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2.04.12 06:30


 

 

 

찬핵(鑽核)이란 말이 있다. 중국 진나라 초기. 벼슬을 마다하고 죽림에 묻혀 술과 시를 벗삼는 왕용(王戎)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이 사람 집 마당에는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오얏나무가 있었다. 왕융은 해마다 오얏을 팔아 떼돈을 벌면서도 혹시 남이 그 씨앗을 받아 품질 좋은 나무를 키울까 염려한 나머지 파는 오얏 하나 하나 마다 속씨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이렇게 송곳으로 열매의 씨(劾,仁)을 뚫어서 죽이는 것을 찬핵이라 한다.

 

한겨레신문 초대사장을 지낸 송건호선생은 ‘언론의 곡필은 찬핵(鑽核)과 같다’고 했다. 송건호 선생은 언론의 이같은 곡필은 국민의 얼을 죽이고 비판의식을 훼손시키며, 사회정의를 말살하는 행위라며 진실ㆍ선ㆍ정의의 가치를 죽이고 그 자리에 거짓ㆍ위선ㆍ불의ㆍ악을 대신하는 범죄라고 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역사는 찬핵의 역사다.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던 친일의 역사는 덮어두자. 국민의 주권을 찬탈한 5·16을 혁명으로 유신헌법을 “역사적 문제의식과 사명감에 불타는 박 대통령의 영단에 의하여 태동된...”으로 왜곡시켰다.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광주민중항쟁을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신문이 조중동이다. 주권을 찬탈한 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한 것도 모자라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앞 다퉈 보도하고 권력의 대변자 노릇을 한 게 우리나라 언론의 역사다.

 

개구리 효과 혹은 비전상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위험이나 경고를 감지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언론의 역사를 보면 찬핵 혹은 개구리 효과가 생각난다. 주인인 국민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고 반공교육으로 혹은 남침 위기설로 불안 심리를 조장하거나 반대세력을 좌파니 종북세력으로 몰아 빨강색만 봐도 진저리를 치는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 서서히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을 마비시켜 온 언론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안보위기론이니 빨갱이 논리를 꺼내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민주공화당, 전두환의 민주정의당..그리고 그들의 후예가 만든 새누리당의 대변인 구실을 해 온 게 수구 언론 아닌가? 오죽하면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감시를 해야 할 언론이 권력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섰겠는가? 그것도 언론사 한 두 곳이 아니라 KBS와 MBC, YTN, 연합뉴스의 노조가 거의 동시에 파업을 하고 있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민일보와 부산일보까지 파업을 하는 등 신문과 방송사, 통신사까지 동참한 언론사상 초유의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의 야무나공원에 위치한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공원에는 그가 살아생전에 말했던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인, 인간성 없는 과학, 헌신 없는 종교’ 등 ‘일곱 가지 사회악’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건강한 사회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정치권력은 선거에 의하여 창출되며 선거의 승부(勝負)는 여론의 향배가 좌우한다.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언론이 선거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은 유권자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도 성숙한 정치도 기대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를 기만하는 주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찬핵정권을 심판해 양심적인 언론이 만들어 가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 이기사는 4월 10일자 경남도민일보 옴부즈맨 칼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76719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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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에 맞는 참 지도자가 필요한 때 입니다.
    글 잘 새겨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여세요.^^

    2012.04.12 06:42 [ ADDR : EDIT/ DEL : REPLY ]
  2. 개구리 효과~
    아주 잔인하고 끔찍하지요..
    오늘 총선 결과 보고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ㅜㅜ

    2012.04.12 07: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직 총선 결과 못 봤는데 파리아줌마
    댓글을 보니 결과가 별로인가 보네요.
    언론은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진실을 말해야겠지요.
    유권자를 기만하는 언론의 태도는 결코 용서할 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2012.04.12 07:22 [ ADDR : EDIT/ DEL : REPLY ]
  4. 수구정권과 수구언론의 우민화정책은
    이번 선거를 통해 빛을 발하더군요.
    내 삶의 질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당이나 후보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수구언론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암울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오늘 새벽에 회사에서 선거결과를 두고 얘기하다 어떤 젊은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복지포퓰리즘으로 국가 재정이 거덜나면 오히려 안하니만 못해서 새누리당을 찍었다고요.
    기가 막혀서 반론할 힘마저 없더군요.
    정치를 말하기 전에 언론개혁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2.04.12 07: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글로피스

    개구리가 되지않기 위하여 뜨뜻미지근한물에
    중독 되기를 거부 합니다.

    2012.04.12 07:53 [ ADDR : EDIT/ DEL : REPLY ]
  6. 대한민국 아직 멀었습니다. 이번 선거가 증명했습니다

    2012.04.12 08:12 [ ADDR : EDIT/ DEL : REPLY ]
  7. 어제 우리 교회 사람들 투표하고 와서 선거 이야기를 하는데
    한 젊은 분이 어르신들에게 제발 조중동의 시선을 좀 벗어나시라고
    간곡하게 이야기 하시더군요. 많이 공감했습니다.

    2012.04.12 0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막차

    이나라의 미래가 암담합니다~ㅜㅜ

    2012.04.12 08:25 [ ADDR : EDIT/ DEL : REPLY ]
  9. 언론이 요즘 너무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2012.04.12 08: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여론조작 조작하지만 이렇게 총선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못했지요.
    인터넷에서 아무리 떠들고 어쩌고 해도 기성세대들에겐 역시 TV인가 봅니다.
    그것만 딱 장악해버리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세삼 알게 되더군요~

    2012.04.12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흑기사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자면 게르만 민족의 경우 이동하면서 살아야 했던 척박한 환경 이었기에 희생.보상의 법리가 잘 작용합니다..
    예를 들자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면 유대인이지만 2차 세계대전당시 가스실로 끌려가는건 면했습니다..
    희생을 했다면 보상을 해주는 원리가 철저히 작용하죠..
    .
    하지만 농업을 기반으로 한자리에 뿌리내리고 살았던 우리에겐 이런게 별로 없습니다..
    그저 잘못한게 있으도 그때면 그만..잘한게 있어도 칭찬한번으로 그만..
    희생.보상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죠..
    역사를 봐도..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독재에 빌붙었던 사람들이 현재 더 잘 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가 우스개 소리가 아니고..
    역사적 사실이니 말입니다..-_-;;;
    .
    게다가 많이 배워서 비판능력이 그나마 더 논리적이고 비판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투표에 관심이 없으니..
    -_-;;;

    2012.04.12 15:17 [ ADDR : EDIT/ DEL : REPLY ]