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의로운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면서 자본주의 사회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평등’이라는 가치를 기본권으로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 체제를 말하고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기계, 공장, 토지 등)을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체제이다. 민주주의의 국민이 주인이지만 자본주의의 ‘돈’이 주인 노릇을 한다.
민주주의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정치체제지만, 돈이 주인 노릇을 하는 자본주의는 이익이 되는 것이 선(善)이되는 사회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양극화, 부의 불평등, 기업 독과점, 세대 갈등, 능력주의…를 극복해 공동선((common good)을 실현하기 위해 정진하지만 이윤의 극대화가 목적인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 효율, 무한경쟁으로 힘의 논리가 정당화 되는 사회다.
■ 시장경제의 특징
시장경제체제인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에 바탕을 두고, 시장에서 결정된 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며, 모든 재화에는 가격이 성립되고,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과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며 노동력의 상품화, 그리고 생산이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지는 체제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경제활동의 자유와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한 자유경쟁 때문에 창조적인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와 생산의이 자유경쟁, 그리고 무계획으로 인한 공황과 실업이 발생…’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양립할 수 있는가?
사유사상(私有思想)인 자본주의와 공유사상(公有思想)의 종교가 양립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도 그렇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개인의 자유, 책임, 경쟁, 참여, 법치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다수결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민주주의와 이윤의 극대화가 곧 선이 되는 경제논리가 공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공존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변질되거나 자본주의가 변질해야 한다. 결국,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가 몸살을 앓거나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형식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다같이 만족할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한가? 역대 대통령들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느니 경제민주화라고 이름의 자본의 민주화를 시도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최저 임금제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자본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사람들…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이 운영(?)하는 언론은 한 목소리로 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 여기다 자본에 의식화된 사람들까지 한편이 되어 ‘좌회전 신호를 넣고 우회전’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 양극화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자본주의가 만든 양극화 세상....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부유한 나라이지만, 올해 발표된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137개 국가 가운데 5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서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민생과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조세정책으로 공정하게 세금을 걷어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
한계 상황에 처한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득재분배정책이란 정부가 조세, 사회보험, 사회복지 지출 등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고,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여 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누진세 강화, 양도소득세 인상, 상속세 강화 등을 통해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경감하는 조세정책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 확대 및 급여 수준 인상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사회보험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주거복지 확대, 교육복지 강화, 의료복지 확대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복지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박근혜같은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면을 쓰고 스스로 자본이 되어 후안무치하게도 공공연하게 부자플랜들리 정책을 들고나와 자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말로는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면서 온갖 귀족학교를 만들어 대물림을 정당화하고 관변단체와 종편을 통해 지원사격을 받았다. 자본이 된 기득권 세력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운명론을 정당화하는 온갖 이데올로기를 개발 보급해 정당화했다.
이런 현실에서 언간생심 경제민주화가 가능하겠는가? 육상선수인 자본은 저만치 가는데 주권자인 민초들은 정권유착의 폭력에 굴뚝에 올라 혹은 광화문에서 생존을 위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간의 욕망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는 애초부터 민주주의와는 공존할 수도 하지도 못한다. 자본이 만든 세상을 보라. 물과 공기의 오염으로 첨가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고 열심히 일해도 늙어 제약마피아들이 만든 병원에 갖다 바치고 자본의 첨병이 된 의사들은 공중파를 통해 전문용어로 온갖 건강비법을 읊조리지만, 내용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결국은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 못 하는…’ 못 배우고 못난 사람은 ‘당해도 싼…’ 운명론자가 되어 체념의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
공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헌법 제 119조는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이렇게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한 지붕 두 가정으로 접목시켜 놓았다. 평등과 정의가 공존하는 사회,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민주공화국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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