접받지 못하는 야만시대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태윤군과 같은 학생이 커서 그런 힘 있는 기자가 딜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격려의 글 갑사합니다.

      2010.10.25 23:28 [ ADDR : EDIT/ DEL ]
  2. 좋은 글에 추천 수가 너무 없네요. 구독할게요^^

    2010.10.25 21: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제가 너무 뉴스만 보고 범죄를 저지른 그 학생에게만 너무 나무랐던 것 같네요.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그 학생이 그런 행동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행동은 군대나 어릴 적 부터 몸으로 익혀온 폭력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사회제도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결국 그 학생과 그 아버지 모두 생각해보면 둘 다 피해자인 셈이군요.
    하지만 저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빼앗는 행위, 즉 살인이라는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지적을 한 것 입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뉴스만을 보고 그 학생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비판만 한 것 같네요. 앞으로는 제가 알게된 정보의 여러면을 잘 따져보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고 하겠습니다.

    2010.10.25 23:27 [ ADDR : EDIT/ DEL : REPLY ]
    • 잘했어요.
      태윤군의 글솜씨를 자랑하는게 질책으로 들렸다면 내 글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글이 장황했지만 핵심은 '사회적 지위를 서열화 해, 높은 사람(?)만 사람으로 대접받도록 만든 사회 구조 때문에 아버지가 그런 욕심을 냈고 그 욕심으로 무리하게 자녀를 강요하다 벌어진 비극.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아버지도 아들도 잘못된 사회구조로 희생을 당했다는 얘기지요.
      태윤군의 말처럼 가족을 죽인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죄라느 사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랍니다.
      앞으로 태윤군의 더 좋은 글 기대할께요. 화이팅!!!!

      2010.10.25 23:35 [ ADDR : EDIT/ DEL ]
  4. 선생님으로 인해 태윤군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

    2010.10.26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맙습니다. 골목대장님!
      훈수를 해준다는 게 너무 장황한 글이 돼서...

      중학생에게 너무 어려운 훈수를 한것같기도 하고요.

      2010.10.26 09:39 신고 [ ADDR : EDIT/ DEL ]
  5. 에휴

    정말 정곡을 찌르는 군요. 중학생이 어른들보다 더 똑똑하고 세상을 보는 참된 마음이 있네요. 어쩌다가 우린 이렇게 때들이 묻고 1등만 향해 달리고들 있는지...

    2010.10.26 14:29 [ ADDR : EDIT/ DEL : REPLY ]
    • 경쟁, 효율....
      그게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버팀목을 만드는가 봅니다.
      그래서 공정하지도 못한 경쟁에서 뒤지는 아이들을
      낙오자로 혹은 패배자로 만들어 일생을 살도록 만드는....
      어른들의 야만적인 횡포 아닐까요?

      2010.10.26 15:53 [ ADDR : EDIT/ DEL ]
  6. 김막달

    선생님!
    그날 학교에서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우리 태윤이 글을 늘 읽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선생님처럼 진지하게 아이들에 대해 고민하시고 지지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였다면 이번의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꺼라 생각하니 어른의 한 사람으로 참 부끄럽습니다.
    .... 건강하시고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0.10.28 09:45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갑습니다.
      태윤이가 하도 기특해서요.
      전국에서도 중학생이 그런 글을 쓰는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밥 안드셔도 힘이 나겠습니다.
      등을 두드려 준다는 게 부담을 준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0.10.28 12:29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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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13 06:5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