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2.06.10 06:30


 

 

“나는 빨강색이 좋다!”

“넌 빨갱이구나. 왜 빨강색을 좋아해? 넌 나쁜 놈이구나. 우리와 함께 살 수 없어...!”

“나는 검은 색이 좋아!”

“검은 색..? 파란색만 좋아해야지 왜 그런 더러운 색을 좋아하는 거야? 너 같은 놈은 상종할 수 없어, 다른 나라로 꺼져!”

 

누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얼마나 유치하게 들릴까?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북논쟁 수준이 이 정도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빨강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양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자본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계급사회에서는 계급에 따라 옷의 색깔, 집의 크기, 생각이나 가치관, 생활양식까지 규제를 받고 통제를 당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데 계급사회도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유라는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 나와 다르면 이단자 취급하는 논쟁은 참으로 유치하고 저질스럽기까지 하다.

 

 

종북주의 논쟁이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종북주의란 말은 국어대백과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위키백과사전에 겨우 찾아 그 뜻을 보니 ‘종북주의(從北主義) 또는 종북(從北)은 대한민국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집권 정당인 조선노동당과 그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등의 외교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라도 적혀있다.

 

대명천지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매카시선풍이 일고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보안법이라는 전근대적인 악법이 있어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거나 북한에서 발행된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만 해도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북한의 모든 것은 다 나쁠까? 부자 세습과 같은 문제는 사회주의 국가에도 없는 북한 특유의 체제로 비판받지만 북한의 제도나 문화 중에 분명히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모든 것은 악이라는 사고방식은 북한의 폐쇄적이고 획일적 사고와 다를 게 없다.

 

 

‘어께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놀아라, 어께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놀아라.’

‘비야 비야 오지마라 우리 누나 시집갈 때 가매꼭지 물들어 가면 비단치마 얼룩진다.’

‘방구 방구 나가신다. 대포방구 나가신다. 먹을 것은 없어도 냄새나 맡아라. 뿌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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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말. 우리생활의 일부이기도 했던 동요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노랫말은 70을 바라보는 나이인 지금 들어도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친근감이 드는 말이다. 들길을 내달으며 친구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추억은 나이 든 사람에게는 고향과 같은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동무’라는 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북한에서 쓰기 시작하자 남한에서는 ‘동무’라는 말 대신 ‘친구’라는 말로 바뀌어 버렸다. 동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간첩으로 의심받거나 빨갱이들나 쓰는 말이 됐기 때문이다.

 

 

어디 동무라는 말만 그럴까?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민’은 ‘국민’으로 바뀌었다.

분단 60여년... 대한민국은 영토와 언어만 분단된 게 아니다. 문화니 역사니 종교니 사상이니 가치관까지 쪼개지고 또 쪼개져 하나 되기는 날이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믿음만 있다면 상처야 쉬이 치료될 수도 있으련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조짐을 찾아 보기 어렵다.

 

남북정부간에 믿음은커녕 상대방을 헐뜯고 잘되면 배가 아파 못 견디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북에서는 ‘자본주의’라면 미제국주의의 앞잡이... 상종 못할 인종들이 사는 곳, 남에서는 빨갱이’라면 마귀나 악마를 연상케 하는 그런 관계, 그런 원수지간이 되어 있다.

 

종북주의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가 빌미를 준 ‘종북주의’ 논란이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폄훼 발언으로 불을 붙이고 급기야는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까지 사상검증이니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기호의원은 “십자가 밟게 해 천주교 신자여부를 가린 것처럼 북한에 관한 질문으로 종북국회의원들을 가려낼 수 있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종북주의 논쟁으로 덕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역사적으로 빨갱이 타령은 해방 이후 정통성이 결여된 친일세력들이 상해입시정부를 부정하고 집권 시나리오로 시작된 이데올로기다. 이후 반민특위과정에서 혹은 여순사건이나 제주항쟁, 거창양민학살사건 그리고 보도연맹에 이르기까지 혹은 빨갱이를 만들고 혹은 빨갱이로 몰아 적대세력을 축출하고 매도하고 죽였다.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당한 사람만 무려 30만명이 넘는다. 지배세력이 외세를 엎고 몸서리치는 살육전이 종북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목적이야 친일세력의 후예, 유신잔당의 후예, 쿠데타의 후예, 군사정권과 이들에게 은혜를 입은 세력, 이들을 키워 낸 수구언론, 그리고 반공교육으로 세뇌를 당한 사람들이 자기네 세상을 만들기 위한 꼼수겠지만... 

