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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아이들... 누가 키우나?

by 참교육 201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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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첫 번째로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깊이와 양에 놀란다. 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은 물론 해석, 기하, 미적분이며 외국와 컴퓨터 실력에 이르기 까지 모르는 게 없다. 저녁 7시에 방영되는 ‘KBS1 도전 골든 벨’에 출연한 학생들을 봐도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이며 기억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 수업시간에 정치나 경제, 역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또 한 번 놀란다. 덩치는 어른이 다된 학생들의 수준이 유치할 정도로 철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며 도덕성이며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마치 인체에 대해 위장이며 간, 쓸개, 피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면서도 쉬는 시간이면 찾아가 사먹는 고카페인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 모르는 것과 같다.

 

지식면에서는 인문학이며 자연과학을 섭렵(涉獵)했으면서도 정작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소중한 문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수요와 공급이 어떻고 고전학파, 중상주의,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경제학파며 고려시대, 조선시대 토지제도며, 조세제도, 과거제도가 어떻고 누가 무슨 책을 썼는지 귀신같이(?)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집 소득이 얼만지 아파트 시세가 어떻고 경기변동으로 가정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나라 고대사며 중세사, 세계의 역사, 지리...는 통달하고 있으면서 우리 가계에 대해서는 모르고 내고향의 역사, 우리조상들 중에 훌륭한 인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우리 지역에 유명한 사람도, 고향에는 어떤 자랑거리가 있는지 향토가 배출한 애국자가 누군지... 그런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서울의 역사, 임금중심의 역사만 소중하도고 배웠으니 향토사며 가족사를 알 리 없다.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집안에서 돈 이야기가 나오면 “얘, 넌 그런거 몰라도 돼!, 공부나 열심히 해!”라면 끝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의식보다 공부나 해 일류대학이나 가면 그게 효도라고 가르치고 있다. 아파트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치업 후 몇 년을 얼마나 저축해야 하는지 대단지 아파트와 빌라 중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지... 물가가 오르면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왜 손해가 되는지조차 모른다.

 

 

철부지라고 했던가? ‘사리를 분별할 만한 힘이 없는 어린아이, 또는 사리를 분별하는 지각이 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철부지라 한다. ‘철부지’의 어원을 찾아봤더니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인 "철"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 곧 지혜를 뜻하는 말이다. 그 뒤에 알지 못한다는 한자말인 "부지(不知)"가 붙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일컬어 철부지라고 풀이해 놓았다.

 

봄인지, 여름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일컬어 철이 없다느니 철이 안 들었다고도 한다. 요즈음 도시에 살다보면 그렇다. 언제 보리가 저렇게 누렇게 익었는지 며칠 동안 집안에서 바쁜 일을 하다 들판에 나가보면 철부지가 된다. 요즈음 사람들이야 철부지라도 사는데 불편이 없지만 농경사회에서 철을 모른다는 것은 가난을 오지랖에 싸고 살아야 한다.

 

머리에는 육도삼략이 들어 있어도 가슴이 없는 철부지 아이들로 가정도 사회도 행복하지 못하다. 고등학교 사회문화라는 과목에는 기능론과 갈등론이라는 단원이 나온다. 기능론이란 프랑스의 꽁트와 뒤르겜이 주장한 이론으로 후에 미국의 파슨스가 발전시킨 학설로 이 이론으로 세상을 보면 ‘전체사회는 유기체와 같이 상호 의존하고 있는 부분들의 체계’라고 본다.

 

A는 농사를 B는 장사를, C는 의사를 하며 사는 게 사회이기 때문에 각 분야에 전문가만 길러놓으면 세상이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나 하고 농민들은 농사나 짓고 노동자는 주는 월급이나 받고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이론....

 

오늘날 교육은 이러한 보수적인 시각에서 교육과정을 짜고 사람을 교육하고 있어 통합적인 사고나 변화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다. 안과의사는 외과적 진단도 치료도 못한다. 아니 인문계학생들은 자연계의 학문세계를 잘 모른다. 역사를 배우고도 역사의식이 없는 아이들. 민주주의를 배우고서도 민주의식이 없는 아이들, 경제를 배우면서도 우리경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는커녕 우리집 경제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사람을 기계의 부속품으로 키우는 교육. 철부지로 만드는 교육으로 세상은 부모도 이웃도 모르고, 나 밖에 모르는 사람, 감각적으로 좋은 게 좋다는 사람, 이익이 되는 게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머리는 있어도 가슴이 없는 사람들이 판치는 삭막한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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