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공부는 안 가르치고 정치에만 관심을... 빨갱이 아니야?”
진보적인 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던 진부한 이데올로기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서 별 효과가 없을 법도 한데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신기루다. SNS에는 ‘서울 불바다’를 비롯해 별별 신기루가 떠돈다. 그런데 그 ‘빨갱이’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유효하기나 할까?
‘선생은 교과서나 가르쳐라!’ 교과서가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교사는 교과서를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가르치기만 하면 될까? 백번 양보해 교과서를 잘 가르치는 게 유능한 교사라고 치자. 그렇다면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기록한 교과서나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뿐이라는 식으로 기술된 교과서라도 열심히만 가르치면 존경받는 교사, 훌륭한 교사가 되는가?
교사들은 지난 세월, 씻을 수 없는 상흔을 간직하고 있다. 교육의 중립성을 말하면서 반공궐기대회에 학생들을 동원하기도 하고, 유신헌법을 한국적민주주의라고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교사이기 때문에 침묵을 강요당하고,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행사 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취급받으며 살아 왔다.
교사는 자신의 전공과목인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담임을 맡으면 상담에 필요한 상담기법도 알아야 하고 진로지도를 위해 직업세계와 유망한 직종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질문하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도 해 줘야 한다.
내가 수학이나 영어교사이기 때문에 정치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몰라도 좋은가? 교사이기 때문에 정치는 눈감고 역사의식은 없어도 좋은가? 교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에 대한 예리한 감각과 나름대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주권의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소신도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정당의 역사며 권력과 폭력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도 일깨워줘야 한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교사는 점수 몇 점 올려주는 교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와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정의감과 현상과 본질을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도 길러줘야 한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 왔다.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느니 반값 등록금 운운하며 유권자를 기만하고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짓 사이비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불의한 세상에서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악의 편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주권자가 자기 권리를 찾는 길은 거짓정치인을 심판하는 길 뿐이다.
주권이 없는 백성은 노예다. 침묵이 미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교사는 지식전달 자일뿐 삶을 안내하는 참스승일 수 없다. 시행착오는 과거로 충분하다.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을 두고 교육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존경받기를 기대할 것인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eduhope.net/news/view.php?board=media-50&id=13731
* 위의 이미지는 다음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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