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1.08.03 05:00



학교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의 인간상일까?

오마이뉴스에 가끔 글을 쓸 때의 일이다. 
사립학교문제나 학교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글을 쓰면 가장 댓글이 많이 달렸던 얘기가 “선생노릇이나 똑 바로 해!” 라는 소리였다.

‘어떻게 하면 선생 노릇 똑바로 하는 것일까?’
비사범계 출신인 내게 피부색깔처럼 따라 다녔던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선생 노릇 똑 바로 하는 것일까’였다. 
처음에는 나는“많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 여기 저기 참고서를 보고 교과서와 관련된 정보는 일일이 메모해 두었다가 수업시간에 자료로 활용하고...
그게 교사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인줄 알았다.

                                                        <이미지출처 : 교육희망에서>

학교 교훈 중에서 가장 흔한 교훈이 ‘근면, 정직, 성실‘이다. ’근면하기만 한 사람. 정직하기만하거나 성실하기만한 사람‘을 학교가 길러 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 오래 전에 본 뉴스 중에 잊혀 지지 않은 기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공동으로 만든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델'이 반(反) 노동 정서를 반영했다는 비난이 일자 책자 인쇄를 돌연 중단했다’는 뉴스였고 또 하나는 11살인 초등학교 여학생이 때리고 맞는 '체벌카페'를 운영하다 적발된 사건이었다.

‘전경련‘이 어떤 단체인가? 1961년 1월 '경제계의 대동단결과 경제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민간인들로 구성'된 단체다. 창립 당시 13명이던 이 단체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연건평 5만975㎡의 회관에 회원만 해도 무려 470개 회사(2000년 말 현재)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다. 전경련이 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바보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처지와 전혀 무관한 자본의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수업시간에 노동자의 권익이나 노동 3권에 대해 예를 들거나 비판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 얘기해줄 때가 있다. 그럴라치면 어김없이 손을 들고 항의하듯이 자본의 시각에서 반박하는 학생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조선이나 중앙, 아니면 동아일보 신문을 보고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노동자 의식을 거세한 인간 양성'

이게 자본이 길러 주기를 바라는 인간상이다. 교육부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일을 하려고 시도했는지 모르지만 ‘몸은 노예인데 생각은 주인의 머리를 가진…. ‘ 그런 인간을 양성하겟다는 것은 민주시민을 양성하기를 포기한 반교육적 교육포기 선언이다. 


정직하기만 한 사람, 근면하기만 한 사람…. 이런 교훈은 주로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시절 학교가 자본이 원하는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교훈이다. 어떻게 11살인 초등학교 여학생이 ‘나중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예 계약서까지 작성해 가학적인 체벌 행위를 즐길 수 있을까? 이 여학생은 선천적으로 비뚤어진 생각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사와 같은 순진한 어린 아이가 이런 놀이에 빠진 것은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듣고 배운 사회교육의 결과다.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여학생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과연 누군가?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두고 ‘선생노릇 똑바로 하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일까?
친일세력의 후예들이 만들어 준 국정 교과서를 열심히 가르쳐 주면 훌륭한 교사인가? 불의한 세상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키워 주면 훌륭한 인물, 행복한 민주시민이 되는가? 오염투성이 먹거리조차 구별 못하는 정직하기만 한 사람은 자신의 건강조차 지키기 어렵다. 머리 속에 아무리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환경의식이 없는 인간은 자신의 건강을 지켜내기 어렵다. 민주의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민주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질높은 삶을 살기 어렵다.   

오늘날 학교가 길러야 할 인간상은 ‘품행이 방정하여...’ 모범상을 받는 학생이 아니다. ‘골든 벨을 울려라’라는 TV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된 학생은 더더욱 아니다. 노동자의식을 가진 건강한 노동자, 내가 누리는 작은 자유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 선배들의 피땀으로 일구어 낸 소중한 가치라는 부채의식(역사의식)을 가진 인간. 비판능력과 민주의식을 가진 건전한 민주시민, 권리의식과 평등의식을 가진 그런 인간을 양성해야 하는 것이다. ‘머리는 있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을 길러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불행한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