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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사

가장 이상적인 교장은 '술 잘 사주는 교장'...?

by 참교육 201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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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에게 베푸는 교장', '즐거움을 나누워 주는 교장', '항상 웃는 교장', '교사를 믿어주는 교장', '업무를 믿고 맡기는 교장'

 

무슨 얘길까?

경기도내에서 교감, 교장들이 모여 '학교 경영자 리더십 과정' 연수 자리에서 나온 '좋은 교장의 조건 5' 가지다. 조별 연수를 하는데 어떤 조에서는 '저녁을 잘 사시는 교장', '술 잘 사주는 교장', '술·밥 잘 사는 교장', '술 잘 먹고 잘 사주는 교장'이 이상적인 교장이라는 추천도 나왔다.

 

<사진 설명- 지난 달 27일 오전, 조갑제 대표가 평일 학교에 가지 않고 행사에 참석한 교장들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오마이쥬스에서>

 

한교닷컴에 쓴 ‘관리자가 보는 좋은 교장의 조건’을 읽으면서 잘못 읽은 게 아닌가 하고 내눈을 의심했다. 물론 전국의 모든 교자선생님의 얘기가아니다. ㄱ렇지만 학교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현직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수준이 이정도일까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학교를 경영하는 좋은 교장선생님의 가장 첫째 조건은 ‘철학’이 있는 교장이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소신과 믿음 그리고 교직우너과학생들을 사랑하는 바위같은 철학 말이다.

 

그런데 교직원과 전체학생들의 교육을 이끌어 갈 책임이 있는 교장이 무슨 약점이 있기에 교사들의 눈치나 살피고 술이나 밥을 사주는 사람이어야 할까?

 

교장 연수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받는 연수자리에 가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을 만난다. 아까운 시간을 내서 천리가 멀다 않고 모여든 선생님들께 교육현장에서 도움이 될 절실한 얘기들을 나눠야할텐데, 강사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구식이다.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강사들로 채워진 연수시간을 때우면서 이수증이나 받아 가는 게 연수과정의 전부다.

 

무너진 학교. 그 현장에서 고뇌하는 선생님들과 만나 서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찾으면 좀 좋을까? 지금까지 교원 연수장의 분위기는 그게 아니다. 연수를 받으러 온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초등학생과 같다.

 

<사진 설명 - 서울혁신학교- 모든 학교운영은 ‘전체 교사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는 서울 혁신학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도 경력이 많은 교사도 올해 갓 발령을 받은 신규교사도 모두 1/n로 참여한다-오마이뉴스>

 

강사라는 분들을 어쩌면 하나같이 대학에서 강의하던 다 낡은 노트를 들고 와 영어와 한자로 한 칠판 가득 베껴놓고 혼자서 떠들다 사라진다. 연수생들의 마음은 콩밭에 있다. 적당히 연수시간만 메꾸고 채워 좋은 점수만 받으면... 그런 분위기다.

 

연수가 이런 분위기로 흐르게 만든 이유는 연수 성적이 승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칙 ㅣ때문이다. 연수를 받는 선생님들이 초등학생같이 되는 이유다.

 

연수가 끝나고 만날 제자들 걱정보다 어쩌면 좋은 점수를 받아 승진을 할 것인가 생각하다 보니 한자라도 놓칠세라 초등학생처럼 받아 적고 베껴 달달 외운다.

 

"그 좋았던 시절에 교장 한 번 못 해보고, 지금처럼 좋은 시절에 교사 한 번 못해 보네"

 

연수장에서 어떤 교장이 한탄조로 내 뱉은 말이다. 이 교장이 말한 ‘그 좋았던 시절’이란 어떤 시절일까? 교장의 말이 곧 법이요, 하늘이던 시절...! 교장 앞에서 교사들은 군대의 상사 앞에 선 부하처럼 쩔쩔매고 꼼짝도 못하는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선생들의 약점을 잡아 불호령을 내리던 그런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자기 맘에 들지 않은 교사는 직권내신으로 쫓아버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고분 고분하는 선생님들 앞에서 허세를 떨고 싶은 것일까?

 

솔직히 말해 지난 시절은 그랬다. ‘교장은 가까이 하기는 먼 당신’이었다. 서슬이 퍼렇게 권위적인 교장 앞에 선 교사들은 교장선생님은 무서운 존재 그 자체였다. 어리어리한 교장실에서 고고하게 군림하는 교장선생님 한번 만나러 가기란 평교사는 늘 준혹이 든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리 변화의 사각지대인 학교에도 민주화의 바람은 막지 못하는가 보다. 교장왕국의 시대는 지났다. 승진을 위해 점수가 필요한 교사들 외에는 교장선생님에게 고분고분하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교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사리를 따지고 힘든 분담업무를 맡기면 순종하지 않고 원칙을 찾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 서울 혁신학교,  전체 교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교사회의-오마이뉴스>

 

교장이 누군가?

단위학교를 경영하는 최고 책임자다. 돈벌이를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내일의 주인공이 될 2세들의 교육을 책임진 막강한 교육의 수장이다. 이런 학교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당연히 철학이다.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아이들에 대한 지고지순의 사랑... 경험이 부족한 선생님들의 멘토가 되어 자상하게 안내해 주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사람.... 그것이 학교를 경영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요, 철학이어야 한다.

 

요령이나 피우고 게으름을 부리는 교사들에게 혼 줄도 낼 줄 아는 카리스마도 필요하고, 경험이 없는 신규교사에게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이끌어 주고 안내해 줄줄 아는 사랑도 필요하다. 학생들을 하늘같이 받들고 아끼는 할아버지 같은 후덕함도 갖춰야 한다.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대신해주며 힘들어 하는 선생님들께 따뜻한 웃음도 가끔씩 잊지 않는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교장이면 더 좋지 않을까? 

 

무슨 약점이 많기에 교사들에게 술이나 사주면서 ‘좋은 게 좋다’며 타협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세상이 바뀌고 달라진 게 맞다. 그런데 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장왕국의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교장은 교장 자격이 없다. 민주주의시대의 교장이라면 당연히 경영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독재를 하거나 편애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경영자는 교사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없인 여김을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학교에 비민주적인 경영철학을 가진 교장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피곤하게 만든다. 학교장이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인가의 여부에 따라 학교는 좋은 학교도 될 수 있고 부끄러운 학교도 될 수 있다. 제자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로부터 존경과 사랑받는 좋은 연수를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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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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