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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왜 학교는 불행한가?’

by 참교육 2011. 6. 2.

제1계명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제2계명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제3계명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제4계명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제5계명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제6계명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제7계명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제8계명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제9계명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제10계명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거창고등학교 십계명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면 이런 학교에 보낼 학부모나 지원할 학생이 있을까?

나는 거창고등학교가 지금도 학생들을 이렇게 가르치는 지의 여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40년을 교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임을 하신 전성은 교장선생님이 쓰신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왜 이런 십계명이 나왔는지 이해할 것 같다.

학교란 무엇인가? 학부모들은 ‘학교에 가면 사랑하는 아이들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학교는 그런 교육을 한다’고 생각하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식민지 시대는 천황에 충성스럽게 복종하는 황국신민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해방 후에도 인재양성이라는 이름의 인적자원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학교가 국가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직업군을 길러내기 위해서였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교육을 한다면서 교육목적도 없이 교훈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지 모른다는 것은 비극이다. 필자는 말한다.
당시 선호되었던 교훈은 정직과 성실이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교육에서 정직이 교훈이 될 수 있는지 말이다.... 정직은 누구에게 정직해야하는가가 중요하다. 통치자에게 정직하고 피지배자에게는 거짓말로 속여 착취하고 인권을 짓밟고 학살하는 그런 정직은 덕목이 아니다. 목이 날아가도 국민들에게 정직할 때 정직이 덕목이 된다.라고...


‘왜 학교는 불행한가?’ 이 책에서 필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고 모두 진짜만남을 갖는 것은 아니다. 10년을 넘게 이웃하여 살아도 만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름도 알고 직업도 알고, 웬만한 것은 다 알아도 만나지 못하고 사는 사이가 있다.’는 글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데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40년 가까이 교직생황에서 교육에 대해서 이렇게 확고한 철학을 가진 교장선생님을 만나 본 일이 없다. 그냥 인간적으로 좋거나 행정의 달인 정도였다. 아니면 정치적인 역량(?)이 뛰어나신 분들이었다. 내가 불운해서 그런 교장선생님을 못 만났다는 얘기가 아니다. 교장선생님들을 욕되게 하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다. 오늘날 학교의 승진구조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가진 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결국 상명하복의 교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간혹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이 된 사람은 예외가 있을 수 있진 이제 내부형조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교장선생님이 발탁될 수 있었을까? 아마 그것은 사립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도 전영창 교장선생님이나 원경선 이시장님 같은 사람을 볼 줄 아는 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다.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읽으면서 훌륭한 교사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그런 교장을 만나는 교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왜 학교는 불행한가?’라는 책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 35만명의 교사 중 교육에 이런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립에서는 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필자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교육의 위기를 어느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학부모, 교사, 정부의 교육정책 등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교사들의 낮은 헌신성과 도덕성, 잘못된 교육정책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은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근간이긴 하지만 망국병인 사교육 시장을 지나치게 확대시켜 놓았고 교사들의 낮은 도덕성과 헌신성 역시 학생들의 '참된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 채 일부 교사들의 '편애'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에 따른 무원칙적인 교육정책이라는 것이다.

‘학교란 무엇인가?, ‘제 1부 학교란 무엇인가? 제 2부 학교교육의 목적, 제 3부 평화를 위한 학교교육제도, 제 4부 교사의 길, 학생의 길’ 이렇게 4부로 구성된 ‘왜 학교는 불행한가?’로 구성 된 이 책에는 오늘날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할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 교사양성과정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과정으로 채택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한 층 더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필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아이들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고민을 교육자로서의 살아 온 내력뿐만 아니라 우리교육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온 국민의 과거시험 준비는 그만둬야한다.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뽑아내 최대화시켜주어야 할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뽑기 경쟁만 계속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평생을 교단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교육자의 충고는 절규에 가깝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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