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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꿈속을 헤매는 아이들

by 참교육 201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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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쉐, 랩퍼, 영화배우, 방송작가, 로드 매니저, 음악치료사, 호텔리어.....’

무슨 단어들일까? 경남 마산에서 기숙형 공립대안학교로 개교한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의 직업군별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프로젝트 관심분야 1차 조사’ 결과 중 일부다. 희망직업조사 후 개인별 진로상담을 시작했다.

“왜 파티쉐라는 직업을 선택했니?”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해서 물었다.

“멋있잖아요?”

“멋이 있어서 그런 직업을 선택했다?”

“파티쉐가 되면 월급이 얼마나 되고 취업은 할 수 있다더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려면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까?”

“?... 글쎄요?

“내집 마련을 할 때까지 집세를 내야하고 먹고, 자고... 아프면 병원에도 가야하고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도 들겠지? 자동차가 있어야할 텐데 세금이며 기름 값이며...?”


장난기로 들어와 마주 앉았던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생의 얼굴을 보면 나도 덩달아 함께 심각해진다.

고등학생 정도면 계열선택도 해야 하고 직업이나 경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경제나 직업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 지 놀랄 정도다.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는 아이, 연기자가 되겠다는 아이, 포토그래퍼가 되겠다는 아이.... 꿈이 다양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학생을 뒷바라지 해 줄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나 수능성적이 ‘가능한 범위를 많이 벗어나 있다’는 판단이 들 때면 맘이 아프다.

만 15세 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 인구가 1600만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대학진학률이 OECD 국가의 평균 30%에 비해 한국은 83%로 세계 1위라고 한다. 서울대 졸업생의 순수 취업률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는데 다른 대학은 말해 무엇 할까?

‘우리 집에서 한 달에 쓰이는 생활비가 얼마나 되는지? 대학은 왜 반드시 가야 하는지...? 아버지 수입으로 내 뒷바라지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런 건 모르는 게 좋을까?

‘넌 학생이니까 공부나 해라!’ ‘그런 건 나중에 알아도 될까?’

혹 집에서 아이들이 집안 돌아가는 사정을 묻기라도 할라치면

‘넌 아직 그런 거 몰라도 돼! 공부나 열심히 해!’

하고 말을 잘라버리는 부모는 없는지? 부모님들 중에는 이렇게 아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이방인 취급은 하고 있지는 않을까?

고등학생이면 이제 현실을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야 할 때가 됐다.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혹은 ‘공부하는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봐...’ 그래서 가정사나 세상 돌아가는 일은 쉬쉬하고 침묵하는 게 좋을까? 고등학교 3년만 지나면 대학에... 군대에... 그렇게 훌쩍 커 버리는데.... 세상 물정도 모르고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 이 땅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집안 사정이며 직업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자녀와 의논하고 안내하고 눈뜨게 하는데 정성을 다 하고 있을까? 아이들을 학교에 빼앗기고 정작 부모가 해야 할 일, 가르쳐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데....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는데...

‘그런 건 커면 다 알게 돼!’ 하고 윽박지르고 만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살 세상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한 이방인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공부만 잘하면... 일등만 하면... 대학만 나오면... 모든 게 해결 된다’는 식의 가르침은 부모와 자식간의 거리를 더더욱 멀게 하고 아이들을 환상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왔지만 세상 물정도 모르는 덩치만 훌쩍 커버린 아이들... 군대를 다녀 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아들을 앉혀놓고 뒤늦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학교도 가정도 이제 아이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할 줄 아는 눈늘 뜰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생각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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