 

중북논쟁은 새누리당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야당이 휘말려 논리도 이성도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종북주의 논쟁 속에는 진정한 이념은 없다. 오직 대선 새누리당의 정구너 재창출을 위한 상대방의 정치생명을 매장시키기 위한 음모가 숨겨 있을 뿐이다.

 

겉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면서 속으로는 분단의 유지가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추억이 담긴 동요도 말도, 역사도 사라져가고 있다. 종북주의, 빨갱이, 색깔논쟁, 메카시선풍이 거셀수록 정의도 민주주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민들에게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종북논쟁이 아니라 서민들의 복지요, 민주주의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 어떻게 민주며 복지를 말할 수 있는가? 내 생각이 아니면 다 틀린 생각이라는 광기어린 종북주의, 색깔논쟁은 이제 그칠 때도 되지 않았을까?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정치2011.05.19 05:00



‘박정희시대가 그리운 사람들, 5·16은 아직도 혁명인가?’라는 글을 썼더니 ‘하모니’라는 닉네임을 쓴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김일성, 김정일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박정희는 4·19혁명을 부정한 인물이요,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다운 일본군인으로 독립군 토벌에 나섰던 인물이요, 유신헌법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남로당에 가입한 전력의 소유자로...라고 평가했더니 아마 속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사진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체제에 반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전교조운동에 참가했다가 구속되어 검사실에 조사를 받으러 갔던 일이 있다.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에 묶여 끌려간 검사실에는 수갑을 찬 채 신문을 받고 있던 제자와 검사실에서 근무하던 제자가 만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수갑을 찬 제자는 노동운동을 하다 압수수색 중 집에서 ‘미제침략사’라는 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죄명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고 다른 제자는 검사실에서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다가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안절부절해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국가보안법 얘기만 나오면 금서 한 권 소지했다는 이유로 수갑을 차고 조사를 받아야 했던 제자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금서란 어떤 기준에서 누가 정한 것인지 몰라도 그 뒤 나는 루이저린저가 쓴 ‘또 하나의 조국’을 읽고 참으로 많은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다.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북한에 관한 지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가를 여러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정부가 왜 국가보안법을 고치지 않는 지 깨닫게 됐다.   



북한의 나쁜 점을 말해야 애국자가 되는 윤리 교과서를 가르치던 나는 그 이후 교과서는 거의 팽개치다시피 하고 여성해방이나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학교가 아니라 실업계 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그런 사유로 비교적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거나 글을 써서 알릴 수 없다. 그것도 나쁘게 얘기하면 몰라도 김일성이나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은 얘기를 했다가는 국가보안법의 ‘이적찬양고무죄’를 짓게 돼 수갑을 차야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란 어떤 모습일까?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 법 앞에 만인의 평등, 다당제와 다원적 질서의 인정, 대의제 민주주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리고 사상 및 언론의 자유, 사회보장제도......". 이런 가치는 사회교과서에나 나오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다.

체제에 대한 학교교육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민주주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북한도 민주주의다. 남한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요, 북한의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다. 남한은 사회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사회요, 북한의 사회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사회다. 원론적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계급대립과 착취가 있는 사회요, 프롤레타리아 사회는 적대적 계급대립이 없고 착취가 없는 사회다. 여기 까지다.


모든 교사가 교실에서 불편을 느끼는 게 아니다. 제자들에게 불공정한 게임을 공정한 게임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양심적인 교사만 느끼는 불편이다. 사회과 교사가 수업시간에 양심에 따라 체제를 설명하게 되면 어김없이 부딪히는 제약이 사상의 자유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사상, 양심, 통신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 있는 줄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 헌법 그 어디에도 '사상의 자유'는 없다.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국가보안법 제 7조 ①, ③이다.

국가보안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다. 분단의 시대, 반공을 체제유지수단으로 원용(援用)해 온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군주제사회에서 강상죄(綱常罪)를 중죄로 취급했듯이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게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말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권유지 수단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학교는 어떤 체제가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는 걸 가르칠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사민주의보다 나쁜 체제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나 복지사회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통일방안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남한의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요, 북한의 통일방안은 ‘고려연방제통일방안’이다. 고려연방제가 어떤 내용인지 학교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국민의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가 내놓은 통일방안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유일한 지고지순의 통일방안일 뿐이다.

세상에는 법 없이 사는 사람도 많다. 또 교과서만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하는 교사도 많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지식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만나면 체념하거나 외면하는 게 맘 편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사는 게 마음 편하고 현명하게 사는 길일까? 국사교과서에 민중들이 굶주림에 지쳐 양반들에게 저항한 사건을 ‘민란’이라고 가르치고,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가르치며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주는 게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가르치는 교사는 통일 후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상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양심적인 교사는 제자들 앞에 부끄럽고 부끄럽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