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소인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에 가는 승용차 뒤 유리창에 “어르신이 운전중입니다” 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어르신이 운정 중이라니...? 어르신이란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혹은 ‘아버지와 벗이 되는 어른이나 그 이상 되는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런 뜻의 '어르신'이 자칭 ‘어르신’이라니... 푼수가 아니고서는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어르신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요즈음 ‘인재’라는 말을 예사로 쓴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인재 양성’이라고 공공연하게 쓰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교육목표를 ‘지덕체를 겸비한 창의적 미래인재 육성’, ‘지성과 덕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양성’, ‘문화 시민 의식을 기르고 굳센 뜻으로 자주 자립하는 애국 애족의 민족정신을 고취하여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인재양성’... 이런 표현을 쓰고 있다. 대학이 길러내야 할 사람이 품위 있는 인격자나 행복한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 양성’이라니.... 인재(人才..? 人材..?)란 무엇인가.
■ 자본 앞에 실종된 인간의 존엄성
사전을 찾아보면 인재(人才)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학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정말 인제(人才)가 그런 뜻이기만 할까. 그러나 취업을 목전에 둔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재(人才)란 ‘기업’이 필요한 인재(人材)일뿐 인품으로서 사람(人才)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인재(人才)란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과 ‘학식이나 능력이 뛰어난 인재(人材)라는 뜻도 있어 대학에서 길러내겠다는 인재는 노인과 어르신처럼 인재(人才)가 아닌 인재(人材)라고 풀이하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이다.
■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인재(人才)의 개념
재(才)란 초목이 처음 땅에서 움터 나오는 모양으로 ‘잠재적 능력’과 ‘자질과 재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본자질을 바탕으로 사회의 요구에 맞게 나름대로 길러내야 할 가기 능력」이다. 일본은 인재의 개념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재능이나 능력에 맞추어진 의미의 인재(人材)’와 ‘재지(才知)가 있는 인물’ 그리고 ‘사람이 곧 재산이고 보물이’라는 인재(人財)라는 뜻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민주주의란 헌법 1조가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으로 지은 집이다. 그러나 학교가 길러내겠다는 인간은 ‘인재양성’은 ‘사람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보다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우선하겠다는 인간관이 숨겨져 있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누구에게 필요한 인간’이다. ‘내가 누구에게 필요한 인간’으로 길러내겠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목표다.
■ 교육을 보는 두가지 인간관
우리나라 교육 기본법 제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공급이 교육부의 첫 번째 임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간관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인간관이다. 학교가 길러내겠다는 인간관이 ‘누구에게 필요한 인재양성’이라면 인간의 존엄성은 실종되고 ‘더 필요한 인간’과 ‘덜 필요한 인간’으로 차별화된다. ‘더 우수한 인간’과 ‘덜 우수한 인간’으로 차별화하는 인간관으로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자본이 행복한 세상이다. 인권이니 인간의 존엄성은 자본주의 앞에 상품을 생산하는 재료에 불과하다. 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이라고 보는 사람이 그렇다. 인재양성, 경쟁지상주의, 일등지상주의. 일류대학...이 교육의 목표가 되는 교육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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