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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록은 진실일까?

by 참교육 2009.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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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는 진실만 기록한 것일까? 만약 박정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아직까지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5·16을 혁명이라고 할 것이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문서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다. 누가 왜? 무엇을 ? 어떤 목적에서 기록한 것인가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해군은 대단히 나쁜 임금으로 기록되어 있다. 왜냐하면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광해군이 훌륭한 임금으로 기록 된다면 인조의 반정은 쿠데타가 되기 때문에 광해군은 나쁜 임금으로 기록되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면 광해군은 명,청 교체기에서 중립외교를 통해 국가의 안위를 지킨 탁월한 외교적 안목을 가진 지도자이지만 사가들은 그를 좋게 기록하지 않고 있다.

 성서의 예를 들어 보자. 성서를 무오(無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적인 표현으로 기록하거나 은어(隱語)로 기록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뜻이 다를 수도 있다.  예수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최초로 기록으로 남긴 책은 마가 복음이다. 마가와 마태는 둘 다 예수의 제자가 아니면서 그런 기록을 했다는 것은 구전된 자료를 모아 기록했다는 뜻이다. 최초로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사람은 베드로의 수행원으로 알려진 마가다.

마가는 네로 황제의 박해가 최고조에 달했던 무렵인 A.D.65-70년경에 마가복음을 기록했다. 예수 사후 6~70년이 지난 뒤 직접 듣지도 않은 예수의 행적을 구전을 모아 기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글자의 일 점 일 획도... '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액면대로 믿어도 좋을까? 하긴 '전능'에 갖다 붙이면 무오(無誤)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마가 뒤에 기록된 마태와 누가와 요한이 기록한 다른 복음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 6장에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가 마태복음 5장에는 '마음이 가난한 자(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로 기록되어 있어 마태복음에는 '마음이..'라는 없던 글자가 들어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록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후세 사람들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하나는 마태는 유대인 중심으로 기술하였고, 누가는 이방인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는데 마태는 유대인들을 의식하여 가난이 곧 행복이고 청빈의 기쁨과 무소유의 자유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반면 누가는 가난한 자가 행복한 자라는 예수의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마태가 기록할 당시의 부자들에게 선교를 위해 권력자니 부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음이..'라는 글자를 삽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서가 아니라도 왕의 입장에서 쓴 역사와 서민의 입장에서 쓴 역사는 다르게 기록될 수밖에 없다. 굶주린 민중이 살아남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관아를 습격해 관청의 창고에 썩어 가는 곡식을 나누어 먹은 사건을 왕의 입장에서 보면 '민란'이 되고 서민의 입장에서는 '봉기'로 기록될  것이다. 관(觀) 없이 기록을 남길 이유도 없지만 관(觀) 없이는 올바른 해석도 불가능하다. 역사나 성서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서가에 있는 소설조차도 작자의 세계관에 따라 등장인물이나 줄거리가 같을 수가 없다. 시가 그렇고 음악이 그렇고 미술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만나는 미디어는 어떤가? 객관적 보도, 객관적인 진실이 담긴 미디어가 가능할까? 설사 사건보도야 객관적이라고 하더라도 해설이나 논설이란 글쓴이의 주관이나 가치가 담기지 않을 수 없다. 가치가 담기지 않은 논설이란 없다. 역사나 성서가 이데올로기가 담긴다면 그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신문이나 방송을 비롯한 메스 미디어들이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객관적인 진실이 보도되지 않는다면 이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80년 광주민중들이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군인이 저지른 폭거에 저항한 민중을 '폭도'로 매도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권력의 하수인이 된 언론인,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학자, 권력의 당근에 길들여진 종교 지도자, 권력에 혼을 판 예술인. 이들은 시대를 초월해 변절하고 권력의 편에 서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이들의 변절에 의해 마취 당한 민중은 가해자의 편에서 수탈과 억압을 당해왔다. 현재도 변절한 학자와 언론인과 종교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거대한 음모는 약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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