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개 지역에서 당선된 교육감들은 이름만 다를 뿐 너도 나도 혁신학교다. 혁신학교에 대한 의욕도 대단하다. 그런데 전력투구하고 있는 현재의 무너진 학교가 혁신학교로 바뀌면 교육이 살아날까? 대답은 한마디로 . 왜 모처럼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는 진보교육감의 의욕적인 사업인 혁신학교에 재를 뿌리느냐고요...? 그게 교육을 살리는 근본적인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도부터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와 이우중·고등학교에서 시작한 학교혁신 실험이 좋은 성과가 나오면서 시작된 것이 혁신학교다. 혁신학교에 대한 여론과 반응이 좋게 나오자 진보교육감들이 너도나도 혁신학교에 힘을 실으면서부터 이제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혁신학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타 지역에서 전입생이 몰려들고 근처 집값이 오른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학부모들 중에는 혁신학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은 혁신학교로 지정 받은 후 93%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했다느니 혁신학교는 전교조 학교라는 등 온갖 억측성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도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교육이 워낙 방향감각을 잃고 있으니 그래도 조금은 교육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혁신학교가 그렇다. 정말 교육다운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니 대학서열화문제 그리고 정치경제, 사회문화 구석구석에 뿌리깊이 박힌 학연이라는 악연을 끊지 않고서는 달라질게 없다. 지금 진보교육감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할 교육과정 정상화 수준이다.

 

서울시자사고 폐지방침에 테클을 거는 교육부를 보면 교육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정착하기 시작한 학교급식이며 누리학교 예산까지 삭감하는 게 교육부다. 국사교과서를 비롯한 일부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고 교육위원제까지 없앴다. 진보교육감의 진출을 두려워한 나머지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해 도지사와 러닝메이트 혹은 임명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게 교육부가 아닌가?

 

혁신학교가 교육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겠지만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권한 안에서 개혁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교육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문제나 일부진보교육감지역에서 추진하는 9시등교문제, 경기도에서 추진하겠다는 수석교사 수업문제 등은 학교가 하지 않으면 안 될 해묵은 과제다. 교육부도 학부모도 교장교감이 다 좋아하는 교육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 교육을 살리기 위해 진보교육감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교장중심의 학교를 교사중심의 학교로 바꿔야 한다. 교장·교감이나 부장교사들이 아침마다 교장실에 모여 교장의 지시를 들고 전달하는 교직원회의가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구경꾼이 되어 있다면 어떻게 민주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순서로 보면 법제화부터 이루어져야겠지만 우선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회의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 학교운영위원회를 민주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운영위원회는 말이 운영위원회지 사실상 학교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장의 들러리가 된 학교운영위원회. 이 학교운영위원회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교육개혁은 훨씬 앞당길 수 있다. 법적으로는 심의기구, 혹은 자문기구지만 운영에 따라 의결기구로서 기능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학교의 동문이나 코드가 맞는 선후배 혹은 이해관계가 있는 운영위원으로는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 내 아이를 위한 학부모, 교장선생님에게 승진점수가 필요한 교사위원으로 어떻게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 수 있겠는가? 학생대표도 함께 참석해 민주주의를 배우는 장으로 거듭나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교육의 한 주체인 학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이번 서울시 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은 학부모들로는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교육하는 학교를 위해 학부모들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어렵다. 이를 위해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 교육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학부모교육과 대화로 교육의 한주체로 함께 가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지뢰밭이 된 지역사회를 어떻게 교육의 장으로 풀어야할 것인가는 학교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예를 들면 학교급식 식자재를 지역농민단체와 협약을 통한 계약재배를 한다든지 지자체 단체장과의 협조로 자유학기제 학습을 위한 교육과정을 작성 운영하는 것도 교육개혁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소외된 학교, 고립된 학교로는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진보교육감은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지금 진보교육감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교육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를 위한 인기영합정책이나 교육부와의 충돌이 두려워 눈치를 보는 유사개혁으로는 무너진 교육을 살릴 수 없다. 사교육마피아를 비롯한 사이비교육단체들 그리고 공교육정상화로 피해를 볼 찌라시언론은 진보교육감 흠집내기위해 호시탐탐기회만 엿보고 있다. 여기다 교육부까지 진보교육감 길들이기에 동참하고 있어 교육민주화, 학교민주화는 첩첩산중이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부 그리고 수구언론이 다 좋은 개혁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교육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관련 사이트

 

진보교육감, 이제 혁신학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혁신학교, 잘못하면 전시성 연구학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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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어제 「‘자유학기제’...? 우리학교는 벌써부터 하고 있어요!」라는 글을 썼더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태봉고등학교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 아니예요?”

“그 학교 정말 두발이나 복장이 자유예요”

“어떻게 하면 들어 갈 수 있나요?”

“공납금이 다른 학교보다 비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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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고등학교(교장 여태전)는 특별한 문제아 학교도 아니요, 공납금이 다른 학교보다 비싼 학교도 아니다.

