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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전교조

전교조가 불순세력이라고 미움 받는 이유

by 참교육 201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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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과정에서 서울시 교육감과 박근혜후보가 전교조에 대한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전교조가 교육계에서 암적인 존재로 박멸이 불가능한 존재’라느니 ‘"전교조가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이러한 전교조와 가까운 사람이나 전교조출신에게 교육을 맡길 수 없다며 네거티브전략을 폈다. 전교조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결국 전교조에 가깝다는 문재인후보나 이수호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정서도 교육계의 암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을까? 전교조가 정말 그런 불순세력이라면 왜 사법당국은 방치하고 있을까? 학부모들은 왜 그런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하는 자녀를 맡겨 놓고 있을까?

 

가슴에 묻어 두려했던 숨기고 싶은 얘기를 해야겠다. 내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복직했을 얘기다. 마산에 있는 M여고에 발령을 받아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학교식당에 점심반찬이 무려 6~7가지나 돼 엔간한 집 생일상을 방불케 했다. 당시 이 학교급식은 학교직영이 아닌 위탁급식을 하고 있었는데 교사들에게 한끼에 1500원을 받고 있었다.

 

이 학교는 한 학년 학급수가 10학급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50명 정도였으니 전체학생수가 1천5백명이 넘는 다인구 학교였다. 식당이 없어 체육관에 임시 식당을 꾸려둔 이 학교는 점심시간이 되면 배식구에 줄을 서는데 학생들이 서는 줄과 교사들이 서는 줄이 달랐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알고 봤더니 식대는 교사나 학생이나 똑같이 내면서 교사들에게는 다르게 대접(?)하고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학교식당의 그런 꼴이 더러워(?) 아예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밖 식당에 나가서 밥을 사먹고 온다고 한다.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교장실에 찾아갔다.

 

“교장선생님! 학생과 교사가 식대는 같은데 왜 그렇게 반찬의 가짓수가 다릅니까?”

전교조 교사를 싫어하는 교장선생님이 나의 이런 항의에 맘이 편할 리 없다.

 

“선생님!, 선생님들에게 따로 복지 혜택도 드리지도 못하는데 그 정도를 혜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어이가 없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학생들이 내는 식대로 선생님들에게 생색을 내겠다는 게 아닌가?

 

“교장선생님! 그건 교사들에게 베푸는 복지가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이 낸 돈으로 선생님들이 빼앗아 먹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급식업체가 그런 꼼수를 부리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반찬이 시원찮다고 학생들이 불만을 해도 입막음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곱지 않은 말이 오가고 난 후 나는 직원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전교조분회에 의논해 설문지를 만들어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학생들과 똑같이 반찬을 먹는 방법을 원하는가?’

‘교사들이 식대를 더 내느냐? 더 낸다면 얼마를 더 내야 하느냐?’

 

설문지를 수합해 봤더니 교사들에게 식대를 500원을 더 올리자는 것으로 정리하자는 의견니 대부분이었다. 돈 500원으로 부끄러운 양심을 덮자는 심산(?)이었다. 교장선생님의 의중을 고려한 교사들의 교장 편들기 결정이었다.

 

 

한번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3학년 졸업 앨범을 수의계약으로 하지 말고 입찰을 하자고 제안, 복잡한 입찰과정을 거쳐 5만원 정도 하던 앨범 가격을 1만원에 낙찰 받아 공급했던 일이 있다. 앨범뿐만 아니다. 당시 한 벌에 2~30만원 정도 하는 브랜드 교복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복구매 소위원회’를 구성해 11만원에 바지 하나까지 덤으로 끼워 학생들이 구매할 수 있었다.

 

학교장은 당시 학교급식을 골치 아픈 학교직영보다 위탁급식을 좋아했다. 앨범도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선호했다. 학교장은 학교급식위탁업체와 앨범업체와 도덕적으로 깨끗한 관계였을까? 학교장이 이런 업체들과 무관하다면 왜 기를 쓰고 반대할까? 교장선생님은 전교조교사가 학교운영위원으로 참가하는 걸 가잘 싫어했다. 왜 그럴까?

 

학교장에게는 교원들의 인사이동과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원평가권을 쥐고 있다. 교장선생님에게 미운살이 박히면 인사의 불이익은 물론 절대로 승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교직사회의 상식이다.

 

그런데 왜 전교조는 교장에게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이런 일을 마다하지 않을까? 옛날 얘기다. 당시에도 모든 교장선생님이 그랬다는 게 아니다. 또 지금은 학교에서 그런 교장선생님이 없는 줄 안다. 당시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직언으로 전교조교사가 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늘 불편해 했다.

 

잘못을 보고 침묵하면서 승진하는 교사는 유능한 교사로 대접받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편에서서 잘잘못을 가리며 불순한 교사, 문제교사가 되는 게 당시의 학교의 현실이었다. 전교조교사들이 미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랬다.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짓(?)을 하는 사람이 전교조요, 그런 전교조 교사는 미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와 재벌 그리고 조중동과 같은 수구세력들은 왜 전교조를 미워할까? 전교조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히 하면서 데모나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교사는 정부가 만들어 준 국정교과서나 잘 가르치면 훌륭한 교사가 되는가? 입시교육으로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침묵하지 않으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권력에 저항하는 이유는 제자들의 참담한 질곡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양심 때문이다.

 

탈퇴각서에 도장하나 안찍었다는 이유로 5년간 받는 임금을 포기하고 길거릴 내몰렸던 사람들이 불순세력인가? 전교조를 악의 상징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눈에 가시처럼 보는 사람들이 아닌가? 부정과 불법으로 기득권을 차지한 세력들 아닌가?

 

권력에 기생해 이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

조중동을 비롯해 불의와 공생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전교조를 싫어한다. 박근혜대통령 당선자가 전교조를 싫어하는 이유도 자신의 과거가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시비를 가리고 옳은 건 옳다하고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하는 전교조가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보이겠는가?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전교조가 그들에게 예쁘게 보일리 없다.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 없듯이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은 전교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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