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수업시간에 잠을 잘까
정의당의 이은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 정책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다”고 답한 비율은 27.3%, 세부적으로는 ‘그렇다’가 20.2%, ‘매우 그렇다’가 7.1%였다.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잔다는 응답은 고교유형별로 일반고 학생은 28.6%, 외국어고 13.1%, 과학고는 14.3%, 자율고는 17.9%가 친구들이 잔다고 응답했다.
학교만 보내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학부모들, 학원에만 보내면 우리 아이도 의사 판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온갖 험한 알바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고 주구장창 엎드려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 태봉고등학교는 잠자는 아이들이 없다
경남 창원시에는 ‘태봉고등학교’라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당시 교장 여태전)는 일반 인문계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일탈행동과 학교 중도 탈락자를 줄이고,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도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학교"다. 태봉고는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철학 아래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이라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한 학기 동안 현장 활동을 하고 나서 7월에 친구, 교사,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한다. LTI에 대한 자료는 매년 자료집으로 만들어 공유한다. 태봉고 학생들은 LTI 과정을 통해 꿈을 찾는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LTI 시간에 학교에서 개설한 요리관련 심화프로그램을 수강하거나 혹은 학교 밖 식당이나 큰 호텔 등에 근무하는 현장 요리사를 찾아가서 현장경험을 듣고 배울 수 있고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환경단체나 환경운동가를 찾아가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것을 수행해 나간다.
■ 13개 국어를 실시간 통역해 주는 AI폰 나왔다
삼성이 ‘우리말을 바로 영어로 통역해주는 신형 갤럭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삼성이 내놓은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서 가장 내세우는 기능은 인공지능 통역이다. 통화나 문자를 할 때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13개 언어를 인공지능이 알아듣고 원하는 언어로 바꿔준다. 인공지능이 전화기 안에 내장돼 있어서 해외여행처럼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작동한다,
몇 년 전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가 등장했다는 얘기도 듣고 AI가 목사님 대신 설교를 하거나 스님 대신 설법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시간 통역 통화( ‘AI Live Translate Call)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자가 스마트 폰에 앱을 깔아 둔 후 통역을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대화 중에 실시간으로 언어가 바뀌어서 전달이 된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갤럭시 AI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통화부터 메시지까지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완전히 새로워진 검색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유치원에서부터 성인까지 사교육 비중이 제일 높은 과목이다. 영어를 못하면 좋은 대학도 못가고 취업도 어렵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대학 3∼4학년 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의 주간 학습시간은 평균 8.89시간 중 영어 공부는 3.94시간을 투자로 이 가운데 가장 길었고, 이어 공무원시험 공부(2.40시간), 전공 공부(1.98시간), 제2외국어 공부(0.51시간), 교육훈련(0.10시간)이 뒤를 이었다.
■ 이제 영어 공부 안 해도 될까
학교에서 학생들이 주구장창 잠만 자는 이유는 아이들 잘못만이 아니다. 만약 교사가 수업시간에 들어가 “오늘은 내 수업은 게임을 하겠다”고 한다면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을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자신이 필요한 공부를 하게 한다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 나오지 않는다.
지식만 주입시켜 암기토록 하는 학교는 교육하는 학교가 아니다. AI시대 교육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AI 번역기, AI 목사, AI 스님이 등장하는 시대에 지식을 암기시키고 암기한 지식의 양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 매기는 학교 교육은 시대착오적인 반인권적, 반민주적 폭력이다. 혹자들은 수능이 공정하다고 하지만 수능이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학업성적으로 결정”되는 반교육적인 줄세우기다.
세계 249개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수학능력시험에 목숨을 거는 나라가 또 있는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능과 같은 시험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하나같이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가 당선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런 소리했는냐’는 식으로 오리발이다. 우리는 독일의 ‘아비투어(Abitur)’처럼,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처럼 바꾸면 안될 이유가 없다.
■ 대학까지 무상교육 하는 나라
프랑스·독일·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덴마크·스위스·오스트리아·그리스·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헝가리·폴란드·스코틀랜드(영국)·스페인·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대학 등록금이 없거나 아주 소액이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등록금을 받지 않고 이를 자랑으로 여긴다. 모로코·필리핀 등 소득수준이 높지 않으면서도 대학 무상교육을 넉넉하게 시행하는 국가도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만 대한민국. SKY 출신이 아니면 취업 명단도 내밀기 힘들고 강남 8학군‘이라는 타이틀을 아파트 값까지 좌우하는 대한민국에는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다. ‘2300년이면 한국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진다’는 인구위기 문제며 전체 국민 소득 절반 가까이를 상위 10%가 차지하는 양극화문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없이는 꿈도 꿀 수 없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능을 폐지하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부터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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