그냥 기숙형 공립학교로 학교에서 자고 먹고, 공부하고... 금요일 저녁에 집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와 학교에서 급우들과 함께 생활하는 학교다.

 

다른 것이 있다면 두발이나 복장에 특별한 규제가 없다. 그러다 보니 머리에 노랗게 혹은 빨갛게 염색한 아이들도 있고 남학생이 귀걸이를 하기도 하고, 여학생이 파마를 한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그렇다고 그런 학생을 문제아 취급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느냐고요? 그냥 일반 고등학교보다 학생들을 먼저 뽑는 특별전형으로 들어온다. 아무나 지원이 가능하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도 오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도 들어오고, 일반학교에서 국영수 문제풀이를 참을 수 없는 부적응학생(?)도 오고, 특별한 끼가 있는 학생은 더 환영한다. 그러다 보니 이 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경쟁이 심한 편이다.

 

 

봉고등학교는 그밖에도 다른 점이 많다. 태봉고등학교는 ‘대안교육은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다양화된 삶의 교육’으로 거듭나고자하는 ‘교육 본질 회복 운동’이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조화로운 인품과 창의성이 빛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학교 설립 운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자연히 일반 고등학교와는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한 학급의 학생부터 35명이 아니라 15명, 3개 학급 45명, 전교생이 9학급 135명이 전부다. 교직원이 38명(교사대비 5 : 1)인 학교. 태봉고등학교 교문 입구에 있는 체육관 벽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쟁을 해 토끼가 이기는 그림이 아니라, 자는 토끼를 깨워 함께 가는 그림이다. 이 그림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학교는 입시문제를 풀이해 일류대학에 보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다.

 

인턴쉽(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s)과정, 배움의 공동체, 예술감성교육, 나눔활동, 환경활동과 같은 일반학교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교육내용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방학이면 지리산 종주며 제주 올래 길 걷기, 심지어 전교생이 네팔까지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게 다른 학교보다 다르다면 다르다.

 

 

이 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게 있다.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3주체가 되어서 한다는 원론에 충실하기라도 하려는 듯 이 학교는 학부모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소통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특별하다. 내 자식을 기숙사에 맡겨 두면 끝이 아니다. 학부모는 ‘교육의 한 주체로서 교사와 함께 교육에 참여한다’는 각오로 자녀가 입학한 후 특별한 연수를 받는다.

 

 그것도 1박 2일 동안... 학부모가 건의하고 학교가 들어 주는 형식적인 연수가 아니다. 연수에 참가해보면 그 어떤 연수에서도 볼 수 없는 열기가 뜨겁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지켜주고 이끌어 줄 것인가를 밤을 세원 토론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3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이니 부모마음인들 예사로울 수 없다.

 

인턴쉽 과정은 어제 포스팅을 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자. 태봉고등학교는 복장이나 두발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체벌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교칙을 위반했거나 급우간의 폭력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과 전체교직원이 참여하는 ‘공동체 회의’ 시간을 통해 걸러진다.

 

학교생활은 월요일 아침 ‘주를 여는 아침’ 시간을 통해 스스로 할 일과 계획을 세우 발표하기도 한다. 나눔활동이며 봉사활동은 다른 학교처럼 방과후 학교활동이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 포함돼 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외부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시간도 갖는다.

 

 

학부모모임은 ‘길동무’라는 학교 홈페이지 안에 카페를 만들어 교사와 자녀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은 ‘1인 1카페 갖기’를 통해 LTI활동이나 상담에 필요한 내용을 올려 지도교사로부터 도움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도시의 소비문화권과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특성 때문에 저녁시간과 아침 시간이 여유가 있고 자유스럽다. 수업시간도 시간이지만 학교생활 모두가 학습과 연결되어 있다.

 

태봉고등학교 학생들보다 바쁘게 사는 고등학생은 없을 것이다. 과외수업이나 선행학습 때문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감선생님이 조기축구나 체조와 같은 아침운동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일과가 끝나면 동아리 활동을 한 학생이 최소한 2~3개씩 참여한다. 연극동아리, 논술 동아리, 악기, 외국어 회화, 영화감상, 독서... 등 모든 동아리들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강요가 없다보니 참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학교장이 군림하지 않는 학교,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선생님... 통제와 단속, 억압과 강요가 아닌 자율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학교... 그래서 태봉고등학교는 학교폭력도 왕따도 없다. 인성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다. 이 학교는 행정실 직원도 교무보조도 모두 선생님으로 호칭하다. 모든 학교생활이 인성교육과 무관하지 않는 학교생활이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보다 더 혁신적인 학교, 인권조례가 없이도 인권을 존중하고 소통과 인간적인 만남으로 삶을 배우는 학교... 자유학기제가 없이도 교육과정 안에 인턴쉽이라는 꿈을 키우는 과정이 있어 아이들은 자신이 어른이 됐을 때 내가 좋아 하는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웃 시도 교육청에서는 지금도 태봉학교를 배우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꿈을 키우는 태봉고등학교 같은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