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많은걸 가르치려고 할까요? 음식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 되듯이 지식도 그렇습니다. 학교란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 갈 세상에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는 사회화 기관입니다. 황금같은 청소년기에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낡은 지식을 암기하느라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우리 학교가 그렇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창조경제시대에 걸맞는 사고 방식과 가치관이 무엇보다도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시재변화에 적응하는 인간형을 길러내고 있을까요? 경쟁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질적인 면을 무시하고 낡은 지식을 암기해 서열을 매기는 학습은 시대착오적인 시간 낭비가 아닐까요?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것도 모자라 학원에서 이튿날 새벽까지 배우고 잠이 부족해 학교에서 잠을 자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학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내가 커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밤낮없이 영어수학만 공부시켜 서열을 매기는 교육이 효율적인 학습방법일까요? 영어 수학이 필요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지요. 많이 배운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닌 이유입니다. 이 지구상에는 우리보다 적게 배운 나라가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더 앞서 가는 나라는 왜일까요?  


학문의 탐구방법은 여러가지 가 있습니다만 질적인 면,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이 아니라 무조건 많이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2007년 제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30분경에서부터 '마산 MBC 라디오광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교육관련 대담입니다. 학교에 재직하면서 매주 한번씩 약 10년간 출연해 방송했었지요. 파일변환을 못해 당시에 썼던 원고를 올립니다. 오늘을 2007년 1월 16일 방송했던 '미국 아이들에 비해 3배나 더 많이 배우는 한국 어린이'라는 주제의 방송 내용을 여기 올려 놓습니다.         







미국 아이들에 비해 3배나 더 많이 배우는 한국 어린이 



마산 MBC 라디오 광장 2007년 1월 16일(화) 18: 30~19:00( AM 990Khz / FM98.9Mhz)



출연 : 아나운서 김형신, 이미옥, PD : 황창호


김 : 합포고등학교 김용택선생님, 나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이 :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올해 정년퇴임을 하시지요?

용 : 그렇습니다. 2월말이 되면 38년 6개월간의 교직생활이 끝나게 됩니다. 

김 : 지난 번 퇴임교사들에게 주는 훈장도 포기하셨던데 아직도 우리 학교현장은 고쳐야할 것. 바뀌어야할 것들이 많은데 떠나 시려니까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

용 : 예.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습니다만 마산 MBC라디오광장에서는 왜곡된 교육현실을 바꿔보려고 10년이 넘도록 당면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던히 애섰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착잡한 심정입니다. 지난 12일에도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개정 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12년부터 고 2.3학년 2년 동안 기술. 가정 교과, 음악. 미술 교과, 체육 교과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내용 등 여러 가지로 교육과정을 수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 지금도 초등학생들이 교과수업의 부담으로 놀이문화를 빼앗기고 어린이 비만이 성인병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수업부담을 늘어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용 : 글쎄요. 학생들의 수업시수가 늘어난다는데 대한 학부모와 교육부의 입장에는 차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공청회 후 시안이 발표되고 난 후 청와대나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글을 보면 "학생 입장은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는 교육정책이 한심하다", 또는 "아이들이 무슨 공부기계냐"라는 항의성 글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수과목 수가 현재 6개에서 8개로 2과목 늘어나는 것이고 주로 예ㆍ체능 과목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우 초등학생들은 교과목이 6개, 많아야 7개 교과입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개정시안에는 미국의 어린이들보다 무려 세 배가 많은 19개 과목을 공부해야 합니다. 

김 :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는 겁니까? 

용 : 오는 2월중 확정·고시(2009년 초등부터 연차 적용)될 교육과정 개정시안은 ‘교과집중 이수제 도입, 고교 선택과목 일원화, 고교 1학년 역사와 과학 수업시수가 각각 주 2시간에서 3시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난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교과 집중 이수제’ 도입(재량·특별활동의 학기 또는 학년 단위 집중이수를 허용) △선택중심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 △고교1년 과학 수업시수 주 4시간 증대를 통한 과학교육 강화 △사회로 통합되어 있던 국사와 세계사를 ‘역사’ 과목으로 독립하고 고교 1년 수업시수를 주3시간으로 증대 △논술교육 강화 △고교 일반·심화 선택 구분 폐지 및 현 5개인 과목군을 7개(국어·도덕·사회/수학·과학/기술·가정/체육/음악·미술/외국어/교양)로 세분화.. 와 같습니다. 

