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11조)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 학교다. 학교는 교육을 통해 천부적인 인권을 가르치고 체화해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어떤가? 민주주의는 학교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 군대의 위병소를 방불케 하는 교칙이 지키고 있는 곳. 그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도 평등의 가치도 저당 잡혀 있다.

 

 

청소년도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게 허용되지 않는다. 인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는다.

 

2010년 10월, 경기도가 처음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4개 시도에서 시행 중에 있고 광주가 지난해 3월, 전북이 6월에 각각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다. 진보교육감 지역의 인권 조례 안에는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강요 금지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학교 교육과정에서 체벌 금지 ▲복장·두발의 개성 존중 ▲소지품 검사·압수는 긴급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 ▲개인 정보 보호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자치활동 보장 ▲소수 학생 권리 보호 ▲인권상담 및 인권침해 구제 ▲인권교육 의무화...와 같은 진일보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을 때 이제 학교에서는 민주적이고 인권이 존중되는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과연 그럴까? 학생인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인권은 권리에 반해 의무가 따른다는 권리와 의무관계라는 억지논리와 인권과 교권이 대립된다는 주장으로 학교 안에는 처음 기대로 차 있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학교인권조례가 통과된 후 각 학교에서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이라는 걸 만들었다. 학생교사, 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규정을 만들라는 지침에 따라서다. 이제 조례와 규정이 만들어졌으니 학교는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가 됐을까?

 

 

학생인권조례가 통과, 시행 되고 있는 학교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은 아침 등교하면서부터 교문에서 선도생의 검열을 통과해야하고 교실에서는 교사들의 폭언과 폭력에 익숙해져야하며 복도에서는 CCTV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우리교육 ‘길들이기로 대신한 인권감수성) 예상했던 일이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선언적으로 통과됐다고 하루 아침에 인권이 실현되는 학교가 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권이 무엇인지 인간의 존엄성이 어떤 것인지, 학교나 사회나 국가의 정체성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인권 의식도 없이 조례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교사로 바뀌지 않는다. 인권의식도 없이 학생관도 달라지지 않은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가 될 수 있겠는가?

 

 

퇴학과 강제전학 그리고 자율이라는 이름의 강제학습은 학생들의 삶을 옥죄는 또 다른 폭력이다. 말로는 수요자중심의 교육이라지만 수요자들에게는 교과목 선택권도 없다. 나는 경제를 공부하고 싶은데 경제과목이 아닌 정치과목만 개설되어 있다든지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이 사법적인 처벌을 받고 난 후 또 다시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 불이익을 당하는 이중처벌, 본의의 의지와 무관하게 위탁교육기관에 격리 수용시키거나 위클레스나 위스쿨로 전전하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가 아닐까?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다고 인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인권교육은 학교부터 먼저 민주화되어야 하고, 복종의 내면화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인격적인 만남이 있어야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개성도 소질도 무시하고 오직 점수 몇점을 더 얻기 위해 수학문제까지 달달 외우는 학교에 어떻게 인권이 살아있는 학교가 되겠는가? 공교육의 정상화로 학교가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인권이 살아 있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