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만 잘 들으면 돼?" 할 때는 언제고...
2023학년도 주요 대학의 자연계열 논·구술 전형 수학 문제에서 3문항 중 1문항 이상이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는 주장으로 학부모 단체와 교육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2023학년도 대학별 고사인 논·구술전형 자연계열 수학 문제 등 185개 문항 중 66개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 길러내겠다는 인간상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교육은 목효 따로 현실 따로다. 목표는 거창하게 홍익인간을 길러넸다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시험문제풀이 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 사람의 가치를 수학능력고사 소숫점 아래 몇점까지로 가려내 줄세우는 교육. 많은 학자들은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진단하지만 교육과정평가원은 그런 비판 따위에는 개의치 않는다. 서열을 매기는 평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에도 없는 문제까지 출제해 말썽이 일고 있는 것이다.
<법 따로 현실 따로...>
우리헌법 제 31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평생교육의 의무를 진다”고 했다. 또 교육기본법 제 2조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교육기본법 제 9조는 유아교육ㆍ“초등교육ㆍ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두고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학교교육은 헌법 제 31조와 교육기본법 2조 그리고 9조가 명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는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 인간을 길러낸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전국 20,696개교 초증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육기본법이 추구하는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가?
성공회대 김동춘교수는 그의 저서 <시험능력주의>에서 “한국에서의 교육은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의 전쟁”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한국을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나라’로 규정하고 시험이 능력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며, 시험 합격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함은 물론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시험능력주의’를 신봉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험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그 자녀도 좋은 학교 보내서 지위까지 세습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교사들은 닥치고 교과서나 가르쳐라!>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 2'는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교사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교과서의 한계를 넘어나기 어렵다. 교과서에 담긴 지식을 주입하는 기술자여야 하는 교사... 교과서 밖의 참고도서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교사들의 일곱가지 죄’ 아세요?>
존 테일러 게토(John Taylar Gatto)는 그의 저서 ‘교사들의 일곱가지 죄’를 《1. 연관성을 파괴하도록 가르치는 혼란, 2. 교실에 가두기, 3. 무관심, 4. 정서적 의존성, 5. 지적 의존성, 6. 조건부 자신감, 7. 숨을 곳이 없다며 고자질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학교의 음모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면, 국가적인 교육방침인 학교로부터 아이들을 가정으로 찾아오자고 했다. <바보 만들기>의 부제는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이다.
바꾸고 또 바꾸고 또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 교육. 교육과정에도 없는 문제까지 수능에 출제해 줄세우는 교육. 교육과정 평가원은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나 한가? 세계 교육선진국들은 ‘교육이란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보지만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는 교육을 ’상품‘으로 본다. 상품이란 ’이윤의 극대화‘가 목표다. 상품이 된 교육... 교육이 '보상(지위, 부 등)을 잘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 신념처럼 믿는 교육학자들, 교사들은 존 테일러 게토의 ‘바보 만들기’를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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