이 :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주 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 수업시수가 줄어야 하는데 배워야할 교과목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아이들도 그렇지만 교사들의 수업부담이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용: 그렇습니다. 주 5일제 수업이 언제부터 전면 시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 (현재 2008년, 2009년, 2011년에 전면 시행) 교육부는 새 교과과정이 적용되는 2009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정해 놓고 있는 데 이렇게 되면 수업시수는 오히려 늘어나게 되는 셈이지요. 
 

김 : 국사과목은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 등으로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해할 수 있지만 ‘고교 선택과목군(필수과목)을 현행 5개에서 7개로 확대’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겁니까?  

용 :  제7차 초ㆍ중등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인문ㆍ사회군, 과학ㆍ기술군, 예ㆍ체능군, 외국어군, 교양군 등 5개로 구분돼 있는 고교 2, 3학년의 선택과목군이 2012년부터 국어ㆍ도덕ㆍ사회군, 수학ㆍ과학군, 기술ㆍ가정군, 체육군, 음악ㆍ미술군, 외국어군, 교양군 등 7개로 확대된다. 


기존의 5개군 가운데 과학ㆍ기술군을 수학ㆍ과학군, 기술ㆍ가정군 등 2개로, 예ㆍ체능군을 체육군, 음악ㆍ미술군 등 2개로 각각 세분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은 현재 6개에서 8개로 2과목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과목군별로 1~2과목 이상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과학ㆍ기술군에서 1과목, 예ㆍ체능군에서 1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면 되지만, 2012년부터는 수학ㆍ과학군에서 1과목, 기술ㆍ가정군에서 1과목, 체육군에서 1과목, 음악ㆍ미술군에서 1과목을 이렇게 이수해야 합니다. ("교과과정 개편 팀장은 음악 담당자") 


이 : 교육부가 이렇게 교과목을 늘린 이유 중의 하나는 입시교육 때문에 등한시 해 왔던 "음악. 미술과 기술. 가정 과 같은 과목도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용 : 사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7차교육과정의 핵심인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과정은 모두 실패‘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지 오래입니다. 학부모의 주장처럼 현재와 같은 입시체제에서는 기술. 가정과목, 음악. 미술과목, 체육과목 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교과가 되초등 1·2학년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겠습니까? 


이러한 개정을 보는 입장도 한편에서는 "과목편식 막고 예체능 균형교육"을 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라들도 있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국민공통교과 10개 과목의 비현실성, 총론과 각론의 괴리, 내용의 과다, 학제의 불일치 등 근본적으로 잘못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더구나 수시 개정체제에 걸맞게 교육과정의 질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없습니다. 부분·수시 개정체제는 일반론적으로 올바른 방향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 없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수정은 ’아랫돌 빼 윗돌괘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김 : 음악, 미술, 체욱과 같은 예체능교과목에 대한 평가결과를 점수제 대신 이수여부나 3단계 평가로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용 : 점수제를 통한 학생간의 단순 서열을 매기는 방식에서 ‘이수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즉 이수여부라는 평가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현실에서 ‘이수여부’의 평가가 현실적 의미를 갖기 이해서는 전체 교과가 함께  변화하거나 국·영·수와 같은 주요교과부터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대학입시와 연관되지 않는 교과는 사실상 퇴출이 예상되고 있는 현실에서, 예체능교과의 이수여부는 ‘내신 제외’를 의미하며 그런 교과목을 어떤 학생이 열심히 배우겠습니까? 


<2000년부터 운영하던 제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이 - 참 답답합니다. 왜 좀 더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하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고통과 불안을 주는 문제가 재발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바람직한 교육과정은 불가능한 것입니까? 

용 :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총리의 교육과정 편성관인데 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면서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교육부가 독단적으로 만들어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부분 수정이 아니라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은 전면 개정해야합니다. 이와 함께 주 5일 수업제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음·미·체 내신제 제외, 초등 1·2학년 영어 도입 추진 철회 등 이미 문제로 불거져 있는 내용을 개정하기 위한 공개토론, 공청회와 교육과정 심의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김 :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제대로된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 그게 학교를 살리는 길이요, 위기의 교육을 구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용 : 감사합니다. 

이 : 지금까지 합포고등학교 김용택선생님과 함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개정 시안 내용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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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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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빠야 할 봄방학, 선생님들이 놀고 있는 이유...왜?

 



봄방학은 한 학년이 끝나고 새학기를 준비하는 시기다. 그런데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할 일이 없다. 3월 2일 개학하면 이동을 해 낯선 학교에 발령을 받은 선생님도 있지만 같은 학교에 그대로 근무해도 학년이나 교과목 그리고 사무분장이 대부분 바뀐다.




새로 맡을 교과목에 대한 교재 연구며 내가 담당하게 될 학생에 대한 파악 그리고 새로 맡게 될 분장 사무에 대한 연간 계획 등 봄방학은 선생님들이 가장 바쁘게 보내야할 시기다.

