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대전 A고교 3학년 교실은 합숙소를 방불케 했다. 교실 안 책상엔 20여명의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잠을 안자는 학생 10여명은 교실 앞 TV로 영화를 보고 있었고, 5~6명은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수업을 하러 온 교사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을 펼쳐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떠는 학생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칠판에 자습이라는 두 글자를 써 놓고 방관을 허용했다. 당시 시각은 1030, 교실 앞문에 걸린 시간표만이 2교시 수업 시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충청투데이 1231일자 엎드려 자고, 영화보고 방학 앞둔 고3교실은 빈둥빈둥기사다.

지금은 방학을 했지만 이런 모습이 대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필자가 지난 20081128일 '수능 끝난 학교, 교육도 끝인가?'와 20121113일 블로그에 올린 난장판 된 고 3교실, 진풍경 한 번 보실래요?기사를 비롯해 해마다 지적했지만 이맘 때 쯤 중 3교실과 고 3교실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다. 이런 현상을 모를 리 없는 교육청에서는 득달같이 공문을 보내 수십년 째 앵무새같이 교육과정 정상화만 외치고 있다.

 

전국의 중3, 3학생들... 이 학생들은 말이 학생이지 이미 실질적으로는 졸업한 지 오래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학생부에 기록까지 마친 상태다. 배우던 교과서나 참고서는 묶어 쓰레기 수거차에 실려 간 지 오래고 남은 건 출석일수 채우기뿐이다.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12월과 졸업하는 2월까지 동안은 이름만 고등학생, 중학생이다. 공부도 하지 않는 3개월동안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공납금을 내는 것도 그렇지만 인생에 3개월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모순을 왜 방치하고 있을까? 거창 아림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차용택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차선생님은 지겨운 공부를 잠깐 놓고 못 본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나 3주쯤 되는 시간을 그렇게만 보내기 아쉬워서 교과 내용을 게임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획일적인 문제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모둠별로 교과 내용으로 만든 십자 말 풀이를 하게 하기도 하고, 퀴즈가 적힌 숨겨진 쪽지를 찾아서 문제를 풀면 상점을 주고 다음 쪽지를 찾게 한다. 또 모둠별로 사람줄다리기 등 게임을 해서 이긴 팀에게 퀴즈 풀 기회를 줘서 상점을 준다든가 하여 상점이 많은 모둠에게 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등교하기 바쁘게 영화나 시청하는 시간 때우기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어느 중학교 선생님은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해 자기만의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여러 과목 선생님이 협력하여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만들 책을 기획하고 내용을 채우고 편집하고 표지까지 만들어 방학할 때는 예쁜 책 한권씩을 만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해 준다.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2월수업의 마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으련만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등교하자 말자 교실에서 잠을 자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생님은 특별한 선생님이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아이들과 몇 번 부딪히다 제풀에 지쳐 두 손을 들고 만다. 3년간 진을 뺀 공부를 했는데 아이들이 좀 쉴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일까? 그러나 중 3, 3에게 시간이란 이름 그대로 금이다. 11분도 아까운 아이들에게 그 귀한 시간을 출석일수를 채운다는 이유로 등교시켜 잠을 자고 장난치고 영화나 보면서 1달이라는 시간을 허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석부에는 수업을 한 것처럼 적어 공문서까지 위조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지도감독을 해야할 교육부의 무능이요, 알고 있었다면 직무유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년동안 이런 현실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교사도, 학부모도 교육부 모두가 공범자(?). 청맹과니가 된 교육부...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TV를 시청하고, 장난치고.... 겨우 몇 명만 문제집 풀이를 하는... 이런 곳이 학교라할 수 있는가? 아무리 기발한 대안을 내놓아도 쇠귀에 경 읽기다. 언제까지 이 황당한 학교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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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 3교실만 개점휴업이 아니다. 학년말고사까지 끝난 중학교 3학년교실도 아이들이 방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대부분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등교는 하지만 운동장을 서성거리거나 여기저기 걸터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실 구석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가 하면, 복도나 교실 뒷편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

 

어쩌다 교실이 이 지경이 됐을까? 교육과정이 시퍼렇게 살아 있지만 어제까지 서슬 퍼렇게 지켜야했던 교육과정이며 교칙은 기말고사가 끝나자 휴지조각이 됐다. 등교는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 학교, 선생님이 애들이랑 보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틀어주는 게 고작 하루의 일과다.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도 수두룩하다. 교과서는 물론 필기도구도 없이 등교하는 학생들, 어떤 아이들은 아예 등교도 하지 않고 노래방이며 게임방을 전전하는 학생들도 있다.

 

1학기는 3월부터 7월 말까지다. 한 학기 5개월 동안 배워야할 2학기를 2개월 만에 끝내고 기말고사까지 마쳐야한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운영될 리 없다. 10월말에 모는 학사 일정이 끝나면 11월부터 방학까지, 아니 개학 후 2월 달에는 등교해 출석일수만 채우면 바로 졸업을 하기 때문에 4개월 동안 개점휴업을 하는 게 중학교 3학년의 교실의 현주소다.

 

왜 중 3학생들의 학사 일정이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전형이 전기(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와 후기(일반고교)로 나뉘어진다. 2월 초까지 후기고 배정을 마치자면 전기고는 12월 중에 추가합격자까지 발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기고의 원서접수는 11월에 해야 하고, 여기에 3년 내신 성적을 제출하다보니, 대부분의 중학교는 기말고사를 10월말부터 보게 되는 것이다.

 

 

8월 말에 2학기가 시작되는데 불과 한 달 뒤에 중간고사를 치르고 그리고 또 한 달 후에 다시 기말고사를 치르게 되면 파행적인 학사 일정이 불가피하다. 불과 두 달 만에 한 학기 진도를 다 마치려면 제대로 된 교육과정운영이 이루어질리 없다.

 

교직에 근무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교육과정 정상화다. 이런 현실은 두고 감독관청인 시군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정상화를 노래처럼 부르고 있다.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성적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에게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도적인 교육기관인 학교가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중학교는 중학교 나름의 교육과정이 있고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나름의 교육과정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중학교 학사 일정이 고교입시 전형 계획에 맞춰 운영하다보니 중학교 학사일정이 이렇게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선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형 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편하거나, 기말을 제외한 성적만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도 있고 전기전형을 후기전형과 통합해 고교입시일정 전체를 뒤로 미루는 방안도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전형 일정에 맞추기 위해 기말고사를 1, 2학년보다 한 달 먼저 보는 학사일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렇잖아도 학교폭력을 비롯해 청소년들의 방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은 현실에 비추어 사춘기의 청소년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게임방이나 노래방으로 전전하게 만든다는 것은 학교가 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고 3학생들에 이어 중 3학생들까지 길거리에 방황하게 방치할 것인가?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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