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남다르다.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National Memorial Park)’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도어스테핑', '거버먼트 어토니', '메가포트', ‘휴먼 캐피털’, '패밀리 비즈니스‘, '글로벌 스탠더드', '커뮤니케이션', ’‘피플스 하우스’…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쓰는 영어다.
아름답고 우수한 한글을 두고 왜 영어 짝사랑에 민족의 혼을 빼앗겼을까?
영어 사랑은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뿐이 아니다. 같은 말이나 글이라도 영어를 섞어 써야 더 아름 고상하게 아름답게 보이는가?
우리글을 다듬고 가꿔야할 책임있는 언론이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의견란을 ‘오피니언’으로 표기하고 시청자 평가단을 ‘옴부즈맨’이라 부른다. 방송 프로그램 이름도 ‘패밀리’, ‘콘서트’, ‘해피’, ‘선데이’, ‘투게더’ 같은 외국어투성이다. 연예인, 방송인들도 외국어를 남발하고 방송편집인은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낸다.
전 세계에는 7천여 개의 언어가 있는데 소수민족의 언어가 2주에 1개꼴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자기 언어를 포기하고 다수민족의 언어를 선택하면 단순히 말만 빌려다 쓰는 게 아니라 그 민족의 가치관, 사고방식, 문화도 따라하게 되고 결국 다수민족에 흡수되고 만다.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고 분단이 되고 미군이 주둔하는 속에서 미국은 미국 문화와 함께 영어를 뿌리내리게 하려고 시도했다. 영어를 알아야 출세하고, 영어를 잘해야 선진적인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문화가 아름답고 독창적인 한글이 병들어 가고 있다.
언론뿐만 아니다. 우리말을 다듬고 가꿔야할 정부조차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고 공식 행정용어에 영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축제를 ‘페스티벌’로, 박람회를 ‘엑스포’로 표기한다. 창업을 ‘스타트업’으로 표기하고 대책본부 혹은 전문위원회를 ‘태스크포스’나 ‘TF’로 표기하는가 하면 아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이름을 외국어로 짓기도 한다.
‘aT’, ‘EX’, ‘코레일(KORAIL)’, ‘K-Water’, ‘코가스(KOGAS)’, ‘캠코(KAMCO)’, ‘SH공사’, ‘Kepco’ 등 얼핏 외국계 기업의 이름 같은 공공기관, 공기업이 넘쳐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공문서 등에 쓰는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스튜어드십 코드, 패스트 트랙, 문화 뉴딜 같은 말을 예사로 쓴다.
심지어 충청남도는 ‘차량용 팸리스 생태계’, 충남소방본부는 ‘라이프 생태계’, 충남영상위원회는 ‘로케이션 인센티브‘와 같은 단어를 공공기관 정책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다 보니 청소년들이 사회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는 가수, ‘모임’은 거의 대부분 외국어 이름을 쓰고 있다. ‘뉴진스’, ‘AKMU’, ‘IVE’, ‘BLACKPINK', '르세라핌', '지코', '제시', '아이유', '오마이걸', '린다G'...는 대부분 국적 불명의 외국어에 아예 표기까지 영문으로 한다.
이들이 부르는 노랫말도 영어 범벅이며 분명 우리말인데도 영어 발음처럼 불러서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일찍부터 이런 노래를 최고로 여기며 자라는 청소년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될까?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여기가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가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의 어느 도시를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아파트 이름은 온통 영어로, 노인정은 '시니어 클럽'이나 ‘시니어 하우스’로, 공중화장실을 ‘Toilet’라고 적어 놓았다.
관리사무소는 주민센터나 매니지먼트 오피스(Management Office), 주민 공용공간에는 커뮤니티센터(Community Center)라고 적혀있어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파트 한복판에서 미아가 될 지경이다.
‘블랙 아이스’를 ‘도로 살얼음’이라고 하면 못알아 들을까? ‘리플’을 ‘댓글’로, ‘제로 베이스’를 ‘백지상태’로 바꾸면 안될 이유라도 있는가? ‘스크린 도어’는 ‘안전문’으로 ‘소셜 미디어’는 ‘누리소통 매체’로 ‘N차 감염’은 ‘연쇄 김염’, ‘리플’은 ‘댓글’로 표현하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돈이든 문화든 자기 것이 없으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온 겨레가 함께 애용하는 소중한 문화, 말이나 글이 있다는 것은 민족의 긍지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스터디 카페’로, 프랜차이즈 카페인 랭스터디카페, 하우스터디 등도 공부가 아닌 ‘스터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주차장의 입구는 ‘인(in)’ 출구는 ‘아웃’(out)으로 표기하고 있다. 카페의 계산대는 오더(Order)로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는 티켓(ticket)으로만 표기되어 있다.
공중파와 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윤석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한글 파괴… 이대로 가면 몇 년 후 한글날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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