 

 

새학기 준비를 위해 가장 바빠야 할 선생님들이 봄방학 동안 할 일이 별로 없다. 내가 몇 학년을 맡을 지, 무슨 과목을 당당할 지, 또 어떤 사무분장을 맡게 될 지는 3월 2일에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의 시기가 3월 1일자이기 때문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같은 학교에 계속근무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속은 현재학교의 소속이지만 발령이 난 선생님들은 이미 이 학교 사람이 아니다.

 

'인사이동의 공백기'.... 2월은 선생님들에게는 들뜬 달이기도 하다. 가는 사람도 남아 있는 사람도... 특히 교장선생님의 이동이 있는 학교에는 그런 공백감이 더 크다. 선생님님들이 허송 세월을 보내는 이유 중의 하나도 결재권의 행사를 하느 교장선생님의 권한행사가 3월 1일부터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학기제는 3월 1일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다. 봄방학은 15일 정도지만 사실상 학기는 12월이면 끝난다. 학기말 고사가 끝나면 성적처리까지 마치고 출석일수만 채우면 새 학년이 되는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우리나라 학기제는 3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새학기 준비로 가장 바쁘게 보내야 할 교사들은 1년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월 중순 경, 인사이동이 끝나고 새학교에 발령이 나면 신임교사들은 발령이 난 학교에서 가서 희망학년과 분장사무 희망원서를 제출하고 여유 있는(?) 방학에 들어간다. 발령이 3월 1일자로 나기 때문이다. 새로 맡게 될 교과목에 대한 교재연구와 수업설계는 물론 내가 맡게 될 학생들을 파악하는데 가장 바빠야 할 선생님들이 2월 말까지는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소속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에게 3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나날이다. 담당교과며 교재연구며 새로 맡은 학생파악, 그리고 분장업무파악과 연간계획 등등 동분서주다. 여유 있는 봄방학동안 황금 같은 시간을 허송세월(?)로 다 보내고 학기가 시작되면서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결국 교재연구면 학생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채 첫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연륜이 쌓인 교사들이야 그동안 해오던 수업 노하우나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새내기 교사들은 그야말로 정신없는 나날이다.

 

 

생활근거지에서 원거리 발령이라도 받은 교사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옛날처럼 2월 말에 발령이 나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과목에 따라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고등학교 사회과목의 경우 일반사회를 비롯해 도덕, 정치, 경제, 지리... 등 모두 11과목이다. 국사가 독립과목이 돼 달라지긴 했지만 학교에서는 아직 사회교사로 분류된다. 사회과 전공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전공과목과는 전혀 엉뚱한 과목을 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리를 전공한 선생님이 정치를 담당하거나 법을 전공한 선생님이 도덕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더욱 황당한 일은 수업시수를 동학년끼리 조정하다 보면 수업시수를 누가 특별히 더 많이 맡지 않은 이상, 어떤 특정 과목을 쪼개 여러 사람이 분담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연히 어떤 선생님은 일주일에 1시간 혹은 2시간을 맡아야 하는 웃지못할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떤 선생님은 지리를 16시간 맡고 만만한 도덕시간을 쪼게 한두시간씩 분담하는 경우도 있된다. 이런 경우 지리선생님이 도덕 한시간 수업을 위해 일년 내내 교재연구를 해야 하는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수업시수야 학생 수나 학급 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치자. 그렇지만 3월학기가 안고 있는 문제는 선생님들에게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정신없는 3월 을 보내야 한다. 봄방학 전 학년과 담당과목 배정만 끝난다면 그 많은 시간을 교재연구며 학생 파악 등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준비 없이 시작하는 3월은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학기제가 3월이 아닌 1월 이라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도 있다. 어차피 성적까지 12월에 끝나고 인사이동이며 새학년 반편성이나 교과며 담임배정까지 끝난다면 1월 방학 한달동안 선생님은 여유롭게 교재연구며 학생 파악 등 새학기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마다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인사이동으로 인한 공백의 시기 2월... 이미 발령이 난 선생님들과 남아 있는 선생님... 그리고 발령은 났지만 3월 1일자로 발령이 나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교장선생님... 교사들의 방황기(?)인 인사이동 시기 조정... 어쩌면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새로 맡게 될 교과목이며 담임, 그리고 분장 사무를 인수인계 받아 봄방학동안 알찬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일년중 가장 한가한 시간이 되고 만 모순을 어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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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에서>

연간 수업시수 850시간, 공문서 처리 1000건...!

