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 31조 4항이다. 또 헌법 제 117~8조 ①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지장자치’를 두고 지방자치 속에 ‘교육자치’를 포함하고 있는가의 유무를 놓고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교육희망네트워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영국 정의당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 간담회실에서 ‘학교자치를 통한 학생・교사・학부모 교육권 확보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학교자치로 교육 3주체의 교육권 보장’과 ‘학교장에 집중된 권한 교육 3주체 분배 제도화’ 등 교육자치가 가능한 학교를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명실상부한 자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현재 학교에는 학생회나 교사회, 그리고 학부모회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다. 학교에서 법적인 단체는 유일하게 학교운영위원가 있지만 그것도 학교의 주인이라는 학생대표조차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조차 차등 화시킨 반쪽짜리 학교 자치다.
‘국민자치의 원리’와 ‘국민주권의 원리’, 그리고 ‘입헌주의의 원리’, ‘권력분립의 원리의 원리’는 민주주의 이념의 기본 원리다. 헌법에 제 117조에 보장된 지방자치의 원리는 새삼스럽게 교육자치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되어도 좋은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 18조에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교육감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에는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 제 31조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지방교육자치제도의 보장은 학교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지방교육자치제도는 중앙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지역자치(=지방자치)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의 문화자치(=교육자치)라고 하는 이중의 자치를 핵심으로 하면서 지방분권 및 일반 행정으로부터 독립을 핵심 원칙으로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또 지방자치란 개념에 이미 교육자치의 의미가 포함돼 있어 따로 밝힐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2000년 이후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따로 인정하는 추세가 이어져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규정하고 있는 제31조 4항에 지방교육자치와 관련된 내용을 넣자는 게 교육계의 주장이다.
교육자치는 해묵은 숙제다. 교육자치제는 교육행정에 있어서 지방분권의 원칙 아래 교육에 관한 의결기관으로서 교육위원회와 그 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된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서 교육감제를 두고, 민주적 통제와 전문적 지도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얻게 하며, 인사와 재정을 비롯한 행정의 제도 조직 면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려는 제도다. 이러한 교육자치제는 지방분권, 민중통제, 자주성 존중, 전문적 관리 등의 제원리에 입각하여 운영된다. 그런데 현실은 이마져도 교육위원회는 시·도의회에 통합 교육의 자치정신을 구현할 비판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자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군정기인 1948년 8월 12일 「교육구 설치에 관한 법령」(군정법령 제216호)과 「교육구회 설치에 관한 법령」(군정법령 제217호)이 공포되면서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법령은 미군정의 종식으로 실시되지 못하였으나 정부 수립 후 「교육법」을 제정할 때 교육구와 교육위원회에 관한 규정의 토대가 되었다. 이 「교육법」과 1952년 4월 23일에 공포된 「교육법시행령」에는 교육자치제의 실시에 앞서 지방자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그 시행이 지연되어 왔다. 그러다가 1952년 4월 25일 지방자치제가 실현됨에 따라 같은해 6월 4일 교육자치제의 역사적인 출범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1961년 5·16군사정변의 발발로 각급 의회가 해산되고 같은 해 9월 1일 공포된 「교육에 관한 임시특례법」(법률 제708호)에 의하여 교육자치제는 그 시행 10여년만에 폐지되었다. 그 후 1968년과 1972년의 「교육법」 개정을 통하여 다소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유보된 형태의 교육자치제는 제3·4·5공화국 동안 계속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분권은 있어도 교육분권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자치 강화 차원에서 유·초·중·고 교육에 관한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넘기는 교육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 전술한바와 같이 현실을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기구 하나 달랑 남아 있지만 그마져도 교육주체들의 요구가 만영될 수 없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교자치란 ‘학교가 교육운영에 관한 권한을 갖고, 교직원, 학부모, 학생 등 교육주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교육운영과 관련된 일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원리다. 이를 위해 진보교육감들이 나서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나서는 학교자치조례를 제안하고 있지만 보수세력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 개헌과정에서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교육자치를 명문화해 명실상부한 학교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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