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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자유학기제, 원론은 옳지만 각론이 틀렸다

by 참교육 201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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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교육공약 핵심인 자유학기제가 시행된다. 자유학기제는 ‘올해 2학기와 내년 1학기에 각각 42개, 40개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고, 2014~2015년부터 학교에서 선택 시행, 2016년부터는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적성에 맞는 자기계발 및 인성 함양, 만족감 높은 행복한 학교생활, 공교육 신뢰회복 및 정상화를 위해 시행하겠다는 자유학기제의 주요골자다.

 

▲교육과정 20% 내 탄력적 운영, 기본교과과정 축소(57~66% 주당 19~22시간), 자율과정 확대(34~43%, 주당 12~15시간) ▲ 중간∙기말고사 미실시, 고입 내신 미반영, 학교별 형성평가 실시 ▲ 인프라 구축 (중앙 및 시도별 자유학기제 지원센터, 학교별 자유학기 후원단 운영, 체험기관과 학교연계) 등이다.

 

자유학기제란 공부와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미래를 탐색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중학교 한 개 학기동안 종이에 쓰는 지필시험을 보지 않으며, 교과별 특성에 맞는 체험과 참여 위주의 수업이다. 또 참고서가 없어도 교과서만 있으면 충분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교과서 완결학습체제'이다. 이러한 교과서는 개발 절차를 거쳐 2016년부터 학교에 시범 도입되고 중학교 사회, 과학, 영어 과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게 된다.

 

 

꿈이란 클수록 좋다고 했던가?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꾸고 있는 꿈은 꿈이 아니라 공상이다. 왜 그럴까?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은 꿈이 아니라 공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한 포장을 해도 자유학기제가 공상이라는 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서열화된 학교, 상급학교 진학이 교육의 목적이 된 나라에서 상급학교 진학이 교육의 목적이 된 나라에서 ‘적성에 맞는 자기계발 및 인성 함양’이 가능할까? 교과별 특성에 맞는 체험과 참여 위주의 수업을 하려면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서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대학, 기업, 공공기관 등 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등 시·도 안팎의 인프라를 학교가 쉽고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지만 한 두 학교도 아니고 전체 중학생이 한꺼번에 사회로 쏟아져 나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언제 어떻게 구축하겠다는 것인가?

 

둘째, ‘만족감 높은 행복한 학교생활’은 지금과 같은 학교에서 가능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배우고 싶은 공부는 자신이 받고 싶은 교육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참여·활동 중심의 학습을 통해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가 흑판중심의 지식주입교육이 아니라 진로에 대한 비전이 마련되어 자발적인 학습 동기가 주어질 때 가능한 얘기다. 단순히 기본교육과정을 20% 내에서 축소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학교생활이 갑자기 재미있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셋째, ‘공교육 신뢰회복 및 정상화’는 무조건 토론, 실험·실험, 프로젝트 활동이니 교수·학습 자료만 개발, 보급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또 중간·기말고사 등 특정 기간에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필시험은 치르지 않겠다지만 어차피 2학년이나 3학년으로 진급하면 또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비롯한 서열화가 기다리고 있는데 한기기 시험만 치르지 않으면 꿈과 끼를 살리겠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더구나 교육부가 마련하겠다는 교육지원청에서의 지역사회 인사들의 특강을 위한 인력풀 마련이나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등 학교와 가까운 현장에서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특히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도시에 위치한 원거리 기관 방문을 위한 차량지원, 학교와 기관 결연 등 인프라 매칭을 지원하고, 도시(학교, 기업 등)와 농어촌 학교 간의 실질적인 연계 등을 지원할 계획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중학생 대이동’으로 나타날 혼란을 생각하면 이 정도 머리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꿈과 끼를 살리겠다는 것은 아이들이 들어도 웃음거리다.

 

교육부가 진정을 꿈과 끼를 살리겠다면 한줄로 세우는 교육부터 포기해야 한다. 1등대학, 2등 대학이 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공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도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직업에 따를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 좋은 대학에 가기만 하면 고시준비, 취업준비를 하는 나라를 두고 어떻게 꿈이니 끼를 살릴 수 있는가? 교육부의 꿈부터 깨지 못하면 꿈과 끼는 현실이 아닌 공상으로 끝날 뿐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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