 

새 학기가 시작되면 낯선 학교에 발령을 받아 담임과 교과 담임 그리고 업무분담이 마무리되면 수업과 함께 해야할 산더미 같은 일에 하루가 언제 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다. 학교는 교사들에게 수업만 하도록 버려두지 않는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교교육계획 작성, 교육과정운영계획, 각종 특색사업, 학생 수, 다문화가정, 한 부모가정 등 기본적인 학생상황 조사로 교재연구의 시간은 뒷전이다.

 

4월이 되면 좀 나아질까? 4월에 선생님들에게 쏟아지는 공문은 3월에 비해 줄어들지 않는다. 컨설팅장학, 정보공시, 각종 연수 안내, 수업시수보고, 학습부진아보고, 학습부진아지도 목적사업비 지출, 진로교육계획, 수업공개계획...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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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은 어떨까? 9월이 되면 학교평가, 시도교육청 평가 관련 공문과 업무가 쏟아진다. 학생, 학부모 설문조사도 교육청 행사, 학교평가, 교원평가 3가지나 진행되고 정보공시며.... 국정감사 자료요구. 예산운영, 교육과정운영, 학교폭력관련 대책(어떤 자료는 2~3년치 자료 요구)

 

성교육 관련은 3-4명의 국회의원에게서 성매매, 성폭력예방 이름으로 5-6가지... 학생정서행동검사관련 내용은 국정감사부터 그 다음까지 엑셀을 바꿔가며 보고...

 

11월이 되면 좀 조용해는가 했더니 이제부터는 평가다. 시도교육청 평가항목 실적 보고, 각종 활동에 대한 우수사례, 예산 정산보고...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기존 업무에 일제고사, 교원평가, 학교평가, 시도교육청 평가, 정보공시에 작년에는 학교폭력예방과 진로교육 강화 명목으로 업무폭탄이 떨어졌다. 방과후업무는 갈수록 일이 많아지고 돌봄교실 확대 등 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일들이 추가된다.

 

 

교육희망에 쓴 신은희선생님의 ‘틈틈이 가르친 나, 교사가 아니었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신은희 선생님이 재직하는 학교는 학생 수가 100명도 안되는 작은 학교다. 교사 수는 7명이란다.

목전전치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이 글을 읽고 있으면 학교가 교육하는 곳인지 아니면 행정 하는 곳인지 헷갈린다. 학생생활지도나 수업은 뒷전이고 공문서 작성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학교에서 교재연구는 언제하고 수업은 언제하고, 학생상담이며 학부모 면담이며, 진로지도는 언제 할까?

 

다인구 학교에는 그래도 교사 수가 많으니까 업무분담이 줄어들지만 학생 수가 100도 안 되는 작은 학교는 한사람이 분담해야하는 공문은 감당하기 벅차다.

 

학생 수 1000명인 학교나 학생수가 100명인 학교나 학교에 오는 공문은 똑같다. 공문은 마감시한 있어 하루라도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공문마감 날이 지나면 교육청에서 학교장 앞으로 전화가 오고 학교장은 담당자를 불러 불호령이 떨어진다. 퇴근 할 때는 집에까지 공문을 싸들고 가기도 하고 학생들을 자습을 시켜놓고 공문처리를 해야 하는 기막힌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질을 말한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평가를 하고 있다. 양질의 수업을 위해서는 교재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은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 두서너과목을 맡아 가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골 중학교의 경우 과목시수가 적은 예체능교과 교사들은 보따리장수(?)가 된다. 적을 둔 학교는 따로 있지만 한사람이 서너개의 학교를 떠돌아다니면 수업을 해야 한다. 전담교사가 모자라 상치과목(음악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미술선생님이 수학을 가르치기도 한다)을 담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원평가에 앞서 교사들에게 교재연구 할 시간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공문처리 전담 행정인력을 확보해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부터 줄여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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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학교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맡아 가르쳤던 일이 있다. 그 때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을 요즈음 길에서 만나 인사라도 받으면 미안하고 부끄럽다. 1980년도였으니까 당시 고등학교 교사들의 주당 수업은 33시간이나 35시간까지 맡았던 것 같다. 제대로 수업이 됐을 리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사회과 선생님 하면 사회과목을 전공해 자격증을 받은 교사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예를 들면 경제학을 전공해도 일반사회 교사 자격증을 받고 법학을 전공해도 일반사회 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지금은 재교육을 받아 '공통사회'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가르치는 과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사회과라 하면 사회, 윤리, 국사, 정치, 경제, 지리, 세계사, 세계지리, 사회문화... 등 총 11과목을 말한다. 말이 사회과이지 지리를 전공한 선생님이 정치를 가르치든지 윤리를 전공한 선생님이 경제를 가르치라면 자기 전공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의 경우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사회과 교사 자격증을 받았으니 학교 형편상 역사나 세계사를 맡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 배운 실력이 있겠지만 그 정도로 고등학교 수업, 특히 입시과목이라도 가르치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문계의 경우 문제풀이까지 해야 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출근해서 교재연구나 하면 될 거 아닌가?‘라고 쉽게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사는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역사를 가르친다면 사건이 일어난 이유나 전개과정이나 그 사건이 미친 영향을 정리해 암기시키는 것으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관이나 역사의식을 갖도록 가르쳐 주는 게 지식을 암기시키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과 교사니까, 사회과목을 가르치라는데 ’난 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지 못한다. 또 교사가 모자라는 현실에서 내가 전공한 과목만 가르치겠다고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만약 인문계 학교에서 어떤 사회선생님이 일주일에 18시간을 맡는다고 치자. 어떤 학교는 윤리 선생님이 어떤 학교는 역사선생님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인사이동이나 교원수급 때문에 역사는 몇 시간이기 때문에 몇 분의 선생님이, 사회문화는 몇시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분의 선생님이 있는 게 아니다. 학년 초 사회과 선생님들이 모여 자신이 일년간 담당할 교과목과 시간 조정을 한다. 같은 사회과 선생님이라도 어떤 선생님은 주당 15시간을 맡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20시간을 맡는 경우도 생긴다. 정치 한과목만 18시간을 맡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 정치는 17시간을 맡고 윤리를 한 시간 맡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한 반 수업을 위해 교재연구를 따로 해야 하는 경우는 정말 힘들고 어렵다.

