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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교육개혁

우리도 이제 정치교육 제대로 하자(하)

by 참교육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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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맞는 얘긴가? 일선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금과옥조로 믿고 있는 이 말은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교육 위기의 책임을 교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정부가 끊임없이 국민들을 세뇌시켜왔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때 정해지며,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적으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이론이다. 이 말은 다른 조건이 불변일 때에 맞는 말이다. 만약 공급자가 상품생산을 독점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이 법칙은 맞지 않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국정교과서와 입시위주 교육으로 교실이 단지 지식전달의 장이 됐을 때 교원의 자질은 피교육자인 학생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영어, 수학과 같은 도구교과는 몰라도 윤리나 국사처럼 이념이 담긴 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다는 것은 정권이 필요로 하는 인간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가르치는 학교의 교사는 자신의 자질과 무관하게 정권이 원하는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중립성이란...?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 속에는 교육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 아픈 기억들이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식민지 시대에 교육은 정치이념을 전달하는 주요 역할을 했다. 그 시대의 교육은 식민지 백성을 일본 천황의 신민, 곧 황국신민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역사를, 독재 시대에는 독재정권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역사를 배워야만 했다. 이승만 정권 시대에 교육받은 사람들은 이승만을 영웅이자 독립운동가로 이해했고, 미국은 천사의 나라,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배웠다. 통일은 북진통일이 유일한 방법이고, ‘반미는 매국이요, 친미는 애국이라고 배웠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교육은 정권이 필요한 인간을 양성하게 된다. 정치란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행위. ‘누구나 선호하는 가치를 배분하는 일이 정치라면 정치가 중립적이지 못할 때 교육은 정권의 아바타가 된다. 중립적이지 못한 교육을 받은 교사들은 민주시민으로 살아 갈 제자들에게 노예의식을, 노동자가 될 제자에게 자본가의 생각을 갖게하는 역기능을 하게 된다.

 2011,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를 두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배했다며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134명을 파면·해임키로 하고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에 항의, 지금도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1500여명에 가까운 교사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 1심에서는 전교조교사에 대해 벌금 10만원에서 50만원 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정부는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낸 교사들을 특정 정당에 당비를 냈거나 후원금을 낸 사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전교조는 교사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이기 전에 헌법의 보호를 받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 공적인 업무수행이 아닌 교사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른 권리행사인가의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을까?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정부의 시각에 맞는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정부를 두고 교사들의 개인적 성향까지 제동을 거는 것이 민주정부가 할 일인지에 대해서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닐까?

 교사는 학생들에게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해야 나라 살림살이가 좋아진다.” 혹은 민주정의당이 집권하면 사회복지가 실현되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된다고 가르칠 수 있을까?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정당에 대해 가르치면서 새누리당의 정체성이나 민주정의당의 정체성을 말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다. 옳고 그른 일을 분별할 수 있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도록 안내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 고통을 당하는 이웃을 보면 측은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다.

우리 헌법 제 3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 6조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못박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은 권력의 힘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이를 지켜줘야 할 정부에 의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국가는 자신이 원하는 국민을 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가 주도하여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과서 제도를 정비해 학교의 운영이나 교원 양성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이는 무척 정치적인 행동이다.

■ 교육의 중립성 포기는 교육의 포기다

 교원들의 정당 후원금을 내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라 하고, 시국선언을 하면 좌편향이라고 한다. 교육의 중립성은 실제로 가능한 얘기일까? '교육이 목표로 하는 인간상'의 구현은 교육이 특정한 입장에 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군국주의 교육인가, 평화주의 교육인가? 봉건주의 교육인가, 민주주의 교육인가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입장의 포기를 뜻하는 중립성이란 곧 교육의 포기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 중립성은 권력의 지배에서 배제되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교육 내용의 중립성과 함께 제도상의(교육행정, 예산의 독립 등) 독립이나 교사의 중립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이 교사의 인격적인 활동이라고 볼 때, 교사의 가치관과 인간성이 교육의 질을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원 임용고시제 같은 교원채용제도는 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사를 권력의 지배하에 두려는 권력의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고 발표하였다. 국회가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분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류대학을 두고 추진하는 고교 학점제는 중단해야 한다. 왜 우리는 유럽교육선진국처럼 고교교육을 충실히 하고 바칼로레아와 같은 졸업시험으로 합격한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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