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말 출산율 저하 이유를 모를까
28일 통계청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연간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0.72명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저출생 현상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이후 정부는 2006년 첫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갱신해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분류된 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무려 280조원이다.
■ 아이 하나 키우는데 '3억6500만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베이징의 위와인구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녀가 18세 즉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로 추산돼 세계 1위였다. 국토연구원이 2일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연구'(박진백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20년 통계청 국민이전계정 기준으로 27세 미만 연령에게 이전되는 금액은 연령별 소비 합계액 기준으로 1명당 6억1583만원(개인 3억4921만 원, 정부 등 공공부문 2억6662만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풀이하자면 자녀 2명을 출산한다면 26세까지 약 12억 3166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집값이 1% 오르면 향후 7년 간 합계출산율이 약 0.014명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딩크족 핑크족, 싱크족 딩펫족 그리고...
‘딩크(DINK)족’이라는 말이 있다. '맞벌이 무자녀 가정'이라는 의미다. 부부가 결혼하고 나서 맞벌이를 하지만 자식을 두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소득수준이 낮아 정상적인 아이 교육을 뒷바라지 할 수 없어서 자식을 갖지 않는 부부도 있다. 이런 부부를 '핑크족'(Poor Income)이라 부른다. 그밖에도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가정에서 의도적으로 2세는 갖지 않는 싱크족(SINK族)도 있고 자녀를 갖지 않고 그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도 있다.
■ 우리나라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은 전국기준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30.4%)과, 초등학교 사교육비(5.5%)순으로 조사됐다. 둘째 자녀 출산은 주택가격의 영향이 28.7%로 다소 낮아지고, 사교육비는 9.1%로 높아졌다. 셋째 자녀는 주택가격 요인이 27.5%로 더 줄고, 사교육비는 14.3%로 더 높아졌다. 이는 2009∼2022년 출산율과 주택·전셋값, 사교육비, 경제성장률, 실업률, 1인당 소득증감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활용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가 저출생 현상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20년 전부터다. 그런데 20년간 정부예산을 280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 분석에서 확인됐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주택 매매가격이나 전세값 그리고 사교육비 문제라는 진단은 밝혀놓고 대책을 감추고 있다. 가난과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이 현실을 덮어놓고 어떻게 출산률이 높아지기를 바라는가.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완전히 소멸될 위험이 있습니다." 과거 한국을 '인구 소멸 국가 1호'로 지목하며 인구 위기를 상기시켰던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올해 또다시 이런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그의 저서 <시험능력주의>에서 “한국에서의 교육은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그 자녀도 좋은 학교 보내서 지위까지 세습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49년간 동안 무려 38번이나 입시제도를 바꾸고 대학입시전형 방법을 3,298가지나 만들어 내놓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2003년부터 교육과정을 무려 9차례나 바꿨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교육을 상품으로 만들고 소숫점 아래 두 자리까지 계산해 사람의 가치를 한줄로 세우는 수학능력고사 때문이다. 수능만 없애면, 사교육비만 없애고 학교를 교육하는 곳으로 바꾸면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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