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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2 부끄러운 학교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21)
  2. 2012.01.28 교사 휴게실에서 들었던 황당한 이야기 (35)


 

“우리학교에는 성적이 90% 이상의 학생들이 들어와서 학교가 이 지경이 됐습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문계 학교를 만드는 데 동참해 주십시오.”

 

임시직원회의가 있다기에 수업 마치고 손도 씻지 않고 교무실에 달려왔더니 어떤분이 하는 소리다. 교무부장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니 지역의 시의회의원, 도의원, 지역의 영향력 있는 기업가, 정당인 등등..... 이름만 들으면 ‘내노라’ 하는 지역의 저명인사(?)들이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지역의 지성인들이라는 사람들이... 그 중에는 공무원인듯한 사람은 근무시간에...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자기 모교가 실업계 학교라서 후배들이 찌질한 아이들이 들어 와 학교를 버려놨다며 인문계 학교로 바꾸자며 선생님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말이 협조지 선생님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서명을 받자는 수작(?)이다.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일일이 한사람씩 인사를 마치고 대표자 격인 듯한 사람이 나서서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이것 저것 다 알만한 지식이이요 지역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다. 이 학교를 인문계로 버꾸면 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성적 하위의 아이들은 어디로 보내자는 것인가? 지성인이라는 사람,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몇몇 선배인사들의 설득(?)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교감선생님이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겠단다. 그렇잖아도 이 가당찮은 인사들의 꼴사나운 동문 살리기가 듣기 거북했는데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속이 뒤틀려 있던 참이다. 눈치코치 막살하고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학교 살리기는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00상고 후배들을 길러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도 다 자녀를 키우신 부모님들이잖아요?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선천성 질병을 가진 아이들이 더 가엾고 마음 아파가며 키우는 게 부모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이라고 팽개칠 수 있겠습니까?

 

이학교가 인문계가 되면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던 학생들은 어느 학교로 가야 하지요? 모교를 살리겠다는 마음은 모르는 바 아니자만 그런 여력이 있으시다면 학교가 왜 이지경이 됐는지 교과부에 달려가서 학교를 살려내는 정책을 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그 잘난 사람들의 눈에 꾀죄죄한 선생 따위의 말이 얼마나 비위에 거슬렸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교육자의 양심으로 모교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이 어쭙잖은 위인들에게 침묵한다는 건 내 양심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친 김에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난 후에야 그 잘난 선배들과 교장선생님 얼굴을 쳐다봤더니 벌레 씹은 인상이었다.

 

명분이야 거창했다. '모교를 살리자' 이학교가 어떤 학굔데... 일제시대 이 지역에는 대조적인 두 개의 학교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학교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인문계, 하나는 실업계 학교... ‘00고등학교’는 일본인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로 인문계 학교다.

 

또 다른 ‘00상고’는 일제시대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조선인 집안 아이들이 다니던 실업계 학교였다. 당시 실업계 학교였던 이 학교는 졸업과 동시 은행이나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 두 학교는 해방 후 정치계나 경제계 등에 진출해 성장하거나 토호세력이 되기도 했다.

 

 

 

 

필자가 마산에 살 때 이야기다.

 

고교평준화 시행 후 자기네 모교가 무너지는 참담한 모습(?)을 보고 견디다 못한 동문들이 모교 살리기 운동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역에서 똑똑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이 대를 이어 후배를 길러내야 한다는 갸륵한 마음(?)이 이들로 하여금 집단행동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학교를 졸업 후 지역이나 서울에서 성공해 돈과 명예를 얻은 사람들... 가난 했던 지난 시절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모교가 좋아야 동문이라는 연고주의 덕을 보겠다는 속 보이는 사람들이 얄팍한 속내를 드러냈던 것이다.

 

모교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 잘난 선배님들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당연히 막강한 파워로 교과부를 움직여 다음해 인문계 학교로 바뀌었다. 그리고 말썽피지우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좋은 학생들이 입학해 선배들이 바라는 학교가 됐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교과부는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을 상품이라며 시장판에 내놓았다. 당연히 고등학교가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일반계, 실업계 고등학교 순으로 서열화됐던 것이다.

