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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교육개혁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by 참교육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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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썼던 책입니다. '이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불휘) 책머리에 썼던 글입니다. 지금와서 읽어보니 그때의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네요. '권력앞에 작아지는 사람들...' 권력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행사하는 권력은 폭력이 된다는 사실도요....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바로 세워야할 사람들이 주권자들을 '개 돼지'취급하고 '아니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교육이 반교육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국어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뜰에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입니다. “아닙니다. 작년 솥 장사 헛솥장사라는 말이 더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하기 어려운 말을 앞 다투어 말했지만 선생님은 흑판에 아니오라고 쓰셨다.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은 아니오란다. 듣고 있던 아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 말이 뭐가 하기 어러운데....“ 필자도 당시에는 그 말이 왜 어려운지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뜰에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또는 ‘“작년 솥 장사 헛솥장사" 보다 아니오라는 말이 정말 어려운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의 통일왕국 시대에 있었던 얘기다.

어떤 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사람은 부자였고 한사람은 가난하였습니다.

부자에게는 양도 소도 많았지만 가난한 이에게는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 양 한 마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 새끼 양을 제 자식들과 함께 키우며 한밥그릇에서 같이 먹이고 잘 때는 친딸이나 다를 바 없이 품에 안고 잤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부잣집에 손님이 하나 찾아왔습니다.

주인은 손님을 대접하는데 자기의 소나 양을 잡기가 아까워서 그 가난한 집의 새끼 양을 빼앗아 대접을 했습니다.“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다윗 왕에게 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듣고 있던 다윗 왕이 괘심한 생각이 들어 "저런 죽일 놈!,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느냐? 그런 인정머리 없는 짓을 한 놈을 그냥 둘 수 없다, 그 양 한 마리를 네 배로 갚게 하리라."

듣고 있던 나단이 말했습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권력의 상징이었던 다윗 왕 앞에서 선지자 나단이 한 말이다. 나단이 한 이 아니오라는 말은 뜰에 콩 깍지작년 솥 장사라는 말과는 비교가 안 되는 목숨을 걸어야 할 수 있는 어려운 말이다.

나단선지자는 다윗 왕에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나단이 다윗 왕에게 목숨을 걸고 이런 직언을 하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이렇다.


다윗 왕은 어느 날 밧쎄바라는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그녀에게 정욕을 품고 권력을 이용하여 그녀를 취한다. 그녀가 임신을 하자, 자기 백성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변방에서 근무하는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불러서 아내와 동침하게 한다. 우리야는 충직한 신하였기 때문에 근무 중에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법률을 지켰다.


다윗은 자신의 불륜을 숨길 수 없게 되자, 우리야를 전방에 보내 죽을 수밖에 없는 전투에 참여시켜 우리야가 전사한 후 밧쎄바와 혼인한다. 이때 선지자 나난이 나타나 다윗에게 죽음을 무릅쓰고 직언(아니오)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가난한 자의 양을 뺏은 죽일 놈'이 바로 다윗 자신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전사한 후 밧쎄바는 다윗의 아내가 되어 이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다윗의 뒤를 이은 통일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얘기다.



1995531. 소위 531교육개혁으로 발표된 교육개혁은 서민들의 가슴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개혁이라는 외피를 쓰고 가난한 서민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 개혁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은 3~4년이 지나서야 그 본색을 조금씩 드러냈다. 교육부의 이름이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뀔 때만 해도 설마 사람을 자원으로 보고 사람이 아닌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후 7차교육과정의 도입과 교원 성과급제, 연수 이수학점제, BK21, 교육개방과 영재학교설립, 시군 단위 우수학교설립, 대학의 본고사 부활 움직임, ·중학교 학력고사 부활.... 등 정신없이 쏟아지는 개혁(?)에 순진한 교사들과 국민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부의 일관된 교육정책이 하나같이 시민단체와 교원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좋아할 사람은 양심이 마비된 미국 국민밖에 없듯이 신자유주의라는 강자의 논리가 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의 숨통을 조이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이제 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것이다.


교육을 하자고 만들어진 교육을 포기하고 입시준비를 하는 기관으로 바뀌었다면 이걸 바로 잡자고 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비판의 기능을 담당하는 언론도 교육에 종사한다는 교사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교육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교육개혁이란 거창하게 교육개혁위원회나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란 학교가 할 일, 즉 학교가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정상화. 해방 후 크게 13, 세부적으로는 35번 평균 12개월마다 입시제도를 바꿨지만 공교육정상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만 먹이면 환자가 낫는가? 힘없는 교사 한사람의 아니오로 교육이 달라질리 없지만 이러한 노력이 언젠가는 희망의 빛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대로 부끄러운 글을 내놓는다.

 

20056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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