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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상읽기

민주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몰라도 될까?

by 참교육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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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 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헌법이란 국민을 위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권자인 우리, 나를 위해 만들어진 규범이다. 제 1조에서 39조까지 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인 행복추구권과 최소한의 의무를 명시해 놓고 있다. 이렇게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이면서 자본주의 국가다. 민주주의가 주권자의 인권과 자유와 평등을 누리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자본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헌법 제 119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경제상의 원칙은 사유재산을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다. 민주주의가 1조에서 39조까지 개인의 인권과 자유평등을 보장하는데 반해 자본주의는 119조에서 127조까지 겨우 아홉게 조를 통해 그 정체성을 확인헤 놓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 제 13조 ②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또 헌법 제 23조 ①항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 119조 ①, ②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고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명시해 놓았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 두 체제가 양립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유사상(私有思想)인 자본주의와 공유사상(公有思想)의 종교가 양립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도 본질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다수결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민주주의와 이윤의 극대화가 곧 선이 되는 자본의 논리는 상호모순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오욕칠정의 욕망을 가진 인간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자본주의주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애덤 스미스가 주장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효과’가 극대화란 고전경제학시절에나 가능했던 얘기다. 자본주의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치는 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금융자본주의를 거쳐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시대를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성적인가? 정직한가? 윤리적인가? 정의로운가? 이윤의 극대화가 목표인 자본주의는 이윤이 되는 것이 곧 선(善)이 되는 사회다. 인간의 욕망과 결합하면 마치 마이다스왕의 손처럼 모든 것은 부패하고 변질 돼 정의니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먼 괴물을 만들어 놓는다.


‘1퍼센트와 99퍼센트라는 말로 대표되는 최악의 불평등, 한 번 쓰이고 버림당하는 ‘일회용 인간’의 증가, 무더기 해고와 대량실업, 무차별한 자연생태계 파괴...라는 갈등과 모순의 이면에는 자본주의가 있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의 저자 데이비드 하비(D. Harvey)의 말이다. 하비는 ’자본주의의 현란한 기술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이를 둘러싼 전체의 모습과 그 근본적 관계를 알 수 없도록 작동하는 발전 양식 자체에 내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부채, 청년실업 문제, 학생인권문제, 노인문제, 하루 평균 40명꼴의 자살...’과 같은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누가 만든 결과인가?


경제정의실현! 단언컨대 자본주의의 자본은 본질적으로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의란 공정함이다. 이윤의 극대화, 무한경쟁인 생존의 자본이 정의니 윤리가 가당키나 한 일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자기에게 합당한 몫이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정경쟁이니 경제정의로 포장하고 있는 자본의 민낯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자본의 세계는 룰이 없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자본의 횡포로부터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 그래서 일한 만큼의 정당한 몫이 배분되는 경제정의란 자본주의 사전에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모순관계다.



398억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과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에 사는 사람.... 22조 6천억원이라는 세계 45위 부자인 이건희회장은 지난 2017년 병상에 누워 38억의 재산을 늘렸다. 이에 반해 투잡 쓰리잡도 모자라 N잡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연간 얼마를 벌고 있을까? 자본이 권력과 손잡으면 정격유착이 되고 언론과 손잡으면 권언유착이다. 교육을 비롯한 종교까지도 자본이 침투하면 시장의 논리에 잠식당해 자본의 노예가 된다. 성의 상품화며 유전자변형식품이며 인류릐 멸망을 불러 올 핵무기생산까지 자본의 세계는 제동이 걸리지 않는 욕망의 화신이다.


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촛불이 만든 대통령까지 경제를 걱정해 규제를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부자플렌들리니 줄푸세가 들통나자 촛불대통령은 고상하게 탄력근로제를 들고 나와 자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헌법이란 무엇인가? 법, 명령, 조례 규칙과 같은 규범은 강자의 횡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권력이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손을 들어주는 정격유착이다.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의 대접을 받는 것이야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는 자본주의에서 누가 탓하겠는가? 그런데 병상에 누워 식물인간이 된 재벌회장이 38억을 벌 수 있는 나라에서 경제정의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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