 

선배들의 꿈은 우수한 학생들은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로 뺏기고 그 나머지 아이들이 가는 학교로 서열이 하순위가 됐다. 마산을 떠나 온지 5년이 가까워 오는데 내가 근무했던 이 학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선배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또 자기네 후배들이 시원찮은 학생들이 들어온다며 일반계고등학교를 특목고로 바꾸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러 로비를 하러 동분서주 하러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이미지출처 : 다음 검색에서>

“야, 임마! 내가 너희 선배야! 알겠어?”

나는 처음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저 선생님이 왜 저런 얘기를 학생에게 할까?  ‘나는 “학생부 부장인데....” 그렇게 말하지 않고 “내가 너희 선배야!”라고 했을까?

교사로서가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에게 하는 따뜻한 말이니까 잘 들으라는 얘길까?

실업계 학교인 이학교에는 유난히 선배가 많다. 일제시대 공부를 잘해야 입학할 수 있었던 학교. 해방 후 이 학교 졸업생들이 정계를 비롯해 지역의 실세(?)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다.

세월이 지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진학하는데다 인문과 실업계로 나뉘어지면서 실업계인 이 학교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오는 학교(?)가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전교조관련으로 해직됐다 복직해 돌아 온 학교. 5년간의 공백이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해직되기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교사 휴게실’이라는 게 생겨 있었다. 제법 분위기 있게 꾸며 놓고 편안한 소파도 갖다 놓았다. 학교에 따라서는 선생님들이 마실 수 있도록 음료수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상담실이 있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불러 지도하면 말썽꾼(?)의 기를 죽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지 학생부 부장선생님은 가끔 이 장소를 활용하곤 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취향뿐만 아니다. 교장, 교감을 빼면 상사가 없는 특이한 조직사회인 학교에는 가끔 이상한 모습을 본다.

부장교사
라는 직함이 직위가 아니라 직무라는 걸 모르는지 늘 평교사 위에 군림하려는 선생님이 있다. 이 날도 몽둥이를 손에 들고 말썽 부리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이 그렇다.

저 선생님은 ‘왜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를 지도’하기를 좋아할까? 내가 유명한 명문학교 선배니까 너희들이 이 학교 명예를 더럽힌다는 모교사랑 때문일까? 아니며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사보다 지도하기 보다 감동을 더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까?


아이들 지도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는 가끔 이상한 문화를 발견한다. 선생님들 중에는 학교 안에서 동료교사를 ‘형님’ 혹은 ‘선배’로 호칭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말씨도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아니고 하대를 한다.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들 중에도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어이~ 이선생, 김선생~” 이렇게 하대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직위가 높기 때문에? 아니면 나이가 많기 때문에...? 회사나 기업체라면 몰라도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상호 존중하는 모습이 아니라 지시와 복종이라는 계급문화를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입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 교육입니다"


내가 초임교사시절 정년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교장선생님이 계셨다. 막내 아들 딸벌이 되는 젊은 교사에게 깎듯이 존대어를 쓰셨다. 한번은 사석에서 말씀을 낮추라고 부탁드렸지만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지요. 아이들 앞에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교육이랍니다.”

그 후 나는 아무리 친한 선생님이라고 해도 학교 안에서는 반드시 존댓말을 썼다. 아니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젊은 사람에게 하대를 하지 않는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존댓말을 쓴다고 무시당한 적은 한번도 없다.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보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화를 정당화시키는 ‘형님문화’, ‘선배’문화는 교직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광주와 경기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됐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점진적으로 학생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아무리 수구세력들이 기를 쓰고 반대해도 학생을 인격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학교는 의도적인 교육의 장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은 다 교사여야 한다. ‘나는 행행정실 직원이기 때문에...’ 혹은 ‘나는 급식소 조리사이기 때문에...’ 가 아니다. 그들의 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피교육자들에게 본이 되고 교육적이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학생망국조례라고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통제와 단속, 체벌이 없으면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선생님도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는가? 무시당하며 인격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학교이기 때문에 교사 상호간 혹은 교사와 학생 간에는 더더욱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학교는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가르쳐 주는 곳이기도 하다. 교육자가 없는 학교, 인격적인 만남이 없는 학교에 무슨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