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교육에 매우 해롭다. 학교는 학생들이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협력체'다. 학생들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협동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운다. 따라서 학교 안에서 지나친 경쟁이 빚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난 18일 방한한 피터 존슨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 토르킨마키 학교 교장의 말이다. 교육선진국 핀란드의 피터 존슨 교장은 지난 18일 '교육복지사회로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가? ‘지식기반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는 거역할 수 없는 절대 진리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2억 이상이 들고, A급 트랙으로 키우는 덴 5억에서 6억이 든다는 것은 경쟁교육에 소모적인 투자로 빚어지는 과열분담금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질과 특기를 살리는데 쓰이는 돈이 그렇게 필요할 리 없다. 1등이어야 살아남는 막가파식 생존논리가 개인에게는 살인적인 생존방식으로, 학부모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정경제의 파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 동안 토익과 토플 응시로 빠져나간 돈만 무려 4000억원에 이른다. 학원, 교재 등 국내 토익 관련시장만 4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토익 응시료는 3만4000원, 토익이 국내 영어평가시험 응시자의 66%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응시료(3만7000원) 수익이 659억3400만원(178만명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해 10% 정도(66억원)가 주관사인 ETS에 로열티로 건네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영어가 국언지 한글이 국언지 이해할만하지 않은가?
원의 지배 하에서는 몽고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지배자로 군림했다. 일제 강점기는 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귀족 대접을 받았듯이 미국이 종주국이 되는 상황에서 영어가 출세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영어 광풍은 그런 수준을 넘은 것 같다. 해외출국 미성년자가 하루 평균 276명, 2006년 한 해 동안 초등학생 1만3814명, 중학생 9246명, 고교 6451명이 조기유학을 떠났다. 올 들어 8월말까지 해외유학·연수비 지출액은 34억6천만달러. 연간 유학·연수비 지출규모가 2006년 44억6000만달러나 된다.
지난해 한국인이 영어 사교육에 들인 비용만 15조원으로 일본(5조원)의 3배다. 토플(연간 응시료 202억원)과 토익을 합쳐 연간 응시료만 850억원이 넘는다. 교육부는 토익 관련 시장만 4000억원에서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부산시 영어마을, 인천시 영어 국제도시, 경기도를 시작으로 파주, 서울, 강북, 송파, 전주, 경주, 대구, 수원, 제주, 장흥, 영광 등 전국 40여곳에 영어마을. 대전 동구 국제교육센터... 이를 두고 한 언론사는 ‘대한민국 국어는 한글 같기도, 영어 같기도 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세계화시대 영어구사능력이 경쟁력이라는 말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말이나 진배없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말 뒤에는 돈벌이를 위한 상업주의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 실제로 논술교육을 강조하는 언론의 이면에는 논술로 돈벌이를 하는 속보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전통이나 문화를 팔아넘긴 대가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세력은 식민지시대 매국노나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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