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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입시

교과서만 가르치는 수업, 이제 그만!

by 참교육 202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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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교과서보다 더 똑똑합니까?”

초등에 근무하다 중등학교 사회과 교사로 발령 받은지 몇 년이 안 된 어느 해, 윤리과목을 담당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의 국민윤리라는 교과서는 동족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윤리 과목을 가르치다 화가나 독백처럼 이런 걸 가르치라니... "이런 내용을 배우면 통일이 아니라 분단 상황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다. 교과서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항의조로 한 말이다.



국민윤리교과서는 계륵이었다. 가르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대로 가르치면 훗날 거짓말쟁이 교사가 될 판이니 이런 교과서를 만든 유신정권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학생들 부모 중에는 국정원이나 정보과에 근무하는 경찰도 있을 수 있으니 잘못 말했다가는 ‘북침설’을 주장했다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끌려가는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이건 더 똑똑한가, 덜 똑똑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옳은지 그른 지에 대한 문제"라고 궁색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얼버무렸지만 교과서의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교사들의 곤혹스런 현실이 이렇다.

교과서...! 국정교과서란 무엇인가? 당시 국민윤리 교과서는 물론이요, 사회과 교과서는 대부분 국정교과서였다. 국정교과서란 국가가 필요하다고 선정한 지식을 골라 담은 교과서다. 분단상황이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교사를 믿지 못하니 이런 기막힌 현실이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고등학교 교과서를 국정 화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을 비롯한 방글라데시와 종교적 특수성이 강한 이슬람 몇몇 국가 정도다. OECD 34개국 중 17개국이 자유발행제를, 4개국이 인정제를, 13개국이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 78억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심지어 일란성쌍생아도 자세히 보면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외모처런 생각이나 가치관도 똑 같은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내가 가르쳐 주는 것만 알아야 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해!” 세상에 이런 폭력이 또 있을까? 그것도 판단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사람들에게 똑같은 지식을 암기시켜 똑같은 생각을 하게 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정하는 사회다. 민주시민을 길러내겠다는 교과서에 모든 국민이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은 폭력이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독일의 교사 양성 기간은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와 심리상담사 다음으로 오래 걸린다.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 외에 두 과목을 전공해야 하며 3년간의 학사 과정과 2년간의 마스터 과정을 마친 후 18개월 동안 ‘교사 실습 과정(Referandariat)’을 거쳐야 한다. 18개월간의 ‘교사 실습 과정’ 동안 예비 교사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 이는 매주 12시간의 수업 준비와 교사 실습생 세미나 참석, 교육 교사가 참관하는 16번의 수업 준비, 각 전공과목당 1번의 최종 수업 시연, 교사의 일반적인 업무, 소논문, 구두시험 준비 등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이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수한 교사를 뽑아 교육현장에 투입되기만 하면 교사는 ‘교과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된다. 교과서 외에 다른 얘기를 하면 “선생님 공부합시다”라는 말이 범생이들의 입에서 튀어 나온다. 수학능력고사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필요한 안내가 아니라, 수학문제까지 달달 외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요 교사들의 책무다. 교육과정은 뒷전이요, 교과서 지식이 금과옥조요, 수능 출제빈도가 높은 문제를 잘 풀어주는 교사가 가장 유능한 교사다.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학교를 불신하고 학원을 더 선호하는가? 수학능력고사의 결과에 따라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이 매겨지는 상황에서는 삶을 안내해 주는 교사가 아니라 족집게 교사가 더 훌륭한 교사다. 일류대학에 몇 명을 더 입학시키느냐에 따라 유능한 교사 여부가 결정된다. 자유발행제든 검인정제든, 국정제든, 수학능력고사를 앞둔 대한민국의 교실에는 학생들에게 삶을 안내하는 교육이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할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사는 ‘교과서를 가르치는 사람, 교과서의 지식을 암기시켜 일류대학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일 뿐이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고교학점제 도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초·중·고교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을 위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하고 시대 변화에 탄력적 대처가 필요한 교과는 자유발행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의 교과서 자유발행제계획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수학능력고사를 그대로 두고 교사양성과정의 개혁도 없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골라 교육과정 달랑 던져주면 학교가 살아날까? 조령모개식 입시처럼 교과서만 바꾸면 교육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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