 학교 현실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일주일에 44시간을 근무하는 데 18시간이나 20시간만 수업을 하면 그냥 반은 노는 게 아니냐고....’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사들의 근무 시간을 한 번 들여다보자. 교사들이 아침에 출근을 하면 학생출결부터 확인해야  한다, 결석을 한 학생이 없는지, 또 등교는 했지만 몸이 아파 수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지... 학생부에라도 소속된 선생님은 아침 출근하기 바쁘게 교문을 지키고 서서 두발이나 복장규정을 위반한 학생이 없는지, 또 지각을 하는 학생이나 무단 외출하는 학생이 없는지 지도해야 한다.

 월요일은 아침부터 전체회의에 참가하야 하고(교사들의 회의는 전체회의 외에도 학년모임, 교과모임, 직원연수, 교원단체 모임, 운영위원의 경우 운영위원회 참석...등) 수업시간이 마치면 쉬는 시간은 공문을 처리하는 시간이다. 업무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선생님의 경우 하루 한 건 이상의 공문을 처리할 때도 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공문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공문을 발송하기 위해 찍히는 도장만 해도 건당 4~5개나 된다. 협조부서에 협조 책임자의 도장을 받아야 하고, 부장, 행정실장, 교감, 교장까지 도장이 찍혀 행정실로 넘겨야 완결처리 되는데 내 공문 도장을 찍어주기 위해 기다리고 앉아 있는 부장이나 교장 교감은 없다. 쉬는 시간마다 4, 5층에서 1, 2층으로 뛰어다니다 시간에 쫓겨 정작 자신의 수업시간에 뒤늦게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문처리 뿐만 아니다. 혹시 전학을 가거나 전입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서류처리를 해야 하고 수업시간에 태도가 불량하다며 교과담당교사로부터 지도를 요청 받거나 학생부에 불려 다니는 학생을 챙기랴, 윗분들의 호출이며 수업준비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정규수업시간이 끝나면 보충수업준비며 야간자율학습지도며 혹 학부모들 면담까지 겹치는 날은 만신창이 된다. 일년에 1학기 1, 2차 학력평가, 2학기 1, 2차평가를 위한 출제를 해야 하고 평가결과가 나오면 성적분포와 분석,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분석해 상담을 하기도 한다. 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보다 승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를 알만하지 않은가?

 교감이나 교장이 놀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만 하면 사회적 예우는 둘째 치고 수업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특혜(?)며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공문처리며 학생생활지도며 정신없이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양질의 수업이 그 첫번째 임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의 법정정원이라도 확보해 주고 법정 수업시수라도 정해 수업시수를 줄여줘야 한다. 교재연구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쫓기면서 생활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법정 수업시수를 말하면 밥그릇 챙기기라며 욕하는 언론이 있지만 정말 교육현장을 몰라도 한 참 모르는 소리다. 이런 현실을 두고 교원평가를 하겠다고 칼을 빼들면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기나 할까?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