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신입생 ○○○명은 본교 입학에 즈음하여 학교의 역사를 창조하고 개척하는 자세로 교칙을 준수하고 학업에 정진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성실한 학생이 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중·고등학교에 입학식에 가보면 신입생 대표가 교장선생님 앞에서 이런 내용의 선서를 한다. 대표학생이 읽은 선서에 담긴 ‘교칙’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 선서를 한 학생은 물론 신입생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냥 선생님이 써주신 선서를 학생 대표가 읽었을 뿐이다.

 

 

학생인권 얘기만 나오면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의 걱정이 교권문제다. ‘철없는 아이들 얘기 다 들어주면 생활지도며 수업을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폭력문제와 같은 교육위기가 마치 교권이 무너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인권을 존중하다보면 교권은 뒷전이 되고 학생을 지도할 교사는 설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학생인권을 존중하면 교권이 무너질까? 인권과 교권은 별개의 문제다. 권위주의 시대, 군사문화시대를 겪어 온 세대 사람들은 아직도 군사부일체니 통제와 단속을 교육이라고 착각한다. 교사 앞에서 절대복종이 교육의 선결조건이라도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동물원 사육사들이 관람객을 위해 동물을 길들이는 순치가 아니라 가치내면화를 통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고도의 기술이다.

 

 

인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유엔헌장을 비롯한 헌법과 청소년헌장에는 분명히 학생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해도 좋다는 말은 없다. 오히려 내일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이 더욱 바르고 맑게 자랄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강요 금지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학교 교육과정에서 체벌 금지 ▲복장·두발의 개성 존중 ▲소지품 검사·압수는 긴급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 ▲개인 정보 보호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자치활동 보장 ▲소수 학생 권리 보호 ▲인권상담 및 인권침해 구제 ▲인권교육 의무화 ▲인권교육센터 운영... 전북교육청이 시행하겠다는 학생인권조례 내용의 일부다.

 

전북학생인권조례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12일 도의회를 통과, 공포됨에 따라 전북도내 각급학교에서는 6개월 이내에 규정개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인권조례 규정에 맞게 학칙 등을 개정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두발을 어른들의 시각에 맞게 재단해 모범생이 되기도 하고 불량학생이 되기도 했다. 교사들의 감정 섞인 체벌조차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개성을 무시당한 교복이며 소지품검사까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개인의 정보조차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린당하기도 하고 학생자치활동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자신의 인권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이 남의 인권을 존중해 줄 수 있을까?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인권을 가르치지 않은 학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에 전북의회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는 물론 소수학생 보호라는 진일보한 내용까지 담겨 있다.

 

전북의 학생인권교육조례가 통과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승환전북교육감의 열린 인권 마인드와 전북교육관련 단체의 학생 사랑이 오늘날의 학생인권조례라는 결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경기도와 전북을 비롯한 진보교육감지역의 학생들은 인권이 존중받는 학교에서 내일의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전북교육, 인권이 존중받는 전북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행복한 교육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전북교육뉴스 제 12호 '열려라! 행복한 교육'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