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차례상시대 이제 그만!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요, 여기에 육류, 생선, 떡을 추가할 수 있고, 상차림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할 수 있다. 만들기 수고로운 전을 차례상에 올리지 말고, 음식 가짓수도 최대 9개면 족하다.” 유교 전통문화의 본산인 성균관이 제시한 ‘차례상 표준안’이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시대는 가라!>
성균관은 지금까지 차례상의 기준으로 여겨왔던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와 ‘조율이시’(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이 아니라도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유도회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에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송나라 때 주희의 <주자가례>에 따라 차례상을 차렸을까? 유가 사서오경의 하나인 <예기>에는 대부는 조상 3대, 사(선비)는 1대에 한해 제사를 올리는 게 예법으로 돼 있었다. 송나라 때 주희의 <주자가례>에 이르러 사대부 모두 지위에 관계없이 조상 4대까지 제사를 올릴 수 있게 했다. 장인용의 <주나라와 조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애초 고려 때까지 제사와 상속에 외손들도 동등하게 참여했다.
조선 초기 유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으며 <주자가례>의 예법을 도입해 제사와 상속에서 남자 중심,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세웠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친 17세기 중반 이후엔 사대부 실권이 왕권 못잖게 강해지면서 가문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차례상 예법을 보면 ‘신위(神位) 앞에 시접과 잔반을 놓고 밥(메), 국(탕) 등을 놓는다. 다음으로 둘째 줄에는 적과 전을 놓는다. 셋째 줄은 나물, 맨 끝줄에는 과실과 조과(造菓)를 진설한다.’고 했다.
<제사란 무엇인가>
제사(祭祀)란 신이나 신령, 죽은 사람의 넋 등에게 제물을 봉헌하는 의식을 말한다. 전 세계 어디서나 제사에 해당하는 조상 추모 의식은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유교적 제례 행위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유교식으로는 기본적으로 사대봉사(四代奉祀)라고 하여 '제주'의 4대조(부, 조부, 증조부, 고조부)까지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기본이었다. 4대가 넘어가면 매안(埋安)이라고 하여 신위를 사당에서 옮겨 땅에 묻고 원칙적으로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왜 제사를 지내야 하지...?>
제사란 무엇인가? 옛날, 옛날 아주 옛날, 원시시대에는 천재지변이나 사나운 맹수들의 공격과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큰 산, 큰 물, 크고 괴상한 돌, 큰 나무와 그리고 조상에게 절차를 갖추어 빌었던 의례가 제사다. 오늘날 제사라고 하면 조상님에 대한 추모 의례가 제사라는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례의 발생에 대해서는 인간은 죽어도 영혼은 불멸하다는 ‘영육이중구조’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설과 조상에 대한 애정과 공포라는 설 등이 있다.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에 의하면, "인간은 죽어도 영혼은 불멸하다"는 원시적인 사고 때문에 시체에 대한 제의가 발상되고, 여기에서 조상숭배의 의례가 기원했다고도 한다. 다른 학자들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가족원의 상실에서 오는 아쉬움과 죽은 자에 대한 공포가 조상숭배를 낳게 했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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