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문화의 본질은 권위주의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일까?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린 말이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젊은이가 군에서 생전 처음 해 보는 고생이며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집이 좋다’거나 ‘부모님 그립다’는 감정으로 나타난 결과지, 군대가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드는 것이 그 좋은 사례다. 군대란 말만 들어도 딱딱하고, 규율적인 군사문화의 특징은 규범강조, 위계성, 획일성, 집단성, 상명하복 체계의 계급성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 군사문화는 강압적인 권위주의
군사문화가 인내심을 기르고 자신감과 협동심을 기르는 긍정적인 기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군사문화는 인격을 말살하고 민주사회의 가치를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군사문화란 힘의 논리, 약자에게는 강압적인 ‘권위주의’, ‘무사 안일주의’와 ‘요령주의’과 같은 명령대로 순응하고 수용하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바꿔놓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폭력에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문화.... 힘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문화... 이런 문화가 민주주의와는 정반대의 논리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길들여 진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순치다. 순종이 미덕이라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가치관이다.
초등학생들에게 군사문화를 체화시키는 병영체험을 교육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생의 병영체험은 아동학대요, 반교육적이다. 병영체험이라는 이름의 군사문화체험은 서바이벌 게임, 군용물품 전시 관람, 군장 체험, 안보영화 관람이 주 내용이다. 어린이날 행사에서 특전사 군인들은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30cm 가량의 칼로 적군의 가슴을 찔러 죽이는 무술시법을 보인 적도 있다. ‘애국심 고취’와 ‘건전한 통일·안보관 확립’ 등을 강조하고 때로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극기’, ‘체력단련’, ‘리더십 형성’ 등을 교육의 취지로 내세운다.
■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이는 놀이가 교육인가
아들과 아버지가 전쟁놀이를 하고 있다. 아들이 총을 들고 아버지를 향해 “팡팡...”하고 쏘면 아버지는 아들의 총에 맞아 넘어져 죽는 시늉을 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 가정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버지를 총을 쏴 죽이는 아들, 아들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흉내를 내는 아버지.... 아들은 이런 아버지가 좋아 웃는다. 아버지를 총을 쏴 죽이는 놀이가 놀이라니... 아버지가 죽는게 좋다는 놀이는 정말 놀이라고 보아도 괜찮은가.
북유럽의 경우에는 평화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아예 나라에서 장난감 무기를 제조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어린아이에게 살상무기로 살인을 하는 훈련(?)을 하도록 허용하는 정부나 그런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들까지 있고 병영체험 학습까지 시키는 학교도 있다.
■ ‘적개심을 심어주는 “병영체험”은 교육 아니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폭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시중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휴먼 서바이벌, 가창력, 창의력, 재능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교육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에게 무방비상태로 침투하고 있는 유튜브나 공중파 중에는 몸서리치는 경쟁과 살상, 증오와 살인을 주제로 한 영화들까지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이런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배워야할 것은 미움과 증오와 적개심이 아니라 인권과 평화와 자유다. 유엔아동권리협약 29조(교육의 목적)에는 ‘아동은 교육을 통해 인권과 자유, 이해와 평화의 정신을 배우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협약 38조에는 아동은 전쟁지역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15세 미만일 때에는 절대 군대에 들어가거나 전투행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폭력과 학살, 전쟁이 아닌 인권과 사랑과 평화를 배우면서 자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어린이들의 성장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어렸을 때부터 눈만 뜨면 보는 텔레비전에는 폭력과 음란한 내용의 드라마로 채워져 있다. 학교 주변 게임방에는 사람을 죽이는 프로그램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방학이면 병영체험프로그램 체험학습으로 초등학생들에게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을 기른다’는 이유로 유격체조를 시키고 사격·방독면 착용·군용 천막 설치·야외취사·구급법 등 다양한 병영체험까지 시키고 있다.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안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철없는 초등학생에게까지 적개심과 증오심 그리고 살상훈련을 강요해야 하는가. 병영체험이라는 이름의 인권과 평화에 반하는 병영체험교육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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